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엔지니어링의 진화와 글로벌 공급망·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

서론

2024년 말부터 본격화된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 조치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자,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주요 교역국에서 ‘관세 엔지니어링(tariff engineering)’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인상(25%→50%)과 2025년 6월 티프 맥클렘 캐나다 은행 총재의 경고(“관세가 유지되면 18개월 내 소비자 물가의 75%가 반영될 수 있다”)는 장기적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및 공급망 재편을 예고한다. 본 칼럼에서는 관세 엔지니어링의 개념과 사례, 글로벌 공급망·통화 정책에 미치는 장기적 파급 경로를 심층 분석한다.


관세 엔지니어링의 개념과 실제 사례

관세 엔지니어링이란 제품의 소재·치수·부품 구성을 전략적으로 변경해 낮은 관세율이 적용되는 조화 시스템 코드(HS Code)로 분류를 유도하는 합법적 절세 기법이다.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Converse – 신발 밑창에 미세 털을 부착해 ‘슬리퍼’로 분류, 낮은 관세율 적용
  • Columbia Sportswear – 패딩 재킷 충전재 구성을 조정해 철강·알루미늄 조합 의류로 분류되지 않도록 설계
  • Winnebago Industries – RV 모터홈 차체 설계 시 프레임 소재 재배치로 세율 차등화 시도

이들 사례는 모두 2025년 6월 CNBC·로이터 보도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Ford Motor의 일부 상용 밴 모델은 화물차로 분류해 고율 관세를 회피하려다 연방 법무부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투자 흐름

관세 엔지니어링의 확산은 공급망 전략에도 중대한 변화를 야기한다.

  1. 생산 기지 이전(Low-Cost Production Shift): 중국·멕시코 외에도 베트남·인도네시아로의 다변화 가속화
  2. 부품 소싱 지역 분산(Diversified Sourcing): 철강·알루미늄 등 고관세 원자재 대신 복합 소재·고강도 합금으로 대체
  3. 제조 공정 자동화(Automation & AI): 미국 내 완성 조립 비중을 확대해 최종 제품의 HS 코드 관리 강화

예를 들어, Apple은 iPhone 부품 소싱처를 다변화하고, 완성품 조립 공장을 멕시코에서 인도·동남아로 이전하며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향후 2~3년 내 글로벌 공급망 지도를 바꿀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지속과 통화 정책 변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관세로 인한 비용 전가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2025년 4월 이후 소비자물가(CPI) 등 핵심 지표가 1%~3% 목표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관세 효과가 장기화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시나리오 영향 연준 대응
관세 완전 철폐 수입 물가↓·인플레이션↓ 금리 인하 가능성↑
관세 유지(현 수준) 단기 인플레이션↑·임금 압박↑ 금리 동결 또는 상승↓보류
관세 추가 인상 구매력↓·경기 둔화 위험↑ 긴축 기조 유지 또는 금리 인상 검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멍청하다’고 평가하며 금리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연준은 독립성 원칙을 고수하며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

정책적 시사점 및 기업 전략

관세 엔지니어링과 공급망 재편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정책 당국과 기업이 고려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 정부 차원의 무역 협상 복원 –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무역 협정 체결 시 관세 부담 완화와 공급망 안정이 시급
  • 기업의 장기 투자 조정 – 자동화·AI 설비 확충, 친환경 복합소재 R&D를 통해 관세 리스크 헤지
  • 통화 정책의 투명성 강화 – 연준 점도표 공개 확대, 관세 충격 반영 시나리오 제시
  • 금융 시장 구조 혁신 – 증권화 주식, 디지털 달러(USDC 법제화) 등 자본시장 현대화로 비용 절감

결론

‘관세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절세 수단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투자·통화 정책에 복합적 파급을 미친다. 향후 1년 이상 지속될 미국의 고율 관세 기조 아래, 기업들은 기술·소재·조립 공정 혁신으로 대응하고, 정책 당국은 무역 협상 복원과 통화 정책 투명성 강화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이 과제 해결 여부가 2025년 이후 미국 경제의 성장 궤적과 인플레이션 안정화 여부를 가를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