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관세 영향 주시 속 유럽 증시 보합…아디다스·애스턴마틴 급락

[유럽 주식시장 동향] 투자자들이 미국발 관세 충격이 기업 실적에 미칠 파장을 저울질하면서 30일(현지시간) 유럽 주요 주가지수가 강보합권에 머물렀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 전역을 대표하는 STOXX 600 지수는 전일 대비 0.01% 오른 550.24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다. 자동차 업종이 장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며 지수 상승을 제한했다.

유럽 럭셔리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정부가 부과한 추가 관세에 대응해 수출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독일 포르쉐가 1.6% 하락했고, 영국 애스턴마틴은 10% 급락해 투자 심리를 찬물을 끼얹었다. 같은 독일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약 3.4% 미끄러졌다. 회사 측은 “향후 약 4억 2,000만 달러(한화 약 5,600억 원)의 관세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스포츠·소비재 업계도 타격

글로벌 스포츠웨어 업체 아디다스는 하반기 미국 관세로 인해 2억 유로(약 2억 3,1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 미국 내 제품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가가 11% 급락했다.

“관세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기업들이 이를 빠르게 적응의 계기로 삼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 MAPFRE 프랑스 자산운용 자회사 La Financiere Responsable의 알베르토 마텔란 대표

마텔란 대표는 “관세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며, 유럽 기업들의 적응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 미·EU 간 15%로 관세율이 완화되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시장은 대대적인 무역 전쟁 가능성을 일부 걷어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료·주류와 같은 일부 산업의 세부 관세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은행주·방어주 선전

은행 업종은 무역 노출도가 낮다는 인식 속에 이틀 연속 상승, 2010년 초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위스 UBS는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소식에 1.1% 올랐다. 반면 HSBC는 상반기 세전이익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3.8% 내렸다.

화학 업종은 1.7% 하락해 지수 하방 압력을 키웠다. 네덜란드 특수화학 기업 IMCD는 실적 부진으로 12.5% 폭락, 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보청기 업체 앰플리폰 역시 연간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고 2분기 순이익 감소를 발표하며 25.4% 급락, 2019년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반면 네덜란드 커피업체 JDE 피트는 관세 직격탄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연간 전망을 상향 조정, 주가가 10.7% 상승했다.


시장 해설 및 전문가 시각

연초 이후 미 S&P 500 지수가 STOXX 600을 큰 폭으로 앞서 온 가운데, 이번 관세 완화 합의가 유럽 증시 재평가의 분수령이 될지 주목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관세 우려가 완전 해소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실적 모멘텀은 하반기로 갈수록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특히 원달러·원유 가격 등 추가 변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관세로 인한 납품가 인상은 결국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금융시장은 이날 늦게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물가 지표가 혼재된 신호를 보내는 가운데, 연준의 향후 금리 경로가 위험 자산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1 관세(tariff): 국가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 보호무역 또는 세수 확보 목적.
2 STOXX 600: 유럽 17개국 6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시가총액 가중 지수.
3 프리미엄 브랜드: 고가 전략을 취하며 브랜드 가치로 차별화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