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달러 인덱스(DXY00)는 수요일 전장 대비 -0.18% 하락하며 2주 만의 최저치로 밀려났다.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무역 협상이 타결에 근접했다는 소식이 유로화를 끌어올리고 달러를 압박한 데다, 미국의 6월 기존주택 판매가 시장 기대를 밑돌며 9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장 초반만 해도 달러는 미국이 일본과 관세 15% 수준의 양자 무역 합의를 발표하며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 완화 기대가 부각된 덕에 상승세를 탔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금리 차별화에도 불구하고 매도 압력에 밀렸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상승해 달러 금리 메리트가 개선됐으나, 무역 뉴스와 지표 부진이라는 하방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주택지표 충격도 컸다. 미국 6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건(연율)으로, 월가 전망치인 400만 건 및 -0.7% 감소를 모두 밑돌았다. 이는 고금리와 높은 가격이 맞물려 주택 수요가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방기금선물(FF) 시장은 7월 29~30일 FOMC 정례회의에서 -25bp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4%로,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58%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부진한 주택지표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즉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는 것이 시장의 대체적 시각이다.
유로화, 2주 최고… 무역·소비자심리 훈풍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0.13% 상승해 2주 만의 고점을 찍었다. EU 협상단이 미국과 수입품 대부분에 15% 통일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근접했다는 외교 소식통 발언이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는 유로존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4.7(전월 대비 +0.6)로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데이터도 힘을 보탰다.
시장 참여자들은 ECB(유럽중앙은행)이 25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와프시장은 단 1%만이 인하 가능성에 베팅 중이다.
엔화, 1.5주 고점… BOJ 매파 발언·수익률 급등
달러/엔 환율은 -0.04% 하락했다. 미·일 무역 합의가 체결되자 엔화가 안전자산으로서 매력을 키웠고, 우치다 BOJ 부총재가 “불확실성이 줄어 금리 인상에 한 발 다가섰다”고 언급하자 10년 만기 JGB 수익률이 1.616%로 1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일요일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LDP)이 과반을 상실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부각되면서 엔화 상승폭은 제한됐다.
트럼프·기시다 합의… 5500억 달러 투자·농산물 확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밤 일본과 새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8월 1일부터 예정됐던 25% 관세안을 15%로 낮추고, 일본 측이 미국 내 투자(5500억 달러 펀드 조성)·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미국산 쌀 75% 추가 수입·기타 농산물 80억 달러·연간 국방장비 지출 170억 달러(기존 140억 달러) 확대 등을 약속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글로벌 교역 불확실성이 크게 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전자산 금·은, 장중 급등 후 반락
8월물 금 선물(GCQ2)은 -1.34% 하락한 온스당 46.1달러 내렸고, 9월물 은 선물(SIU2)도 -0.13% 떨어졌다. 장 초반 달러 약세에 힘입어 금은 각각 5주 고점·14년 고점을 찍었으나, 미·일·EU 간 무역 긴장 완화로 안전자산 수요가 식고,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졌다.
동시에 글로벌 국채 수익률 오름세, BOJ의 매파적 스탠스가 귀금속 가격을 압박했다. 은 가격은 미국 주택 지표 부진으로 산업 수요 둔화 우려까지 겹쳤다. 다만 우크라이나·중동 지정학적 위험과 상장지수펀드(ETF) 내 금·은 보유량 증가(각각 2년·3년 만의 최고) 흐름은 중장기적으로 하방 지지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달러 인덱스(DXY): 미국 달러를 6개 주요 통화 바스켓(유로, 엔, 파운드, 캐나다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과 비교해 산출한 지표다.
• 연방기금선물(FF Futures): 시장이 향후 FOMC 정책금리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보여주는 파생상품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금리 인하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 스와프시장의 금리 베팅: 투자자들이 통화스와프 계약을 통해 특정 기간 후 기준금리가 어떻게 될지에 돈을 거는 행위를 뜻한다.
전문가 진단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미·EU·일본 간 동시다발적 대타협이 단기적으로는 위험자산 랠리를 촉발하겠지만,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지는 미 연준의 금리·양적긴축(QT) 스케줄, 그리고 실제 합의 이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모건스탠리의 외환 전략가 앤드루 심슨은 “금리 차이가 달러 강세 논리를 지지하는 가운데, 무역 지표 호전이 유로·엔에 호재로 작용해 달러의 구조적 강세가 흔들릴 가능성이 생겼다”고 평가했다.
국내 수출 기업으로서는 원/달러 환율이 동반 하락할 경우 환차손 위험 관리가 중요해진다. 반면 수입 기업이나 여행·항공업종에는 긍정적이다. 귀금속 투자자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현·선물 혼합 전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편, 본 기사 작성 당시 필자인 리치 애스플런드(Rich Asplund)는 해당 증권에 대해 직간접적인 포지션을 보유하지 않았으며, 모든 정보는 투자 자문이 아닌 참고용으로 제공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