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지표 ‘깜짝’ 호조…월가 사상 최고치 경신, 트럼프ㆍ파월 갈등에도 위험선호 확대

ORLANDO(플로리다) – 또 한 차례 긍정적인 미국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확대됐다. 17일(현지시간)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장중·종가 기준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거듭 압박한 가운데서도 시장은 흔들림 없는 ‘리스크 온(risk-on)’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025년 7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발표된 6월 소매판매·필라델피아 연은(Philly Fed) 제조업지수·생산자물가지수(PPI)·수입물가지수 모두 시장 기대를 웃돌았다. 물가가 과열된다는 징후는 제한적이었고, 이는 ‘경기 확장세 지속·인플레이션 안정’이라는 이상적 조합을 뒷받침했다.

실제 애틀랜타 연은의 GDPNow 모형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율 2.4%로 추정해 블루칩 컨센서스(2.0%)를 상회했다. 경제지표의 예상치 대비 실적을 보여 주는 Citi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도 5월 말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요 지수·자산군 동향

  • 나스닥 +0.7% 상승, 21,000포인트에 근접하며 사상 최고치.
  • S&P500 +0.5% 상승, 6,304포인트로 최고치 경신.
  • 러셀 2000(소형주) +1.2% 급등.
  • 달러인덱스 4주래 최고치 근접, 엔화는 3개월 최저치 부근에서 등락.
  • WTI유 +1.5% 이상 올라 배럴당 $67.58, 브렌트유 $69.55.
  • 넷플릭스 주가, 장 마감 후 실적 호조에도 3% 하락.

시장 참가자들은 미 경제지표의 개선과 더불어 실적 시즌 초기 성적표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날 유나이티드 항공·펩시코 실적이 기대를 웃돌았고, 18일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주목된다.


연방준비제도(Fed)ㆍ통화정책 변수

미 국채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9월에서 10월로 미루는 움직임이 관측됐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는 올해 두 차례 인하 전망이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는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시사하며 “고려 중이지만 ‘매우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시장은 중앙은행 독립성 훼손 문제에도 큰 동요를 보이지 않았으며, S&P500은 장중 낙폭이 1%도 채 되지 않았다.

※ 용어 설명
중앙은행 독립성’은 정부로부터 통화정책 의사결정이 정치적 압력 없이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원칙을 뜻한다. 1970년대 고(高)인플레이션 이후 세계 주요국은 독립성을 강화해 왔다.


글로벌 이슈: AI 수요 호조와 무역 협상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는 AI 칩 수요 증가를 배경으로 사상 최대 분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만 증시에서 TSMC 주가는 6개월래 최고치, 미국 예탁증권(ADR)은 4% 넘게 뛰었다. AI 관련 반도체 수요는 글로벌 주식시장 심리를 지지하는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무역전선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와의 합의가 매우 근접했고, 유럽과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상무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일본 측 협상대표 아카자와 료세이와 45분간 전화 통화를 가졌으며,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18일 도쿄를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면담할 예정이다.


일본 정치·금융시장 변수

21일 열리는 일본 참의원(Upper House)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 연립여당이 과반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세계에서 국가부채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이 추가 재정지출과 감세 압력에 직면할 경우, 엔화 약세(달러/엔 150엔 재돌파 가능성)장기 국채금리 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부각된다.

현재 20·30년 만기 일본국채(JGB)의 수익률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이는 미·독 등 선진국 장기물 금리에도 상방 압력을 가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결과에 따라 다음 주 JGB 금리가 재차 고점을 넘고 엔화가 3개월 저점을 경신할지 주목하고 있다.


향후 이벤트 캘린더

  • 7월 18일: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 7월 18일: 이시바 총리-베센트 미 재무장관 회동
  • 7월 18일: 독일 생산자물가지수(PPI) 발표
  • 7월 19일: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인플레이션 기대 발표
  • 7월 중: 미국 2분기 실적 시즌 피크, 주요 기업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실적 발표

JP모건 CEO 제이미 다이먼은 16일 컨퍼런스콜에서 “연준 독립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정치가 Fed를 건드리면 의도와 반대로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가에서는 S&P500이 역사상 세 번째로 빠른 속도로 20% 조정 이후 반등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선행 PER(주가수익비율) 22배는 1980년 이후 97번째 백분위에 해당한다. 나스닥은 최근 3개월 동안 40% 급등했다. 이는 ‘가격 부담’ 우려에도 투자심리가 여전히 강함을 보여 준다.

시장 전문가들은 “촉매(catalyst)가 부재한 상황에서 주가에 과열 경고가 잇따르지만, 실제 조정을 유발할 구체적 요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의장을 교체하거나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격화될 경우 단기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병존한다.

※ 참고: Term Premium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은 장기 국채금리에서 같은 만기까지 예상되는 단기금리 평균을 뺀 값으로, 투자자가 장기채 투자를 위해 요구하는 추가 보상을 의미한다.

현재 미 10년물 국채의 기간 프리미엄은 10여 년 만에 최고치로,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과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