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인덱스(DXY)가 0.23% 상승하며 2개월 만에 새 고점을 기록했다. 견고한 미국 고용·물가 지표가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면서 달러 강세에 불을 지폈다.
2025년 7월 3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천 건 증가한 21만8천 건으로, 시장 예상치(22만4천 건)보다 적은 증가폭을 보였다. 개인소득·지출, 고용비용지수,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 등도 대체로 견조해 미 노동시장과 물가 압력의 ‘끈질김’을 확인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비둘기파적 완화’ 대신 ‘제한적 긴축 유지’ 기조를 뒷받침한다.
앞서 3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며, 관세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감안할 때 적절히 ‘완만하게 제약적(moderately restrictive)’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밝혀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의 금리 인하 관측을 크게 낮췄다. 현재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9월 25bp(0.25%p) 인하 확률을 40%, 10월 회의를 36%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미국 주요 경제 지표 상세
•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근원 기준은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해 예상치(2.7%)를 상회했다.
•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0.3% 증가(예상 0.2%), 개인소비는 0.3% 증가(예상 0.4%).
• 2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0.9% 상승(예상 0.8%).
• 7월 MNI 시카고 PMI는 47.1로 4개월 최고치(전월 대비 +6.7p, 예상 42.0).
‘PCE 물가지수’는 Fed가 가장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로, 물가 추세를 보여주는 핵심 자료다. 고용비용지수(ECI)는 임금·혜택 등을 포함해 노동 코스트 상승 속도를 측정해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 위험을 판단하는 데 활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여파
달러 강세에는 관세 관련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기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대만과도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태국·캄보디아와 휴전에 합의한 뒤 무역 협정 체결이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관세가 글로벌 교역 둔화와 물가 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Fed 입장에서는 성장 둔화·물가 재가속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정책 완화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유로, 고용 호조에도 제한적 상승
유로/달러(EUR/USD)는 0.15% 상승했다. 유로존 6월 실업률이 사상 최저치 6.2%를 유지했으나, 독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1.8%)이 10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해 ECB(유럽중앙은행) 부양 기대가 여전하다. 스왑시장은 9월 ECB 25bp 인하 확률을 11%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참고: 스왑시장이란 금리·통화 교환 계약을 통해 중앙은행 정책 기대를 가격에 반영하는 파생시장이다. 확률 수치는 투자자들이 해당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베팅’한 규모를 의미한다.
엔화, BOJ 완화적 발언에 4개월 최저
달러/엔(USD/JPY)은 0.64% 올라 엔화가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0.50%로 동결하면서도 2025년 GDP 및 근원 CPI 전망치를 상향했다. 그러나 우에다 가즈오 총재는 “물가 추세가 2% 목표를 완전히 달성하지 못했으므로 완화정책을 유지한다”라고 말했다.
추가로, 7월 일본 소비심리지수는 33.7로 예상을 하회했고,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을 잃으며 재정 악화 우려와 엔화 약세가 겹쳤다. 다만 6월 산업생산(전월 대비 1.7% 증가)·소매판매(1.0% 증가)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해 경기 침체 우려는 일시적으로 완화됐다.
귀금속 혼조…은 가격 4주 저점
8월물 금 선물(GC)은 0.05% 상승했지만 9월물 은 선물(SI)은 2.89% 급락하며 4주 최저치를 찍었다. 달러 강세와 미국 긴축 전망이 금·은 가격 상단을 누른 가운데, 은 가격은 정제 구리 관세 제외 발표 후 구리가 21% 폭락하면서 산업 수요 동반 둔화 우려로 더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중국 7월 제조업 PMI가 49.3으로 경기 위축(50 미만)을 시사하자 중국발 산업금속 수요 둔화가 은 가격 하락을 심화시켰다. 반면 우크라이나·중동 갈등 지속,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對)인도 추가 제재 시사 등 지정학적 위험이 안전자산 수요를 일부 떠받쳤다.
달러 인덱스(DXY)란 무엇인가?
달러 인덱스는 유로, 엔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가중 평균한 지수다. 지수가 오르면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해졌음을 의미한다.
시장은 ‘강달러→해외 통화 약세→수입 물가 하락’이라는 전통적 인과가 이번에는 관세·공급 제약으로 인해 완화될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물가·무역 구조 변화가 글로벌 자산 가격에 미치는 복합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연준이 물가 안정 의무를 재확인한 만큼 ‘현행 금리 유지+데이터 의존적 접근’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9월 또는 10월 인하 가능성은 지표가 뚜렷한 디스인플레이션 신호를 줄 때까지 제한될 전망이다. 유로·엔 역시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와 정치·재정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 변수와 지정학 리스크는 안전자산 선호와 달러 강세를 동시에 자극할 수 있는 잠재 요인으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