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발—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조심스럽지만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합의는 오는 8월 1일(금) 관세 인상 시한을 앞두고 기업과 금융시장에 가시성을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2025년 7월 27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요일 저녁 “미국과 EU가 무역 협정의 기본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프레임워크 딜’을 통해 관세 갈등을 완화하고, 양측 기업 활동에 확실성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합의의 핵심은 EU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를 미국이 부과하되, 그 대신 EU가 미국산 에너지 및 군수 장비를 대규모로 구매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는 상호 호혜적이며, 양쪽 노동자에게 모두 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뉴저지주 뉴버넌(New Vernon)에 위치한 체리랜스 인베스트먼트(Cherry Lance Investments)의 파트너 릭 메클러(Rick Meckler)는 “이번 합의는 지난 7월 23일 체결된 미·일 무역 협정과 궤를 같이한다. 일본 사례에서처럼 투자자들은 본 협상 역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주 미중·미EU 간 무역 긴장 완화 기대감이 강해지면서 S&P 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유럽 Stoxx 600 지수도 6월 초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반면 4월 2일 ‘해방의 날(Liberation Day)’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폭탄을 예고했을 때는 경기 침체 공포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미·EU 협상에 앞서 이뤄진 미·일 무역 합의는 이번 협상을 가속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특히 일본산 자동차(대미 수출의 25% 이상 차지)의 관세율이 종전 27.5%에서 15%로 인하되는 내용은 글로벌 자동차·부품주 전반에 호재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8월 1일 미국 정부가 ‘광범위한 무역 상대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여부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런던 소재 페퍼스톤(Pepperstone)의 선임 리서치 스트래티지스트 마이클 브라운(Michael Brown)은 “이러한 합의가 나오면 유로화(EUR)의 상승과 주가지수선물의 랠리를 예상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상 주식시장은 작은 핑계만 있어도 상승세를 이어갈 태세였고, 이번 뉴스가 명분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주가지수선물(Equity Futures)’이란 S&P 500·나스닥100 같은 주가지수의 미래 가치를 미리 사고파는 금융상품이다. 통상적으로 현물 주식시장보다 선행적인 가격 움직임을 보여 시장 심리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이번 합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마라톤 협상을 진행한 뒤 극적으로 타결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SNS를 통해 “대서양 양쪽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용어·배경 설명
관세(Tariff)는 특정 국가에서 물품을 수입할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세율이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올라 국내 생산자 보호 효과가 생기지만,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교역 상대국의 보복 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불린다.
프레임워크 딜(Framework Deal)은 구체적 수치·조건은 남겨두고, 주요 방향성만 합의한 ‘틀 합의’를 뜻한다. 실제 발효까지는 세부 문안 조율과 각국 의회 비준 등 절차가 남는다.
전망 및 분석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단기 불확실성 해소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5%’라는 관세율이 최종 확정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만약 8월 1일 전까지 후속 세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시장은 다시 변동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방산 분야에서 미국 기업이 얻을 수 있는 수출 기회가 확대되는 반면, EU 역내 산업 보호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2018~2019년 미·중 무역 분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관세 정책은 국가 간 정치·외교적 레버리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달러화와 유로화의 환율 변동, 양 지역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 등 거시 지표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향후 시장은 ① EU의 미국산 에너지·군수 장비 구매 규모 ② 8월 1일 관세 인상 연기 여부 ③ 일본, EU를 넘어선 영국·캐나다·멕시코 등과의 추가 협상 진행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위험자산(주식) 시장은 당분간 ‘안도 랠리’를 누릴 수 있지만, 무역 정책 불확실성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 투자 전략 수립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