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확대를 둘러싼 여론 동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권한을 전례 없이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인 다수가 이를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로이터/입소스(Reuters/Ipsos) 공동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2025년 9월 1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온라인 전국 조사는 미국 성인 1,08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전체 응답자의 표본오차는 ±3%포인트, 공화당·민주당·무당파 집단의 표본오차는 각각 5~6%포인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미국인은 대통령 권력에 분명한 한계와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도시 범죄 대응’을 명분으로 군 병력을 투입하고, ‘경제 비상사태’를 내세워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하려 한 점이 불안 요소로 작용했다.
1. 군 병력 투입에 대한 여론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워싱턴 D.C. 경찰권을 장악하고 주방위군(National Guard)을 투입했으며, 시카고·뉴올리언스 등 타 도시로도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는 “주(州) 내 대도시에 무장 군인이 배치될 경우 더욱 안전하다고 느끼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32%에 불과했다.
정당별로는 공화당 지지층의 62%가 군 순찰을 지지했지만, 무당파는 25%, 민주당은 10%만이 동의했다. 전체 응답자 중 “높은 범죄율 때문에 자주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20%에 그쳤으며, “범죄 때문에 대도시를 피한다”는 응답도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민은 범죄와 안전을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 제시 퍼거슨, 민주당 전략가
2. 경제 분야 개입 및 연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부문에서도 적극적인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의 지분 10%를 정부가 확보하자고 주장했고, 엔비디아(Nvidia)의 중국 매출에 대한 ‘수익 일부 환수’를 요구했다. 또한 미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이하 연준)를 향해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특정 이사 해임을 시도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금리를 결정하거나 기업의 생산 거점을 지정하는 권한을 부여해도 좋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16%에 불과했다. 세부적으로는 민주당 2%, 공화당 34%만이 긍정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무역적자를 ‘국가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다수 국가에 관세를 부과했고, 애플(Apple) 등 대기업에 대해 “해외 생산을 축소하라”고 경고해왔다.
3. 사법부 존중 및 견제 장치에 대한 인식
연방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은 초당적 합의를 보였다. 민주당 90%, 공화당 70%가 “대통령이 판결에 불복하더라도 법원 판단을 따라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일부 견제·균형(checks and balances)을 포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공화당 응답자의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민주당과 무당파에서는 각각 17%만이 동의했다.
4. ‘미국 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 약화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진술에 동의한 응답자는 29%로, 2017년 11월 조사 당시 38%에서 크게 하락했다. 민주당의 동의율은 12%(2017년 26%), 공화당은 55%(2017년 59%)로 감소했다.
이는 양당 지지층 모두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내 정치·경제 운영에 대한 회의감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5. 트럼프 지지율 및 해석
트럼프 대통령의 전국 지지율은 42%로, 공화당 지지층 10명 중 9명은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칼리지의 정치학자 데이비드 홉킨스는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유권자들은 범죄나 경제 문제를 우려하더라도, 이를 ‘전례 없는 비상사태’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대통령이 ‘전례 없는 조치’를 실행할 명분은 약하다.”
홉킨스 교수는 또한 “트럼프 개인의 충성 지지층은 대통령 권한 강화를 지지하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일정 부분은 무제한적 권력 행사를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6. 전문가 시각 및 전망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권력 확대 시도가 삼권분립 원칙을 시험대에 올려놓았다고 평가한다. 향후 대법원 판결과 의회의 견제 여부에 따라 제도적 균형이 유지될지, 혹은 행정부 우위로 기울지 결정될 전망이다.
경제계 역시 대통령의 기업 지분 확보·생산지 지정·관세 부과 등 개입을 ‘정책 불확실성’으로 본다. 이는 투자·고용 계획에 변수를 만들 수 있어, 월가(華街)와 실물 경제 모두 향후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와 같은 독립 기관에 대한 압박은 시장 신뢰를 흔들 수 있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약화될 경우, 달러 가치와 국채 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 용어해설: ‘체크 앤드 밸런스(Checks and Balances)’
체크 앤드 밸런스는 미국 헌법 체계에서 입법·행정·사법 3권이 상호 견제하며 권력 집중을 방지하는 장치다. 대통령이 특정 분야에서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할 경우, 의회 입법·예산권과 사법부 판결 등이 이를 제어한다.
8. 기자의 시각
이번 조사 결과는 ‘권력 집중’ 이슈가 2026년 예정된 차기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계속할 경우, 공화당 내부에서도 통치 스타일과 제도 존중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또한 보수·진보 진영을 막론하고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자부심이 약화된 점은 바이든·해리스 등 민주당 지도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각 진영이 정치적 수사보다는 제도적 안정과 정책 실효성을 중심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