[런던/로이터] 독일 스포츠웨어 브랜드 푸마(Puma SE)가 미국에서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앞당겨 선적한 상품을 소화하지 못해 할인 판매에 나서는 한편, 원가 상승을 만회하기 위해 연내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했다.
2025년 7월 25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푸마는 미국 시장에서 재고가 과도하게 쌓이자 올해 4분기부터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도 당장 재고 해소를 위해 대규모 할인 정책을 병행하겠다는 상반된 전략을 공개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둔화되는 시점에 백투스쿨 시즌과 연말 쇼핑 성수기를 앞두고 매대를 채워야 하는 전(全) 소매업체들이 직면한 공통적인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 관세를 피하려고 재고를 앞당겨 들여오면 할인을 통해서라도 빨리 팔아야 하지만, 동시에 비용 상승분을 가격에 전가하지 않으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관세 영향만으로 연간 총이익이 8,000만 유로(약 9378만 달러) 감소할 전망이다”
라고 마르쿠스 노이브란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설명했다. 그는 “고평가된 재고 수준이 정상가격(Full Price) 실현률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예상 수요에 맞추기 위해 향후 발주를 축소했다”고 덧붙였다.
2분기 말 기준 푸마의 재고는 전년 동기 대비 통화 조정 기준 18.3% 증가해 21억 5,100만 유로까지 급증했다. 노이브란트 CFO는 증가분의 대부분이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북미 매출은 통화 조정 기준 9.1% 감소해 재고 부담을 한층 키웠다. 회사는 올해 글로벌 매출이 최소 10%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며 재고 압박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인정했다.
용어 설명
Front-loading은 관세나 공급망 지연이 예상될 때 상품을 미리 선적해 선(先)입고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단기적 리스크는 낮추지만, 시장 수요가 약세일 때는 재고 부담이 가중돼 할인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
아담 코크레인 도이체방크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불확실성 하에서 미국으로의 선투입 전략(Front Loading)은 전술적으로는 타당했으나, 시장이 약세일 때는 할인 확대라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푸마의 발주 축소가 재고 정상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동시에 소매업체의 주문 약세를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푸마는 매출의 약 75%를 도매(Wholesale) 채널에서 창출한다. 2분기 도매 매출은 6.3% 감소했으며, 미국 시장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한다. 프랑크푸르트의 메츨러 애널리스트 펠릭스 덴은 “미국 내 높은 재고 환경과 브랜드 모멘텀 둔화로 가격 인상 관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 1위인 나이키(Nike)는 5월 미국 내 일부 제품 가격을 이미 인상했다. 룰루레몬(Lululemon)과 온(On)도 가격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UBS 애널리스트 로버트 크란코프스키는 “소비자들이 인상된 가격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핵심 변수”라며 “코로나19 당시 부여된 정부 지원금(Stimulus vouchers)이 구매력 둔화를 완충했지만, 현재는 그러한 방파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푸마는 관세 부담 이전부터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재출시한 ‘스피드캣(Speedcat)’ 스니커즈는 기대만큼 판매되지 않았으며, 아르투어 회엘트 최고경영자(CEO)는 7월 1일 취임 직후 “2025년은 리셋(reset)의 해, 2026년은 전환(transition)의 해”가 될 것이라며 전임 CEO인 아르네 프룬트의 부진을 만회하겠다고 밝혔다.
재고 공포는 푸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2년 팬데믹 공급망 붕괴 이후 미국 소매업체들이 기록적인 재고 과잉으로 대규모 할인과 이익 악화를 경험한 바 있어, 비슷한 시나리오를 피하려는 경계심이 높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① 가격 전가의 한계 – 북미 시장의 낮은 브랜드 파워와 재고 부담으로, 푸마가 계획한 4분기 가격 인상이 실제로 실현될지 주목된다. ② 도매 의존도 – 도매 비중 75%는 재고 리스크를 소매업체에 전가하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③ 소비 심리 – 최근 미국 소매 판매 둔화가 지속될 경우, 할인 경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푸마는 “재고 감축”과 “가격 인상”이라는 모순된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이는 미국 시장에 진출한 다국적 의류·신발 브랜드 전체가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환율 참고: 기사 작성 시점 기준 1달러는 0.8531유로로 환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