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지표 ‘조작’ 논란 속에서도 연준은 금리 인하 필요성으로 해석

워싱턴 D.C.—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고용보고서를 “조작됐다(rigged)”고 규정하며 미국 노동통계국 국장을 전격 해임한 사건이 시장에 충격을 줬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정책결정자들은 같은 통계를 경기 둔화의 신뢰할 만한 근거로 해석하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2025년 8월 12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토요일(현지시간) 연설에서 “최근 고용지표와 앞선 수치의 하향 수정은 노동시장의 활력 저하를 뚜렷이 보여 준다”며 “정책 대응이 지체되면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성장 모멘텀이 한층 약화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이지만,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하며 즉각적 인하를 주장한 두 명 중 한 명이다.

보먼 이사는 “노동시장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로 5월·6월·7월 석 달 동안의 고용 완만세를 지목했다. 또 다른 트럼프 임명자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또한 동조하면서, 두 사람 모두 지난달 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을 냈다. 시장은 이에 반응해 9월 16~17일 FOMC에서 금리가 인하될 확률을 85% 이상으로 반영하고 있다.


■ BLS·연준 독립성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이 발표한 7월 고용보고서를 두고 “현 정부의 경제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조작”이라며 스티브 드부이 국장을 해임했다. 하지만 BLS는 통계 편집 과정에 다중 검증 체계를 두고 있으며, 정치적 개입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그 신뢰성을 오랫동안 인정받아 왔다. 연준 내부에서도 “데이터가 왜곡될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연준은 정책 결정을 위해 BLS 통계뿐 아니라 민간 데이터·주간 실업수당 청구·대학·민간 연구소 설문 등 다층적 교차 확인을 수행한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알베르토 무사렘 총재는 최근 연설에서 “공식 통계에 더해 휴대전화 위치 정보·온라인 가격 지표 등 새로운 민간 데이터를 모두 대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현실은 조작할 수 없다”며 “기업이 실제로 채용을 늘리는지, 소비자가 물가 상승을 체감하는지가 모든 것을 말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숫자를 조작한다 해도 결국 현실은 드러난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체감 경기로 금세 드러나기 마련이다.” —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

■ 트럼프 ‘빚 부담 완화’ vs. 연준 ‘경기 둔화 대응’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신속히 금리를 내리면 국채 이자비용이 감소해 늘어나는 국가 채무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자신의 감세·반이민·무역 보호주의 정책이 경기 부양에 성공했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된다. 고용 성장세가 둔화하면, 세제 혜택과 관세 정책이 기대만큼 투자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7월 고용보고서를 둘러싼 갈등은 통계기관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가늠하는 시험대로도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밤 E. J. 안토니 헤리티지재단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새 BLS 국장으로 내정했다. 월가와 학계는 이 인사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후임 인선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데이터 ‘세이프가드(보호장치)’는?

미국에는 BLS 통계 외에도 경제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다층적인 후방·선행지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주 정부가 매주 공개하는 실업수당 청구는 노동시장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또한 BLS가 분기마다 집계·발표하는 고용·임금 분기 분석(QCEW)은 시차가 있지만, 월별 고용 추정치의 정확성을 사후 점검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민간 영역에서는 링크드인, 인디드 같은 온라인 채용공고 플랫폼과 구글·아마존 등 빅데이터 서비스에서 휴대전화 위치·온라인 가격·매장 결제 정보를 취합해 소비·채용·임금 흐름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한다. ISM 공급관리협회 지수, 컨퍼런스보드·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전미자영업연맹(NFIB) 설문 등도 연준이 즐겨 참고하는 대표적 민간 지표다.

연준 자체적으로는 매 분기 가계 재무건전성 데이터를 발표하고, 매 회의 전 베이지북을 통해 12개 지역 연방은행이 수집한 기업·가계 인터뷰를 종합한다. 무사렘 총재는 “공식 통계에 감(感)을 더한 정성적 정보가 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 전문가 시각: ‘데이터 불신’이 초래할 비용

경제학계 다수는 통계 신뢰성이 흔들리면 국채 금리 상승, 달러 가치 변동성 확대, 투자 지연 등 실질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장은 정부·기업·가계의 미래 현금흐름을 가늠하기 위해 정교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만약 투자자들이 BLS 통계를 정치적 산물로 의심한다면, 위험 프리미엄이 높아져 차입 비용이 상승할 수 있다.

또한 정책 의사소통이 복잡해질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뒤에도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구심이 남아 있다면,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 회복에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중앙은행의 정책 효율성을 떨어뜨려 정책 변동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통계기관의 독립성데이터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민간·공공 데이터를 균형 있게 활용해 다각도 평가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용어 설명

BLS: 미 노동부 산하 통계전문기관으로 물가·실업·임금 등 노동경제 지표를 생산한다. 연방예산은 물론 연준 통화정책, 사회보장연금 지급률 산정 등 공공·민간 정책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FOMC: 연준 산하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기준금리(연방기금금리)와 유동성 공급기조를 결정한다. 연준 의장, 이사회(BoG) 이사 6인, 12개 지역 연은 총재 중 5인이 표결권을 갖는다.

베이지북: 연준이 8주마다 발간하는 지역 경제 보고서. 각 지역 연은이 기업·소비자·노동조합·학계 인터뷰를 종합해 실물경제의 ‘바로미터’로 활용된다.

※ 본 기사에 인용된 모든 숫자·기관명·발언은 원문(로이터) 기사에 기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