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 85억달러 핵심 광물 협정, 글로벌 희토류 패권 지도를 바꿀 10년의 변곡점

작성자 | 이중석 (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1. 서론: ‘작지만 거대한 금속’이 던진 질문

2025년 10월 20일, 백악관에서 서명된 미국‧호주 85억 달러 규모 핵심 광물 공급망 협정(이하 ‘미·호 협정’)은 단순한 양국 간 투자 합의가 아니다. 세계 희토류·리튬·니켈·망간 시장의 권역별 수급 구조를 10년 이상 재편할 전략적 중력장으로 평가된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해당 협정이 촉발할 장기(2035년까지) 지각 변동을 ▲시장 지배구조 ▲지정학 리스크 ▲산업 가치사슬 ▲투자·정책 파급 네 축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2. 왜 핵심 광물인가: 수요 곡선과 병목 지점

① 수요 데이터

주목
용도 2024년 수요(t) 2030년 예상 수요(t) 연평균 증가율(CAGR)
네오디뮴(Nd, EV 자석) 46,000 120,000 14.6%
리튬(배터리) 140,000(LCE) 1,000,000 32.5%
코발트(배터리) 180,000 320,000 10.2%

IEA·USGS·Bloomberg NEF의 컨센서스 자료를 교차 검증한 결과다.

② 병목 구간 – 채굴 만큼이나 정련·분리·금속화 단계가 공급 제약의 70%를 차지한다. 중국은 희토류 정련·자석 부문에서 각각 87%·92%의 점유율을 보유, 사실상 ‘스위치’를 쥐고 있다.


3. 협정 개요: 숫자 속 의미

  • 초기 자금: 10억 달러(미·호 각 5억)
  • EXIM 인증 LOI: 22억 달러
  • 5년 총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85억 달러
  • 우선 과제: ①희토류 산화물·합금 정련, ②배터리급 리튬·망간, ③알루미늄·갈륨 부생 회수

가장 중요한 문구는 “Framework”다. 이는 민간 레버리지 확보를 전제로 한 조건부 재정 지원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EXIM·DFC(미국개발금융공사)는 프로젝트 NPV의 40~60%를 대출·지분으로 혼합 지원하되, 턴키(완공) 전까지 기술·ESG 준수 조건을 부과한다.


4. 산업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

가. 희토류

주목

중국 집중→다극 분산이 핵심 가설이다. 미·호 협정을 계기로 2026년부터 호주 서부 Kalgoorlie 정련허브, 텍사스 Seadrift 자석 플랜트가 연속 가동될 경우, 2030년 전 세계 NdFeB 자석 공급 비중은 중국 55%·미·호·일 25%·EU·기타 20% 수준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나. 배터리 금속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친미 FTA 국가 원산지 요건’의 결합 효과를 고려하면, 호주 광구→미국 정련→미국·멕시코 배터리 셀 공장으로 이어지는 서반구 클로즈드 루프가 급속히 확장된다. 이는 중국·인도네시아·DR콩고의 가공 프리미엄을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5. 지정학적 파급: ‘희토류판 오일쇼크’ 방어막

중국 대응수출 허가제 강화·내수 보조금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호·일·EU가 재생·재활용(Recycling)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의 가격 무기화 옵션은 제한된다.
다자 네트워크 – 미국은 호주·일본·인도가 참여하는 ‘CRITICAL FIVE’ 포럼을 신설, 표준·환경 규제·가격 인덱스를 공동 설정할 계획이다.
안보 연계 – F-35, AUKUS 잠수함 등 다중 도입 예정 플랫폼은 고순도 Nd, Dy 의존도가 높다. 협정은 동맹 방산 공급망의 내재화라는 군사적 의미도 가진다.


6. 경제적 효과: 데이터 기반 추산

호주 GDP 기여 – Deloitte Access Economics 모델에 따르면, 2026~2035년 누적 GDP +1.1%(1,900억 호주달러). 광산업 고용 +34,000명.
미국 제조업 부가가치 – BEA 연계 I-O(산업연관) 모델로 추정 시, 2030년까지 배터리·방산·전기모터 부문 부가가치 +680억 달러, 간접고용 +12.5만명.
탄소배출 저감 – 해상 운송 거리를 11,200km(중국 경유 대비) 축소, Scope 3 배출 연간 210만 tCO₂e 감소.


7. 투자 관점: 포트폴리오 전략

섹터 Top-down
정련·금속화 설비 EPC – Fluor, Worley
선광·가공 장비 – Metso, FLSmidth
재활용 테크 – MP Materials(미), Ecograf(호), Ascend Elements(미)
ETF 활용Global X Critical Materials ETF (CRIT): 희토류·리튬·니켈 밸류체인 45종목 편입.
위험 요인 – ①공정 승인 지연, ②금리·CAPEX 부담, ③중국 보복관세, ④ESG 반발.


8. 리스크 매트릭스

리스크 발생 확률 영향도 완화 전략
중국 수출 전면 통제 중(30%) 재활용·대체 소재 R&D 가속
프로젝트 자금 조달 실패 중(40%) DFI·연기금 코인베스트 구조
환경·원주민 반대 중(35%) 초기 단계 ESG 합의·지분 참여

9. 정책 제언

  1. 미국 – DPA(국방물자생산법) 적용 대상을 가공·재활용까지 확대, 세액공제(ITC) 10%p 가산.
  2. 호주 – NDPr 분리공장 RFQ 절차를 ‘One-Stop’으로 단축, 인디전어스 로열티 사전 확정.
  3. 다자국제 핵심 광물 기금(ICMF) 설립, 전력·용수·항만 인프라를 준공영 모델로 투자.

10. 결론: ‘희토류 오펜하임러 순간’

지난 세기의 석유가 산업화를 견인한 열(熱) 에너지 모멘텀이었다면, 21세기 에너지 전환·AI·방산 패러다임의 동력은 희토류·배터리 금속이라는 전자-스핀 에너지 모멘텀이다. 미·호 협정은 그 전환점에서 자유 민주 진영의 공급망 공동체를 제도화하는 첫 단추다. 향후 10년간 글로벌 가치사슬은 “원료 공급 안정성을 확보한 진영이 신기술 패권을 선점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명제를 다시 확인할 것이다.

투자자는 정련·재활용·원가 절감 기술이라는 ‘미드스트림’에 주목해야 한다. 정책 당국은 규제 예측 가능성과 ESG 거버넌스를 높여 민간 자본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희토류판 오일쇼크’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녹색·디지털 경제로의 질서 있는 이행을 달성할 수 있다.

“저무는 기득권 자원 질서를 대체할 새로운 광물 생태계가, 이제 막 광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