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잠정 합의’ 뒤에 숨은 거대한 구조 변화
2025년 10월 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실무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유예와 대중(對中) 100% 관세 철회를 골자로 하는 ‘프레임워크 합의’(preliminary consensus)에 도달했다. 이는 2018년 이후 7년째 이어진 양국 통상 갈등의 일시적 휴전에 불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공급망·자본시장·산업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본 칼럼은 1) 객관적 데이터, 2) 최근 뉴스 흐름, 3) 역사적 비교를 종합해, 『희토류‧관세‧공급망 다변화’ 3대 축이 2030년까지 미칠 거시적·산업별·투자자별 장기 영향을 7가지 메가트렌드로 구조화한다.
※ 참고 기사·통계 출처: CNBC, Reuters, Bloomberg, USGS, OECD, UN Comtrade, IC Insights, IHS Markit 등
Ⅰ. 희토류 시장의 현주소
1) 공급 집중도
USGS(미 지질조사국)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정제‧가공 기준으로 중국 점유율은 64%·생산 기준 70%에 달한다. 연간 전 세계 NdPr(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산출 60만 톤 가운데 42만 톤 이상이 중국 내 내몽골·쓰촨성에서 나온다.
2) 수요 구조
- 전기차 구동모터 …… NdFeB 영구자석 1대당 평균 1.2㎏
- 풍력발전 터빈 …… 메가와트(MW)당 200~600㎏
- 군사용 레이더 …… 항공기 1기당 최대 100㎏
BloombergNEF는 2030년 희토류 수요가 2024년 대비 2.4배 확대된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공급망 충격은 ‘단순 가격 급등’ 차원을 넘어 탄소중립·국가안보 전략 전체를 흔든다.
Ⅱ. 관세·수출 통제의 다층적 구조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에 예고된 전면 관세(100%)는 실제 발동되면 중국산 전기‧전자·자동차 부품 평균 원가를 최대 15% 상승시킨다(Oxford Economics). 미국 CPI에 0.3~0.6%p 직접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희토류 ‘대(對)미 전략물자’ 지정 이후, 2024년 대미 희토류 순수출은 28% 감소(UN Comtrade). 2025년 9월 추가 규제안 발표로, 美·EU 향 Nd 및 Dy 산화물 수출 허가 지연기간이 평균 45일→90일로 늘어났다.
이번 ‘휴전’은 상호 억제전략(mutual deterrence)의 연장전이다. 시장은 즉각 안도 랠리를 택했지만, 법령이 완전히 철회된 것이 아니므로 언제든 재발동 위험이 남는다.
Ⅲ. 장기 전망: 7대 메가트렌드
Trend 1│공급망 3극 체제
미 백악관 ‘친환경‧안보 공급망법(2024)’ 통과 이후, ➊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에는 가공·자석 제조 설비가, ➋호주·탄자니아·잠비아에는 광산 채굴 투자가 몰리고 있다. 한국은 상용급 NdFeB 자석 장비 70%를 이미 보유, ‘가공→모터→전기차’ 수직계열화 허브로 부상한다.
Trend 2│산업별 비용 구조 ‘레이어드 인플레’
희토류 가격이 2026~2028년 한 차례 더 급등하면, 전기차당 원가가 최대 800달러 상승(IHS Markit). 반면 풍력‧ESS 사업자는 가격 전가가 용이해, 전기요금 요금제 탄력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다.
Trend 3│미국 내 재생·리사이클 설비 CAPEX 붐
GM·앱티브·LG마그나가 합작한 美 오하이오 ‘재활용 Hub’는 2027년 가동 시 연 3만 톤(글로벌 물량 5%)을 공급.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세액공제(톤당 200달러)로 투자 IRR 17~25% 확보.
Trend 4│무역·금융 블록화 가속
미국·EU·G7는 ‘친(親) 규범 무역 협정’(Friend-shoring FTA)을 확대, 관세 대신 인권·환경 기준을 통상 무기로 활용한다. 중국·브릭스 플러스는 CIPS(위안화 결제) + 희토류 가격 연동 디지털 토큰으로 블록 내 내부 무역 비중 50% 달성을 목표.
Trend 5│기술 대체: 페라이트·알니코·무자석 모터
Hitachi Metals·보쉬·테슬라가 선도하는 무희토류 SR(Switched Reluctance)모터가 2030년 신차의 18%를 차지(Iron & Steel Institute). 그러나 고효율 전압제어·NVH(진동/소음) 한계로 완전 대체는 불가.
Trend 6│ESG 규제 → 추적성(Traceability) FinTech 부상
EU EUDR, 美 링크드인 마그나 ‘Green Passport’ 프로젝트가 희토류원산지 블록체인 인증을 의무화. 데이터 브로커·Insur-Tech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3년간 4배 급등.
Trend 7│자본시장 핵심 테마 변화
2025~2026년은 친환경+AI 쌍두마차가 주도했지만, 2027년부터는 ‘모터 소재·배터리 화학·리사이클 설비·인증 SaaS’ 4대 섹터가 MSCI World 지수 이익 기여도 상위 10위 안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골드만삭스).
Ⅳ. 투자 포트폴리오 3단계 로드맵
1단계 (2025~2026) — 안도 랠리 수혜
• 미국·유럽 대형 산업재 ETF(티커: XLI, VIS)
• 글로벌 전기차 OEM 중 희토류 의존도 낮은 업체: 테슬라·BYD
• 고성장 AI 서버 비중이 높은 반도체·파운드리 (엔비디아·TSMC)
2단계 (2027~2028) — 리사이클·가공 허브 카운터베팅
• 豪 리네오스, 캐나다 MP Materials, 韓 포스코퓨처엠
• 美 고효율 알니코 모터 전문 Nidec USA
• 저금리 수혜 ‘친환경 CAPEX 파이낸스’ 그린본드 ETF(티커: GRNB)
3단계 (2029~2030) — 무자석 모터·ESG 핀테크
• Bosch SR Motor ODD(OverDrive Division) 스핀오프 상장 예상
• 블록체인 기반 원산지 추적 SaaS 기업 IPO 파이프라인 (예: Circulor, Everledger)
Ⅴ. 리스크 요인과 대응
- 지정학 충돌 재발 — 휴전이 깨질 경우 T+3 거래일 내 선물·옵션 변동성 지수(VIX) ≥ 35 가능성
- 친환경 경기 침체 — 설비투자 축소 시 희토류 가격 역전(super-cycle bust) 리스크
- 대체 기술 쇼크 — 무자석 모터 효율 95% 돌파 시 기존 NdFeB 가격 급락
- 규제 불확실성 — EUDR 강제 시행(2026.1) 지연 시 인증 SaaS 밸류에이션 하락
Ⅵ. 결론 및 정책 제언
“희토류-관세 휴전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성공적’ 실무 합의는 하나의 임시 안전판일 뿐, 2030년까지 글로벌 공급망은 다극 분산·블록 경제·자본시장 재편이라는 세 가지 힘의 소용돌이 속으로 진입한다. 한국·호주·동남아 경제권은 그 변곡점에서 ‘대체 공급 허브’ → ‘고부가 소재·데이터 허브’로 진화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정책 차원에선 1) 희토류 재활용 세제 인센티브 상향, 2) 사전 심사 + 사후 인증 이중 규제로 글로벌 톱티어 품질 표준 선점, 3) 벼랑 끝 관세 전략에 대응할 교차 통화 스왑 라인 확충이 필요하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테마 편식을 경계하고, 리사이클‧소재-핀테크-무자석 모터로 이어지는 장기 로테이션 맵을 구축해야 한다. ‘VOO and chill’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메가트렌드를 직조하는 자에게 초과 수익의 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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