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미국 고용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경로에 명확한 신호를 주지 못한 여파로 하락 폭을 키웠다. 리스크 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되며, 엔비디아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매도세가 재개됐다는 평가다. 일본 니케이는 2% 급락했고, 자원주 비중이 큰 호주 증시는 1.4% 하락, 한국 증시는 거의 4% 급락했다.
2025년 11월 21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스텔라 큐 기자는 시드니에서 “기대가 컸던 미국 고용 보고서가 금리 전망에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다시 위험회피 국면으로 회귀했다”고 전했다.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이 “눈부셨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위험 선호의 모멘텀은 지속되지 못했다.
전날 월가에서는 기술주 고평가 우려가 재점화되며 급락이 연출됐다. 엔비디아의 강력한 가이던스가 잠시 안도감을 제공했으나, 나스닥은 4월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발표로 시장이 흔들렸던 이후 가장 큰 하루 변동폭을 기록했다. 이는 기술주 중심의 밸류에이션 부담이 여전히 크고, 정책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9월 고용은 예상을 웃도는 신규 일자리 증가를 보였으나, 실업률 상승과 이전 달 수치의 하향 수정이 동시에 확인되며 연준의 판단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시장은 연준이 다음 달 노동시장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를 놓고 혼선을 겪고 있다. 특히 다음 고용 보고서는 연준 회의 이후에나 확인 가능한 일정이어서, 정책 결정을 앞두고 참고할 수 있는 신규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 국채금리는 하락했다. 금리선물은 12월 금리 인하 확률을 40%로 반영하며 전일의 30%에서 높아졌지만, 여전히 인하 단행을 확신할 만큼의 근거로는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모멘텀 부재 속에 투자자들은 위험 노출을 줄이며 관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장에는 긍정적일 요소가 충분했고, 초기에는 엔비디아의 강력한 분기 성적 덕에 월가가 힘차게 출발했다. 미국 고용지표 역시 기대할 수 있을 만큼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나 랠리를 끝까지 지탱할 모멘텀은 부족했다. 연달아 통과한 두 개의 중대 리스크 이벤트가 모두 ‘긍정적’ 결과였음에도,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베어리시(약세) 심리를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카일 로다, Capital.com 선임 애널리스트
연준 내부에서도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자산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포함해, 추가 금리 인하의 시점과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는 지금 추가 인하가 경제에 광범위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준 이사 리사 쿡은 자산가격의 과도한 하락 위험을 지적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달러가 원자재 통화 전반에 강세를 보였다. 달러는 호주달러 대비 3개월래 최고, 뉴질랜드달러 대비 7개월래 최고를 경신했다. 달러/엔은 157.50엔에서 보합을 보였고, 전날에는 10개월래 최고치인 157.9엔을 터치했다. 엔화의 급격한 약세로 일본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가 높다.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는 10월에 3% 상승해 단기 금리 인상 기대를 지탱했다. 다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의 새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 금요일에는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인 20조엔 이상의 경제대책 패키지가 공개될 예정이다.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는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다음 달 연준의 인하 가능성을 높여 잡으며, 2년물 수익률은 1bp 하락한 3.545%를 기록했다(전일에는 4bp 하락). 10년물 수익률은 4.092%로 보합권이었는데, 전일에는 3bp 내렸다.
원유는 약세를 이어갔다. 미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0.9% 하락한 $58.47를 기록했고, 주간 기준으로는 2.7% 내렸다. 금 현물은 온스당 $4,077로 보합을 나타내며 전일 대비 변동이 제한적이었다.
용어 해설과 맥락투자자 이해 제고
– 리스크 자산: 주식, 하이일드 채권, 원자재 통화처럼 변동성이 크고 경기 민감도가 높은 자산을 뜻한다. 불확실성 확대 시 회피 성향이 강화된다.
– 국채 수익률: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며, 미래 금리와 성장/물가 전망을 압축해 반영한다. 수익률 하락은 통상 완화적 정책 기대 또는 안전자산 선호를 시사한다.
– 금리선물의 인하 확률: 시장이 연준의 향후 금리 결정을 어떻게 베팅하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이번에 30%→40%로 높아졌지만, 정책 결정을 ‘확정’할 만큼의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 핵심 소비자물가: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로, 중앙은행이 중기 물가 압력을 가늠할 때 중시한다.
종합 분석
이번 미국 고용지표는 ‘고용 증가’와 ‘실업률 상승·이전치 하향’이라는 상충 신호를 동시에 내며, 연준의 12월 결정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확률상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월가와 아시아 증시는 밸류에이션 부담, 정책 불확실성, 그리고 추가 데이터 부재라는 세 요인이 겹치며 반등을 이어가지 못했다. 특히 기술주는 실적 대비 기대가 과도하다는 경계가 되살아나, 엔비디아의 ‘깜짝 실적’조차 방향성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원유·금의 제한적 변동은, 현재 시장이 성장 둔화 리스크와 정책 전환 기대 사이에서 균형을 모색 중임을 보여준다. 단기적으로는 정책 커뮤니케이션과 아시아 각국의 내수·재정 대응이 환율과 주식 변동성에 미칠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