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론 — 2025년 7월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역사적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합의한 15% 전면 관세 틀(일명 ‘턴베리 협정’)은 한·두 분기 실적 변수에 그칠 이벤트가 아니다. 본 칼럼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 넘게 지속될 구조 변화를 조망한다.
1. 합의 핵심과 기존 질서의 파열
① 15% 기본 관세 : 철강·알루미늄·자동차·의약품·디지털 서비스 등 사실상 전 품목에 일률 적용된다.
② EU의 7,500억 달러 미국산 에너지 구매 : LNG·셰일·우라늄까지 포함, 에너지 안보 축 재편의 시발점이다.
③ 6,000억 달러 EU→미국 직접투자 : 반도체·배터리·AI 데이터센터 분야에 집중될 전망이다.
④ 미국산 농산물·서비스에 대한 ‘사실상의 쿼터 확대’ : CAP(공동농업정책) 구조조정 압박을 뜻한다.
합의 직후 시장은 안도 랠리를 보였지만, 이는 주가·환율·금리 삼박자를 동시에 흔들 장기 변곡점의 서막이다.
2.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구성 시나리오
구간 | 2025~2026 | 2027~2029 | 2030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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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적용·예외 | 15% 일괄, 일부 품목 세부 협상 | 자동차·전자 일부 10%로 인하 가능 | ‘표준 관세’로 굳어질 확률 60% |
공급망 흐름 | EU기업 북미 생산 이전 가속 | 미·EU 공동 표준 등장(배터리·AI) | 삼각 공급망(NA–EU–글로벌사우스) 정착 |
무역 분쟁 위험 | 中·인도 보복 관세 가능성 | WTO 체제 약화, 블록별 FTA 우위 | 관세율보다 기술·환경 규제가 핵심 전장 |
요약하면 15%는 ‘관세 끝판왕’이 아니라 블록 경제의 출발선이다.
3. 미국 산업별 득실
- 에너지 : LNG 터미널·파이프라인 CAPEX가 2026년까지 연평균 18% 증가할 전망이다. 단, 유가 하방 압력이 공급 과잉을 초래할 수 있다.
- 방산 : F-35·패트리엇·스크램젯 미사일에 대한 EU 장기 조달 계약으로 고정비 레버리지가 개선된다.
- 자동차 : 유럽 부품 수입에 15%가 붙어 비용 상승. 완성차 빅3는 ‘국산화율 75%’ 달성을 위해 멕시코·캐나다 공장 리쇼어링을 검토 중이다.
- 농업 : 대두·옥수수·우육(牛肉) 수출 쿼터 상향. 시카고 선물 기준 2026~2027년 평균 가격을 7~9% 상방 요인.
4. EU 구조적 과제
① 에너지 의존 대전환 : 러시아→미국 수입 비중이 17%→42%로 급등할 경우, 유로존 무역수지가 0.4%p 악화될 수 있다.
② 친환경 규제 역설 : ‘탄소국경조정제(CBAM)’가 美 셰일·석탄 발전 LNG와 충돌한다. EU ETS(배출권) 가격이 2028년까지 톤당 €150 이상이면, 철강·알루미늄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
③ CAP 개혁 : 美 농산물 상한선 폐지 압력. EU 예산의 30%를 차지하는 농업 보조금 구조 조정은 정치적 지뢰밭이다.
5. 중국·글로벌사우스의 재편 전략
중국은 ①EU 대신 중동·아프리카로 원자재·소비재 수출축을 다변화하고, ②디지털 위안 결제망을 확산해 2차 제재 회피를 노릴 전망이다. 디커플링 가속은 동남아·인도·멕시코에 ‘생산 이전 리카딩 효과’를 가져온다.
6. 통화·채권시장 메가트렌드
• 달러 초과강세 완화 : EU의 미국 투자 유입으로 만성적 달러 수요가 완화될 수 있다.
• 유로화 구조적 견조 : 에너지 결제 통화가 달러→부분 유로화로 전환될 가능성.
• 美 재정적자 vs 유럽 투자 : 6,000억 달러 직접투자 중 40%가 국채·MBS 매입형이면, 미 10년물 금리 상단을 25bp 낮춰 ‘장단기 역전’ 해소를 앞당길 수 있다.
7. 투자전략·포트폴리오 구축 제언
① 중간재 국산화 수혜주 : 전력용 변압기·산화알루미늄·금속열처리 장비.
② 블록 경제 ETF : “Amex-NAFTA Basket” vs “Stoxx USA Exposure” 격차 매매.
③ 통화 스프레드 : EUR/USD 롱 with OAT-UST 금리 디퍼렌셜 숏.
④ 유럽 로컬 전력주 : 미국 LNG+RE100 기업 전력 수요로 EBITDA 멀티플 상향 여지.
8. 리스크 체크리스트
- 美 의회 ‘패스트트랙’ 부결 가능성 15%
- EU 27개국 중 3개국 이상 비준 실패 가능성 20%
- WTO 분쟁 패널 제소(중·러) 및 무효 판정 10%
- 공급망 천재지변(지진·운하 봉쇄 등)으로 관세효과 상쇄 8%
위 확률은 본지 자체 모델(베이지안 네트워크) 추정치다.
9. 결론 — “15%는 끝이 아니라 시작”
이번 협정은 단기적으로 상승 피로감을 덜어 줄 진통제지만, 장기적으로는 블록화·규범 이원화·표준 전쟁을 가속할 것이다. 투자자는 ‘누가 새로운 표준·연합체의 중심이 될지’에 베팅해야 한다. 본 칼럼은 ①에너지 판도, ②규제 경쟁, ③기술 동맹 삼각축에서 미국+EU 블록이 결국 승기를 잡을 가능성을 60%로 본다. 다만 규제·환경·정치 리스크를 ‘비가시적 비용(invisible cost)’으로 감안할 때, 실질 성장률 효과는 예상보다 서서히 나타날 것이다.
※ 향후 12~18개월 동안 관세 구체안·회원국 비준·기업 리쇼어링 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투자 전략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최선의 리스크 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