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발(Reuters)—브라질 주요 은행들이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제재가 자국 연방대법원(A Supremo Tribunal Federal, STF) 소속 알렉상드르 지 모라이스(Alexandre de Moraes) 대법관을 겨냥하면서 불거질 국내 금융 시스템의 파장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각 은행의 법무팀은 미국 측의 ‘재정적 고립’ 조치가 실제로 브라질 내 거래‧결제망에까지 얼마나 확장될 수 있는지를 집중 검토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대법원이 감독 중인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의 ‘쿠데타 모의’ 재판과 맞물려 있어 정치·경제적 파급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평가다.
제재 배경과 내용1
모라이스 대법관은 2022년 대선 패배 뒤 결과 번복 시도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형사 재판을 주재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정부 전복을 시도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투표 결과를 뒤집기 위한 회동에 참석했다고는 시인했다.
미국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는
“마녀사냥(witch hunt)”
이라며 해당 재판을 강력히 비난했고, 7월 30일(현지시간) 모라이스 대법관의 미국 비자를 취소한 데 이어 글로벌 마그니츠키법(Global Magnitsky Act)에 따라 그를 직접 제재했다. 이 법은 중대한 부패나 인권 침해가 의심되는 외국인 개인·단체에 대해 자산동결과 금융거래 차단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글로벌 마그니츠키법이란?
2016년 제정된 이 법은 러시아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세무사의 의문사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해외 인권 탄압·부패 행위자를 전 세계 어디서든 제재할 수 있는 미국 재무부의 ‘금융 핵옵션’으로 통한다.
브라질 금융권의 대응
마그니츠키 제재로 모라이스 대법관은 미국 관할권 내 자산이 즉시 동결되고, 비자(Visa)·마스터카드(Mastercard) 등 미국계 카드 네트워크를 통한 결제가 원천 차단된다. 브라질 대법원은 “모라이스 대법관은 미국 내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미 달러 기반 결제망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 국제 금융거래에서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우려해 외국 은행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에 따라 브라질 은행권은 달러 결제·송금·외환 거래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예의주시한다.
브라데스코(Banco Bradesco) 최고경영자 마르셀루 노혼야(Marcelo Noronha)는 7월 31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여러 국제 로펌에 자문을 의뢰해 제재 범위를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5대 은행 소속 고위 임원은 “국내 통화(BRL)로 이뤄지는 순수 내국 결제는 안전하지만, 해외지점 또는 외환거래는 미국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시중은행에 별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는지 여부를 즉각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의 파장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자 하원의원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Eduardo Bolsonaro)는 현재 미국을 방문 중이다. 그는 부친 로비 활동 및 2023년 1월 정부기관 난입 시위대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과 접촉해 모라이스 제재를 촉구했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소셜미디어에서
“모라이스를 지지하는 대가가 감당할 수 없을 수준이 될 것이며, 미 당국이 이를 면밀히 추적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브라질 좌파 정부는 강력 반발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acio Lula da Silva) 대통령은 “브라질 사법부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간섭”이라고 규정했고, 제르지우 알크민(Geraldo Alckmin) 부통령도 “판사가 자기 업무를 수행한 것 때문에 제재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 대법원의 입장과 여론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7월 30일 성명을 통해 “헌법과 법률 수호라는 소임에서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같은 날 밤, 모라이스 대법관은 상파울루의 한 축구 경기장에서 관중의 환호에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현지 언론과 SNS에는 그가 특정 관중을 향해 모욕적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이 급속히 확산됐는데, 지지·반대 진영 간 감정의 골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국가 무역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
이번 제재와 동시에 미국 행정부는 브라질산 일부 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공식 발표문에는 보우소나루 재판이 직접 언급돼, 경제 제재와 사법 갈등이 ‘동전의 양면’처럼 연결돼 있음을 시사했다.
무역 전문가는 “법관 개인에 대한 제재가 양국 교역까지 휘어잡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외교·통상 마찰로 비화할 소지를 경고했다.
향후 관전 포인트
1) 브라질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은행의 대미(對美) 노출을 제한하는 긴급 규정을 마련할지, 2) 모라이스 대법관에 대한 국제 카드 결제 차단이 현실화될지, 3) 미국이 추가로 브라질 정부 인사나 기업까지 제재 범위를 확장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또한 2026년 대선을 앞둔 브라질 정치권에서 ‘사법 독립 vs 외부 압력’ 프레임이 격화하며, 투자심리 변동성이 증폭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 평가
국제제재 전문 변호사 아나 파울라 코스타(Ana Paula Costa)는 “글로벌 은행은 달러 결제망에 접근하려면 미국 재무부 지침을 따라야 한다”면서,
“브라질 내 자국 통화 거래라도,
미 달러 환산 관점에서 ‘미국 관할성’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고 조언했다.
경제학자 카를루스 페헤이라(Carlos Ferreira)는 “투자자들은 이미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물가와 무역수지에도 부정적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결론
모라이스 대법관 제재는 단순한 개인 제재를 넘어 브라질 금융·정치·외교 전 영역에 긴장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미국의 금융지배력이 촉발한 법·통화·무역 연쇄 충격이 상반기 세계 신흥시장 최대 변수로 부상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