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의 가계가 주거지를 선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는 ‘안전’이다. 대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범죄율이 낮다고 알려진 교외(suburb) 지역은 중산층 가구를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가 존재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교외 범죄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돼, 실질적으로 얼마나 안전한가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확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25년 8월 9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재정·부동산 정보업체 스마트에셋(SmartAsset)은 대도시에서 차량으로 45분 이내 접근 가능한 360개 교외 도시를 대상으로 폭력 범죄, 재산 범죄, 약물 과다복용, 교통사고 사망, 과음 비율 등 다섯 가지 변수를 종합 평가해 ‘미국에서 가장 안전한 교외 도시 순위’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상위 10개 도시는 모두 전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범죄율을 기록했으며, 동시에 생활임금 요건과 중간 가구소득 간의 격차가 지역별로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마트에셋은 1인당(Per Capita) 범죄율을 지표로 활용했다. 이는 해당 지역 총인구 대비 범죄 건수를 나눈 값으로, 절대적인 사건 수가 아닌 ‘인구 1명당 얼마나 범죄가 발생했는가’를 나타낸다. 또한 중간 가구소득(Median Household Income)은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중앙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의미한다. 평균값(산술평균)과 달리 극단치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지역 생활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통계다.
상위 10개 안전 교외 도시 세부 현황
10위. 프리스코(Frisco), 텍사스주
• 폭력범죄율: 0.0052
• 재산범죄율: 0.0215
• 중간 가구소득: 146,158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최소 필요 연소득): 125,280달러
9위. 매키니(McKinney), 텍사스주
• 폭력범죄율: 0.0059
• 재산범죄율: 0.0152
• 중간 가구소득: 120,273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96,480달러
8위. 엣지워터(Edgewater), 뉴저지주
• 폭력범죄율: 0.0006
• 재산범죄율: 0.0142
• 중간 가구소득: 137,847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122,400달러
7위. 레이턴(Layton), 유타주
• 폭력범죄율: 0.0126
• 재산범죄율: 0.0267
• 중간 가구소득: 99,188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91,080달러
6위. 부퍼드(Buford), 조지아주
• 폭력범죄율: 0.0028
• 재산범죄율: 0.0092
• 중간 가구소득: 71,598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82,800달러
5위. 다큘러(Dacula), 조지아주
• 폭력범죄율: 0.0017
• 재산범죄율: 0.0062
• 중간 가구소득: 74,900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82,800달러
4위. 록빌(Rockville), 메릴랜드주
• 폭력범죄율: 0.0064
• 재산범죄율: 0.0198
• 중간 가구소득: 122,384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108,360달러
3위. 그레이트폴스(Great Falls), 버지니아주
• 폭력범죄율: 0.0004
• 재산범죄율: 0.0032
• 중간 가구소득: 250,000달러 이상
• 4인 가족 생활임금: 268,920달러
2위. 베데스다(Bethesda), 메릴랜드주
• 폭력범죄율: 0.0014
• 재산범죄율: 0.0197
• 중간 가구소득: 191,348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205,560달러
1위. 레하이(Lehi), 유타주
• 폭력범죄율: 0.0072
• 재산범죄율: 0.0158
• 중간 가구소득: 125,860달러
• 4인 가족 생활임금: 108,720달러
표에서 확인되듯 폭력범죄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버지니아주 그레이트폴스(0.0004)이며, 재산범죄율 역시 동일 지역이 0.0032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전체 1위를 차지한 유타주 레하이는 폭력범죄율이 0.0072로 일부 하위권 도시보다 높지만, 재산범죄와 과음·교통사고 및 약물 과다복용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종합 점수에서 우위를 확보했다.
교외 지역의 안전도가 높다고 해도 ‘거주 비용’은 또 다른 선택 기준이 된다. 예컨대 그레이트폴스의 경우 연 25만 달러 이상의 중간 가구소득을 기록해 미국 상위 5% 안에 드는 고소득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와 달리 부퍼드나 다큘러처럼 중간 가구소득이 7만 달러 초 반에 머무르면서도 범죄율이 낮은 지역도 있어, 가계 소득 대비 기대 가능한 생활 수준을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교외 지역이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재택근무 확산과 인구 이동으로 범죄 유형과 발생 위치가 다변화되는 만큼 ‘완전무결한 지역’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통사고 사망률과 과음 지표는 지역 사회 기반 시설 및 공공정책과도 직결되므로, 학교, 병원, 공원, 대중교통망 등 사회적 인프라 수준을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한편, 조사 대상 360개 도시 평균 폭력범죄율은 0.032, 재산범죄율은 0.076으로 나타나, 상위 10개 도시는 평균 대비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이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데이터는 ‘Data-driven Decision’—통계 근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의 중요성을 방증한다.
용어 해설: ‘생활임금(Living Wage)’은 특정 지역에서 4인 가족이 주택·식비·보건의료·교육·교통 등을 충족시키며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연소득을 의미한다. 본 조사에서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산하 Living Wage Calculator의 수치를 활용했다.
결과적으로, 안전성과 생활비용을 동시에 고려하는 가구라면 텍사스·조지아·유타주 일부 지역처럼 중간 가구소득과 생활임금 간의 괴리가 크지 않은 지역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워싱턴 D.C. 인근 고소득 지역에 거주하려면 높은 소득 수준이 요구되므로, 자녀 교육·직주근접·커뮤니티 네트워크 등 비가시적 가치까지 종합 평가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문가 시각에서 볼 때, 미국 교외 주택시장은 원격 근무·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향후에도 탄력적인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방정부 차원의 주거 인프라 확충 정책이 미흡할 경우, 교통·공공안전·보건의료 분야의 부담이 거주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 장기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안전한 생활환경’과 ‘지속 가능한 주거비용’은 상호 보완적인 요소다. 실거주를 고려하는 소비자는 범죄 통계뿐 아니라 생계비, 교육여건, 지역 경제구조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최적의 거주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이번 조사를 통해 재차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