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지구의 비타민’ 패권 전쟁, 대륙 축이 바뀐다
2025년 10월 20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조용히 서명된 미·호 핵심 광물 공급망 협정은 표면적으론 85억달러 규모 투자 계획에 불과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이는 향후 10년 이상 미국 증시·실물경제·지정학 지형을 동시에 바꾸는 판도라의 열쇠다. 희토류와 리튬·니켈·코발트 같은 핵심 금속 확보는 전기차·AI·방위산업·재생에너지 밸류체인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1. 글로벌 공급사슬 재편의 역사적 맥락
1990년대 이후 중국은 저비용·저규제 전략으로 희토류 정제·가공 시장 점유율을 90%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미국 테크·방산 기업들은 ‘저렴하지만 집중 위험이 큰 공급선’에 의존하게 됐다.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잠정 중단했을 때, 일본 도요타·미국 애플·GE 주가가 3주 내 12~20% 급락했던 사례는 가격보다 안보가 우선임을 일깨웠다.
2020년대 초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가열되자, 미국 정부는 IRA(인플레 감축법), CHIPS & SCIENCE Act로 보조금·세액공제·직접투자 카드를 꺼냈다. 다만 원료·소재 SPV(특수목적 투자)가 부족해 ‘목에 걸린 병목’이 해결되지 못했다.
2. 이번 협정의 구조 : 단순 보조금이 아닌 ‘지분 동맹’
| 범주 | 구체 내용 | 장기 파급효과 | 
|---|---|---|
| 자금 조달 | 미국·호주 정부 각각 10억달러 즉각 투자, EXIM·DFC 등 최대 30억달러 대출보증 | 민간 레버리지 50억달러 → 총 85억달러 이상 | 
| 지분 구조 | 호주 광구·정제 설비 지분 25~49%를 美 공공펀드가 보유 | 공급 리스크 완화 + 방산 지정 조달권 확보 | 
| 기술 이전 | 알코아·라이너스·노스롭 등 美·호 합작 파일럿 라인 설립 | 2030년까지 美 내 고순도 NdFeB 자석 자급률 35% 목표 | 
| 안보 조항 | 중국 국유·계열사 자본 참여 금지 조항 삽입 | 디커플링 가속, 對中 전략 자산 통제 강화 | 
즉, 이번 딜은 단순한 공급계약이 아닌 ‘공급 사슬 내 국적 세탁’에 가깝다. 미국이 자금을 넣고 호주 광맥·정제허가증을 실질적으로 공동 보유함으로써, 정치 리스크 프리미엄을 일거에 낮추는 구조다.
3. 중국의 반격 시나리오와 잠재 변수
- 수출허가·쿼터제 강화 : 이미 9월 중국의 대미 희토류 영구자석 수출은 28.7% 급감했다. 추가 통제 시 미국·EU OEM은 6~9개월치 재고만으로 버텨야 한다.
- 가격 덤핑 역공 : 中 희토류 협회는 2026년까지 신규 생산라인 30% 감산→가격 급등을 유도한 뒤, 美·호 설비 완공 직전에 저가 공급을 재개해 ROI를 훼손할 수 있다.
- 대안 시장 결집 : 중국은 인도네시아·아프리카 ‘자원+인프라’ 패키지로 남반구 공급망 블록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양 진영 간 ‘광물 조율 회담’이 무기화되며, 관련 기업 실적 변동성은 구조적 상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4. 산업별 장기 영향 분석
4-1. 전기차(EV)·배터리
2024년 기준 EV 구동모터 한 대당 NdFeB 자석 2.5kg이 투입된다. 미국 내 EV 판매가 연 720만대(2030년 가정)로 확대될 경우, 연간 Nd 수요만 1.8만톤이다. 호주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가동돼도 공급 갭은 30% 이상 남는다. 이에 따라 ‘소프트 페어링(페라이트+NdFeB 하이브리드)’ 기술 수요가 급증, TDK·삼성전기·VAC 등 자석 어셈블러와 Infineon·Wolfspeed 같은 SiC 인버터 업체에 장기 호재가 될 전망이다.
4-2. 방위·우주산업
- F-35 전투기 1대엔 희토류 417kg, 그중 90%가 中산(産)으로 추정된다.
- 미사일·레이더 체계는 산화혼합 희토류(CREO) 의존도가 높다.
미 국방물자생산법(DPA) 자금이 호주·미 본토 정제라인에 우선 투입되면, 록히드 마틴·레이시온 수급 안정성이 높아져 CAPEX 사이클 → 매출 가이던스 상향 압력이 커질 것이다.
4-3. 반도체·AI 인프라
고대역폭 메모리(HBM)·반도체 EUV 챔버에는 갈륨·저온용 희토 합금이 필수다. 이번 동맹으로 미국은 TSMC 애리조나 공장, 인텔 오하이오 메가팹 공급선 일부를 호주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는 엔비디아·AMD 밸류체인의 ESG·안보 스코어 개선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국가안보 프리미엄을 주가에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5. 주식 시장·ETF·파생상품 전략
5-1. 테마 ETF 자금 흐름
최근 3개월 VanEck Rare Earth/Strategic Metals ETF(REMX)로 6.2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미국 투자자는 호주 희토기업 비중 35%→45% 상향 리밸런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한 Global X Critical Materials ETF(CRIT)가 2026년 희토류 선물 지수를 벤치마크하면, 희토류 선물 곡선이 형성돼 커브 변동성이 옵션 시장에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5-2. 옵션·파생상품 기회
호주 Lynas·Iluka의 ASX 주식옵션 IV(내재변동성)는 협정 서명 직후 각각 72%, 65%로 급등했다. 필자는 월물 3개월 스트래들과 9개월 변동성 매수 스프레드 조합으로 장·단기 이벤트를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을 제안한다.
6. 리스크 요인 및 반론
- 프로젝트 지연·원가 급등 : 호주 서부 광구는 물 부족·원주민 토지 협상 이슈로 평균 18개월 가동 지연 사례가 존재한다.
- 정치적 회귀 : 미국 정권 교체 시 친환경·보조금 정책 축소 가능성이 있지만, 국방·안보 레벨에 묶인 광물 자산은 ‘정책 스위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
- 기술 대체재 : 무(無)희토 모터·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수요 전망이 흔들린다. 다만 상용화·원가 BEP(손익분기)까지 최소 7~10년 걸린다는 콘센서스가 우세하다.
7. 투자자 행동지침│포트폴리오 구축 4단계
- 비중 산정 : 총 자산의 5~8% 이내에서 광물 채굴+정제+자석 3단계 종목으로 분산.
- 듀레이션 : 광구 → 정제 설비 완공까지 평균 30~36개월. LEAPS(장기만기 옵션) 활용 권고.
- 헤지 : 중국 가격 덤핑 리스크 대비, 상해희토류 지수(SHREI) 풋옵션 또는 동메탈 스프레드 매도.
- 모니터링 : 美 국방부 NDSP(희토류 전략 보고서), 호주 JOGMEC 광구 개발 일정, 중국 수출쿼터 공개일(분기별).
8. 필자의 전문적 통찰
이번 협정의 진짜 의미는 『핵심 광물의 달러화』에 있다. 그간 희토류 거래는 위안화·장기 계약 위주였지만, 미 연방기관 지분 참여로 달러결제·감사규정이 적용된다. 이는 글로벌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금리 ↔ 광물 가격 역상관 구조를 약화시킬 것이다. 즉, ‘리소스 인플레이션’이 금리 인상 없이도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거시 모형은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또한 S&P500 상위 50개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18%라면, 희토류 공급분산 성공 시 다음 5년간 50~60bp(0.5~0.6%) 추가 마진 개선 여지가 있다. 이는 Tech+Defence 슈퍼사이클을 한 단계 연장하는 촉매다.
9. 결론│‘원자재 지정학’이 투자 지도를 다시 그린다
호주 사막에서 시작된 굴착기가 뉴욕 증시 밸류에이션을 바꾸는 시대다. 미·호 핵심 광물 동맹은 미국 주식시장에 ① 공급 쇼크 완충, ② 안보 프리미엄 상승, ③ 신(新)실물 투자 사이클을 동시에 안긴다. 투자자는 단순 채굴주 베팅을 넘어, 방산·EV·AI·에너지 인프라까지 연쇄 수혜 파장을 입체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대응, 신기술 대체, ESG 규제 등 변수가 존재하나, 본 분석에 따르면 2030년 이전 희토류 완전 디커플링은 불가능하다. 그 사이 미국은 자본시장을 무기로 공급망 지도를 다시 제작할 것이며, 이번 협정은 그 첫 장에 해당한다. 투자전략의 나침반을 자원·안보·기술 3각축으로 재조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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