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베리(스코틀랜드)발 ―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 시간 27일(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새로운 무역협정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에는 EU산 제품이 미국에 들어올 때 일률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과 함께, EU가 미국산 에너지·군사 장비를 대규모로 구매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2025년 7월 27일, 로이터 통신의 심야 속보에 따르면 이번 협정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전 체결된 2020년 ‘1단계 미·EU 협상’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관세율을 적용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양측 간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단호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가 $6,000억 달러(약 786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셰일가스·액화천연가스(LNG) 인수와 미사일 방어 체계 도입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도 브뤼셀 화상 기자회견에서 “전 품목 15% 관세는 양대 경제권의 무역구조를 재조정(rebalance)하기 위한 절충안”이라며, “EU는 미국산 LNG·방위 물자를 적극 구매하는 대신 자국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성을 일정 부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내용 및 배경 설명
이번 합의는 2018년 이후 이어진 미·EU 무역갈등의 종지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촉발했다. 이후 EU도 미국 농산물·위스키·오토바이 등에 보복관세를 매겼다. 15% ‘전면 관세’는 개별 품목별로 달랐던 양측의 관세 체계를 하나로 맞춘 특례 규율이다.
관세(Tariff)란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내 산업 보호와 재정 수입 확보가 목적이다. 이번처럼 전 품목에 동등 비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Across-the-board tariff’라고 부르며,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대신 품목별 차등화 전략은 포기해야 한다.
무역 전문가들은 EU의 대규모 미국산 에너지 구매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EU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40%대에서 15% 미만으로 낮췄다. 이번 협정으로 EU는 텍사스·펜실베이니아산 LNG에 대한 장기 구매계약을 발효,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다.
시장 파급 효과와 전망
뉴욕 월가 투자은행들은 “관세 15%는 EU 기업의 대미 수출 가격경쟁력을 일정 부분 갉아먹겠지만, 달러 강세와 미국 내 견조한 수요를 감안하면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반면, 프랑크푸르트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제조업체 입장에서 미국 시장은 매출 비중이 평균 20% 이상”이라며 향후 수익성 하락을 우려했다.
미국 측에서는 방산·에너지 주가가 즉각적인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록히드마틴, 노스럽그루먼, 셰브론 등은 EU발 신규 주문을 계기로 실적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 출신 통상학자들은 “15%라는 관세 수준은 WTO(세계무역기구) 허용 범주를 넘어설 수 있다”며, 제소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WTO는 글로벌 경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구시대적 기구”라고 일축했다.
향후 절차
협정문은 ‘미·EU 무역·투자 파트너십 협정(USEU-TIPA)’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될 예정이다. EU 27개 회원국과 미국 의회의 비준 절차가 남아 있어, 정식 발효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비준 과정에서 농업·자동차·항공 등 이해관계 업계의 로비전이 예상된다. 특히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세액공제(IRA)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추가 관세가 부과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1·2위 경제권 간 관세 동맹이 형성되면, 중국·러시아·인도 등 비(非)서방권이 전략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실제로 중국 상무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일방적 관세 인상은 다자주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정책·법률적 쟁점
관세법상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나 국가비상조치법(IEEPA)에 따라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번 협정은 쌍방 합의이므로 ‘보호무역’ 논란에서 한발 비켜섰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EU 측 법률 검토단은 “단일 관세 15%는 WTO GATT 제XXIV조(관세동맹 및 자유무역지대)에 부합할 수도 있다”면서도, 의회와 회원국 간 조율에 따라 관세율 조정 또는 예외 품목이 도입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요약
미국과 EU가 27일(현지 시각) 전 품목 15% 관세와 6,0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포함한 포괄적 무역협정에 합의했다. 협정은 EU의 대규모 미국산 에너지·군수장비 구매를 조건으로 하며, ‘USEU-TIPA’라는 이름으로 6개월 내 발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시장은 방산·에너지 업종의 수혜와 EU 제조업체의 비용 증가를 동시에 주목하고 있다. WTO 제소 가능성, EU 회원국 비준 과정, 중국 등 제3국의 대응이 향후 추가 변수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