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우려에 원유 가격 급락

WTI 9월물(티커: CLU25)은 1일(금) -1.93달러(-2.79%) 하락한 67.27달러에 마감했으며, RBOB 가솔린 9월물(RBU25)도 -0.0553달러(-2.54%) 떨어졌다.

원유와 가솔린 가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7월 미국 고용‧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글로벌 에너지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급락했다. 또한 같은 날 S&P 500 지수가 2주래 최저치로 밀리면서 경기 전망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에너지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2025년 8월 3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1일 밤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최소 10% 및 대(對)미 무역흑자국에는 15% 이상의 관세를 8월 7일 0시부터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고율 관세는 세계 경제 성장과 에너지 수요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WTI 차트

같은 날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도 기대치를 밑돌아 원유 가격 하락을 가속화했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7만3,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10만4,000명)를 크게 밑돌았으며, 6월 수치는 기존 14만7,000명 증가에서 1만4,000명 증가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7월 ISM 제조업지수도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한 48.0으로 9개월 만에 가장 큰 위축세를 기록해 예상치(49.5)를 밑돌았다.

RBOB 차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7월 2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휴전에 합의할 마지막 기한을 “10일 내”로 제시하며, 불응 시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에 대한 추가 제재를 예고했다. JP모건체이스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산 원유에 세 자릿수대의 관세가 실제 적용되면 제한적인 OPEC 여유 생산능력을 고려할 때 시장은 공급 충격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신규 제재를 승인했다. 구체적으로는 러시아 은행 20곳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 차단, 제3국에서 정제된 러시아산 석유 제품에 대한 제한,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가 지분을 보유한 인도 대형 정유소 블랙리스트 등이다. 이와 함께 ‘그림자 선단’으로 불리는 러시아 유조선 105척을 추가 제재해 제재 대상 선박은 400척을 넘어섰다.

“OPEC+는 9월 54만8,000배럴 추가 증산 이후 10월부터 증산 중단(pause)을 논의하고 있다.” – 블룸버그(7월 10일 보도)

블룸버그는 OPEC+가 하반기 수요 둔화를 우려해 10월부터 증산을 멈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재고가 하루 100만 배럴씩 증가하고 있어 2025년 4분기에는 세계 원유 소비의 1.5%에 해당하는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OPEC+는 8월 1일부터 하루 54만8,000배럴을, 9월 1일부터 동일 규모를 추가로 늘리는 결정을 이미 내린 상태다.

그러나 7월 5일 회의에서 OPEC+는 시장 예상(41만1,000배럴)을 웃도는 54만8,000배럴 증산을 결정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과잉 생산국에 대한 ‘가격 인하기술’로 비슷한 규모의 추가 증산을 시사했다. 이는 2026년 9월까지 220만 배럴의 2년간 감산분을 단계적으로 회복시키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또한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2023년 3월부터 중단된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 23만 배럴을 재개할 준비를 마치면서 추가 공급 확대 기대가 커졌다. 이라크는 OPEC 2위 생산국이다.

시장조사업체 보텍사(Vortexa)는 7월 25일 주간 보고서에서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의 해상 저장 원유가 전주 대비 23% 증가한 8,499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상 재고 확대는 통상 원유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 에너지정보청(EIA) 7월 25일 주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는 5년 평균 대비 5.6% 낮았고, 가솔린 재고와 중간유(디젤·난방유) 재고도 각각 0.7%, 15.2% 밑돌았다. 한편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전주 대비 0.3% 증가한 1,331만4,000배럴로 2024년 12월 초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즈 집계 기준 8월 1일 주간 미국 가동 원유 시추기 수는 전주 대비 5기 감소한 410기로, 3년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2년 반 만에 가파르게 감소한 수치다.

본 기사 작성 시점에서 필자 리치 애스플런드는 언급된 어떤 종목에도 직·간접 투자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자세한 내용은 바차트 공시 정책을 참고하면 된다.

추가 기사

기사에 명시된 견해는 저자 개인 의견이며 나스닥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지 않는다.


용어 설명초보 투자자 참고
WTI(서부 텍사스산 중질유)는 미국 원유 선물가격의 기준이 되는 유종이며, RBOB 가솔린은 미국 동부해안 지역에서 거래되는 정제 휘발유 선물이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를 말한다. SWIFT는 국제 금융기관 간 결제·정보 전달 네트워크로, 차단 시 해당 은행의 국제 송금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베이커휴즈 시추기 집계는 미국 내 에너지 업계의 투자·생산 동향을 가늠하는 대표적 선행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