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항공산업] 스위스의 항공기 제조업체 피라투스(Pilatus Aircraft Ltd.)가 미국 수출용 PC-12 및 PC-24 비즈니스 제트기의 인도를 일시 중단한다고 8일 밝혔다. 회사는 “미국 정부가 새로 부과한 39% 대(對)스위스 관세로 인해 막대한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피라투스의 최대 단일 시장인 미국은 연간 PC-12·PC-24 생산량의 약 40%를 흡수해 왔다. 그러나 이번 관세 조치로 해당 물량이 즉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회사 측은 “새로운 관세는 피라투스가 미국·유럽 경쟁사와 비교해 ‘의미 있는(handicapping)’ 불리를 초래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단기적으로 관세는 미국 인도 중단과 현지 사업 중단으로 직결되며, 고객사에도 불확실성을 확대한다.”
■ 관세(Tariff)란 무엇인가?
‘관세’는 국가가 해외에서 들어오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보호무역 수단으로 활용되며, 세율이 높아질수록 수입 가격이 상승해 자국 산업 보호 효과를 유도하지만, 동시에 소비자 가격 상승과 교역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
■ 스위스 정부·산업계의 여파
스위스 정부(베른)는 관세 인하를 놓고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스위스 경제학자들은 “기업들이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퇴출될 위험에 놓였고, 고용 축소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쇼트타임 워킹(Short-Time Working)’과 ‘자연 감원(Natural Attrition)’ 설명
쇼트타임 워킹은 일시적 수요 급감 시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 일부를 고용보험 등에서 보전받는 제도로, 해고 없이 인력 유지를 지원한다. 자연 감원은 퇴직·이직 등으로 발생하는 결원을 신규 채용 없이 흡수해 인력 규모를 완만히 축소하는 방식이다.
피라투스는 “3,000명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도 쇼트타임 워킹과 자연 감원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 생산·공급망 재편 전략
회사는 사라소타(플로리다) 신규 조립공장 건립을 가속화해 장기적으로 현지화 비율을 높이고, 단기적으로는 PC-12·PC-24 물량을 아시아·중동·남미 등 다른 시장에 전환할 방침이다. 이는 미국 관세 충격을 일부 완화하려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으로 읽힌다.
■ 고객·경쟁 구도 변화
미국 내 항공 임차·전세(Private Charter) 업체들은 피라투스 기종을 대량 운용해 왔으나, 고관세가 지속될 경우 동일 세그먼트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텍스트론(Textron)·혼다젯(HondaJet)·엠브라에르(Embraer) 등의 대체 기종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편 유럽 경쟁사 다소(Dassault Aviation)와 스웨덴 사브(Saab) 등은 “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겠다”면서도, 피라투스 물량 공백이 수주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향후 관전 포인트
- 스위스·미국 간 무역 협상 결과
- 사라소타 공장 착공·완공 속도 및 현지 부품조달 비중
- 세계 비즈니스 제트 수요 사이클과 대체공급자 전략
피라투스는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품질과 안전성에서 타협하지 않겠다”면서 “글로벌 고객 기반 확대와 기술 혁신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제트(Business Jet)는 기업인·고소득층 등이 이용하는 소형 전용기를 지칭한다. 통상 6~12석 규모이며, 장거리 고속 비행이 가능해 유연한 일정·프라이버시를 제공한다.
업계는 “관세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고급 특수기·병원기(Air Ambulance) 등 특수 미션용 항공기 시장에도 연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결국 피라투스의 선택은 글로벌 공급망 재정비와 시장 다변화에 귀결된다. 기업의 대응 속도와 정부 간 협상이 향후 수년간 스위스 항공산업의 경쟁 지형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