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관세 갈등 속 혼조세 보인 유럽 증시

유럽 주요 증시는 21일(현지시간) 장 초반 뚜렷한 방향성 없이 등락을 거듭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의 대(對)EU 관세 위협에 대한 유럽연합(EU) 정상들의 대응을 주시하며, 관망세 속에 매수·매도 양쪽 모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2025년 7월 21일, 나스닥닷컴이 인용한 RTT뉴스 보도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미국이 추가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산 제품에 동등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매기고 디지털 서비스 제한정부조달 시장 접근 차단과 같은 전방위 압박 카드를 준비하도록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 요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회원국이 집행위원회에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를 서둘러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익명의 외교 소식통 발언을 인용했다.

이러한 무역 갈등 재점화 우려는 위험자산 전반의 투자 심리를 억누르며 장중 변동성을 키웠다.

그러나 손실 폭은 제한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공개한 기업금융 접근성(Quarterly Survey on the Access to Finance of Enterprises) 분기 보고서에서 유로존(19개국) 기업들이 다음 분기 성장 전망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밝힌 점이 완충 역할을 했다. 주요 경제 지표 공백 속에 유로화(EUR) 역시 큰 폭의 변동 없이 강보합권을 지켰다.

독일 국채 수익률 곡선은 주 후반 발표될 6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와 ECB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평탄화(flattening)됐다. 시장 컨센서스는 ECB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수별로는 범유럽 STOXX 600이 전장 대비 0.02% 오른 547.52에 거래됐다. 독일 DAX영국 FTSE 100은 각각 강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했고, 프랑스 CAC 40은 0.1% 하락했다.

종목별 이슈도 장세에 영향을 미쳤다. 라이언에어 홀딩스(Ryanair Holding)는 4~6월 회계 1분기(회계연도 기준) 순이익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는 소식에 6% 이상 상승했다. 회사 측은 운임 인상철저한 비용 통제를 주된 호재로 꼽았다.

반면 스텔란티스(Stellantis NV)는 2025년 상반기 순손실 23억 유로(약 26억8,000만 달러)를 예고하면서 1.3% 밀렸다. 회사는 “미국 관세의 조기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독일 인프라 건설사 획티프(Hochtief AG)는 독일 국영 철도공사 도이체 반(Deutsche Bahn)으로부터 1억7,200만 유로 규모 공사 계약을 따내 1% 상승했다. 바이엘(Bayer AG)은 전립선암 치료제 Nubeqa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3차 적응증(호르몬 민감성 전이성 전립선암) 사용 승인을 획득한 소식에 약 1% 올랐다.

영국계 석유·가스 대기업 BP는 헬게 룬드 이사회 의장을 대신해 앨버트 매니폴드(Albert Manifold)를 신임 의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 주가가 0.5% 강세를 나타냈다. 정밀공학 업체 헌팅(Hunting)3,100만 달러 규모의 흑해(Black Sea) 가스 개발 프로젝트 주문을 확보해 2% 상승했다.


⏩ 용어 돋보기

① 수익률 곡선 평탄화: 만기별 국채 수익률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을 뜻한다. 장단기 금리차 축소는 통상 경기 둔화 또는 금리 인하 기대를 시사한다.

② PMI(구매관리자지수): 제조·서비스업 구매관리자들의 설문을 바탕으로 경기 확장(50 이상)과 위축(50 미만)을 가늠하는 선행 지표다.

③ 스텔란티스: 푸조·피아트·크라이슬러 등 14개 브랜드를 거느린 다국적 완성차 그룹으로, 2021년 푸조시트로엥(PSA)과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합병으로 출범했다.


🕵️ 전문기자의 시각

이번 주 주식시장의 핵심 변수는 EU 정상회의 성과ECB 통화정책회의다. EU가 실제 보복 조치에 나설 경우,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이차·삼차 파급효과가 확산될 수 있다. 다만 ECB는 인플레이션의 완만한 둔화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책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크다. 관세 갈등이 현실화되면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이 다시 인플레이션 재점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투자자라면 정책 불확실성 완화 전까지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되, 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항공·방산·인프라 섹터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CB의 금리 동결이 장기화되면 배당 매력이 높은 방어주현금흐름이 견조한 우량주가 상대적인 안전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