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對브라질 고관세 압박, 8월 1일 시한 앞두고 복수 협상전략 가동

【워싱턴·브라질리아】 미국이 브라질산 상품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초강경 카드를 예고하면서 양국 간 통상전선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브라질 측은 국가 차원의 정부 협상민간 로비라는 두 갈래 전략을 동시에 가동, 막판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2025년 7월 2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8월 1일로 예정된 관세 발효 시점을 앞두고 브라질은 정치·경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에 돌입했다. 이 같은 분석은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가 개최한 전화회의에서 아르코 어드바이스(Arko Advice)의 최고경영자(CEO) 치아구 지 아라강(Thiago de Aragão)이 내놓은 것이다.

아라강 CEO는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선임연구원이자 국제 암퇴치단체인 FightCancer Global 이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번 관세 위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자주 목격됐던, 정치적 지렛대경제적 야심을 결합한 전형적 협상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1. 정치적 요구와 경제적 압박의 이중구조

미국 측은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에게 정치적 이슈경제적 개방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前)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에 대한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나, 이는 사실상 행정부 권한 밖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적 요구는 룰라 대통령이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보호무역 완화 같은 경제적 요구는 협상 여지가 있다” – 아라강 CEO

아라강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명확한 요구사항을 문서화하지 않은 채 압박을 가하는 이른바 “모호한 협상술“을 구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구체적 타깃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어 전략을 짜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2. 두 갈래 전략: 정부 협상 vs. 민간 로비

브라질 정부는 관세 상한선을 10~15%로 묶어내는 것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다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에탄올·옥수수 보조금 축소, 미국산 제품 시장 개방 등 국내적으로 고통 분담 조치를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일부 브라질 기업들은 정부를 우회해 미 행정부와 직접 접촉, 자사 품목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영어로는 carve-out)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멕시코가 과거 미·멕시코 관세 분쟁에서 활용했던 방식과 유사하지만, 협상 전선이 분열될 경우 국가적 협상력 약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3. 국내 정치적 파급 효과

흥미롭게도 룰라 대통령은 이번 갈등을 “국가 주권 수호” 프레임으로 전환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하락세를 보인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환율 변동·수입물가 상승 등 국내 경제에 대한 충격과 동시에 정치적 실익이 상쇄될 위험도 존재한다.

또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농업·보수층과의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압박이 자칫 내년 지방선거 국면까지 이어질 경우, 룰라 정부의 통치 동력에도 적지 않은 그림자가 드리울 전망이다.


4. 브라질의 맞대응 카드

만약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50% 관세를 실제로 발동한다면, 브라질은 제약·기술 부문을 겨냥해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제프리스 콜에서 아라강 CEO는 “브라질 정부는 제약 특허를 해제하거나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8~2020년 미·중 무역전쟁 당시 중국이 미국 농산물·기술 기업을 차례로 압박하며 협상력을 확보했던 선례와 유사하다. 다만 상대는 GDP 1위 미국이며,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만큼 시장 불확실성이 대두될 수 있다.


5. 전문가 해설: ‘모호한 협상술’이란 무엇인가?

‘모호한 협상술(vague negotiation style)’은 상대국에 구체적 요구 목록을 제시하지 않은 채, 과도한 벌칙(예: 초고율 관세)을 예고해 상대의 불확실성 코스트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협상 대상국은 어떤 조건을 수용해야 제재가 철회될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더 큰 양보를 하거나 시간에 쫓겨 불리한 합의를 맺을 가능성이 커진다.

CSIS 선임연구원 아라강은 “이 같은 전략은 내부 정치용 메시지 효과는 크지만, 상대국 반발을 유발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윈-윈 구조를 해친다“고 진단했다.


6. 단어·용어 이해 돕기

CSIS: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비영리·초당파 연구기관인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의 약칭. 미·중 전략경쟁, 안보·경제 이슈 연구로 유명하다.

FightCancer Global: 전 세계 암 연구 및 치료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 NGO.

Carve-out: 통상 협상에서 특정 품목이나 기업만 관세·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주는 예외 조항.


7. 기자 관전평

관세 상한을 15% 이하로 묶어내더라도, 브라질이 받아들여야 할 재정·정치적 비용은 상당하다. 특히 친환경 정책을 추진해온 룰라 정부 입장에서 에탄올·옥수수 보조금 축소는 농민 기반 표심을 위협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미국 우선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유인이 충분하다.

결국 남은 시간은 불과 며칠. 양측이 최악의 시나리오(50% 관세 전면 발효)를 피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긴급 촉발할지가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글로벌 시장 참가자 역시 대체 공급망 확보와 환리스크 관리에 당장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