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무역 합의에도 유럽 방위산업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이유

유럽 방위 관련 주가가 이번 주 초 흔들렸지만 시장 전문가는 방위산업 호황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25년 7월 3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합중국과 유럽연합(EU)은 일요일(현지시간) 무역·투자 기본 합의를 발표했다. 양측은 합의문을 통해 EU가 2028년까지 미국 경제에 6,000억 달러를 신규 투자하고, 미국산 군수 장비를 ‘대규모’로 구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구체적 품목과 일정은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프랑스 탈레스(Thales) 주가는 4.3% 하락했고, 독일의 렝크(Renk)라인메탈(Rheinmetall)은 각각 5.1%, 3.3% 떨어졌으며, 이탈리아 레오나르도(Leonardo)도 0.74% 하락했다. 투자자들은 EU가 미국산 무기를 대량 구매하면 유럽 방위기업의 매출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했으나, 상당수 애널리스트는 이를 과도한 반응으로 평가했다.


합의 내용과 숫자의 불확실성

백악관은 이번 합의로 6,000억 달러 규모의 민간 투자가 2028년 말까지 미국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수천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가 이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EU 집행위원회는 ‘방위’ 대신 에너지·AI 칩을 중심으로 700억 유로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석유·원전 연료, 400억 유로 상당 AI 반도체를 구매하겠다고만 명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미군수 구매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RBC 캐피털마켓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 피터 샤프릭(Peter Schaffrik)은 “유럽이 독자적으로 모든 수요를 충족할 생산 능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산 방위 물자 구매는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라며 “합의서 금액이 기존 계획에 추가인지 대체인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미국 방위산업체가 얻는 기회와 한계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노스럽그러먼(Northrop Grumman), 레이시온(Raytheon) 등 미국 업체는 이미 나토 규격 무기 공급 경험이 풍부하다. 2020~2024년 기간 미국은 전 세계 대(對)유럽 무기 수출의 약 35%를 차지했고, 유럽 나토 회원국 무기 수입의 64%를 공급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인용한 반에크(VanEck)의 ETF 상품 매니저 드미트리 포노마레프는 “역사적으로 EU는 방위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하기 어려웠다”며 비용 상승·수요와 공급 불일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 방위 업계가 단기 최대 수혜가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유럽 전체 국방 시장 규모가 현지 업체 생산능력보다 빠르게 커질 경우, 결국 유럽 기업도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컬 생산’ 압박과 민간 자본 흐름

딘 터너(Dean Turner) UBS 글로벌자산관리 유로존·영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자본은 더 높은 수익을 찾는다”며 “미국이 규제·시장 환경을 개선하면 투자 흐름이 넘어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결국 문제는 타이밍과 공급 능력”이라며 “현 시점에 나토 규격 무기를 양산할 업체는 한정돼 있어 미국·영국 기업에 일부 주문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EU 지도부는 ‘방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유럽 내부에 투입’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단순 합의만으로 미국 업체 수주 비중이 획기적으로 ‘점프’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Smoke and Mirrors’—모호한 표현의 함정

스위스 로잔 IMD경영대학원의 사이먼 이브닛(Simon Evenett) 교수는 이번 합의를 “‘투자’라는 단어를 느슨하게 사용하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발표한 6,000억 달러 투자 공약처럼, 실제로는 민간 기업 지출·방위 구매·일반 사업 투자가 뒤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EU 집행위 역시 6,000억 달러가 민간 투자라고 설명하며 정부의 추가 방위 지출이 아님을 시사했다.

“결국 이번 합의는 구체적 세부안 마련을 미루기 위한 ‘시간 벌기’에 가깝다.” — 사이먼 이브닛 교수


전문가 해설: 유럽 방위주 투자 포인트

① 단기 변동성은 ‘가격 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주요 국가는 이미 국방 예산 확대를 법제화했다.*독일 1,000억 유로 특별 국방기금 등

생산 능력 한계로 유럽 업체가 미처 대응하지 못하는 수요는 미국·영국 기업이 채울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EU도 공동 조달·공장 증설 등을 추진 중이므로, 현지 업체의 매출 파이는 꾸준히 확장될 전망이다.

③ 투자자는 환율, 공급망, 지정학 리스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달러 강세 시 미국 업체 매출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다.

※ 용어 설명: SIPRI(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부를 둔 국제 평화·안보 연구소다. 전 세계 무기 이동과 군비 동향을 체계적으로 집계해 신뢰도 높은 통계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무역 합의가 발표된 첫날 나타난 주가 하락은 불확실성을 반영한 일시적 조정 성격이 강하다. EU가 제시한 2조 유로 규모 7개년 예산안연간 800억 유로 신규 국방 투자 계획이 유지되는 한, 유럽 방위기업은 여전히 중·장기 수혜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