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관세 타협에도 폴란드 최대 80억 즈워티 손실 우려

[바르샤바] 폴란드 정부는 미국의 신규 대(對)유럽연합 관세로 인해 자국 경제가 최대 80억 즈워티(약 21억6,000만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29일(현지시간)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러한 잠정 추산치를 밝히며 “동맹국 간 무의미한 관세 전쟁보다는 강경하더라도 명확한 무역 합의가 낫다”는 의견을 내놨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 27일 15% 기본 관세’를 골자로 하는 잠정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 후 예고한 최대 27.5% 관세 계획의 절반 수준이지만, 기존 2.5% 관세와 비교하면 여전히 6배 인상된 것이다. 양측은 전 세계 교역량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시장은 대규모 보복 관세로 번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해 왔다.

손실은 대서양 양편 모두에서 상당하겠지만, 최소한 예측 가능한 규칙 아래에서 경쟁하는 편이 낫다” –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중앙유럽 자동차 공급망에 미칠 파급효과

폴란드는 finished car(완성차)보다 부품·반제품 수출 비중이 높다. 특히 독일 자동차 제조사의 하청(서브컨트랙팅) 공장이 대거 진출해 있어, 독일→미국 완성차 수출이 감소하면 폴란드의 공장 가동률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15% 관세가 바로 그 위험 요인이다.

관세 인상은 중앙유럽 전반에 불확실성을 불러왔다. 체코 재무부는 같은 날 “미 관세로 인해 올해 남은 기간 체코 경제성장률이 0.2%p, 2026년에는 0.39%p 둔화할 것”이라는 잠정 추정치를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기계 등 제조업 비중이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체코·폴란드·헝가리의 밸류체인 리스크를 보여준다.

환율·무역적자 변수도 확대

현재 환율은 $1 = 3.6978 PLN이다. 즈워티(PLN)는 폴란드 법정통화로, 유로화를 아직 도입하지 않은 국가다. 관세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폴란드 중앙은행(NBP)은 환율 방어와 물가 안정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 수입물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수출 감소는 경상수지 악화를 동시에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실제 손실 규모는 글로벌 수요, 유로·즈워티 환율, 부품 재배치 전략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관세 인상분을 완제품 가격에 전가할 경우, 미국 소비자 역시 부담을 떠안게 돼 수요 위축→수출 감소→투자 지연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배경 설명: 왜 15%인가?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1월 복귀 이후 ‘미국 우선(America First)’ 기조를 재강조하며 모든 수입 자동차에 27.5% 관세 부과를 시사했다. EU는 보복 관세로 맞대응할 방침을 밝혔고, 세계무역기구(WTO) 틀 내 분쟁도 예고됐다. 결국 양측은 기존 세율 2.5%와 위협 수준 27.5%의 중간 지점인 15%에서 절충해 확전(擴戰)을 피했다.

이번 합의로 대규모 충격은 일단 진정됐으나, 전문가들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통상 마찰은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기차·배터리·디지털세 등 잠재 갈등 요소가 수면 아래 산적해 있어, 향후 분쟁이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전망 및 시사점

1) 공급망 다변화: 폴란드·체코 업체들은 미국 관세를 피해 멕시코·캐나다에 현지 공장을 두는 트리얼(shoring)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
2) EU 공동 대응: 브뤼셀 집행위원회는 AI·친환경 기술 분야 보조금 확대 등 산업 경쟁력 제고책을 논의 중이다.
3) 투자 심리: 관세 불확실성이 진정되면 장기 설비투자 계획이 일부 재개될 전망이다.

※ 용어풀이 – 서브컨트랙팅(Subcontracting): 완성품 제조사가 부품·반제품 생산을 외부 협력사에 위탁하는 형태. 중앙유럽 제조업의 주된 수익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