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홍콩발(로이터) ― 미국과 중국이 최근 합의한 일시적 무역 휴전은 올해 내내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해외 기관투자자에게 큰 걸림돌 하나를 제거했다. 올해 중국 증시는 2019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주요국 증시를 앞질렀지만, 디플레이션 압력, 부진한 내수 소비, 미·중 갈등 등 복합 악재 탓에 외국인 자금은 제한적으로만 유입됐다.
2025년 10월 3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이 체결한 1년 기한의 휴전은 그동안 번갈아 가며 부과해 온 일부 수입관세를 낮추고, 중국산 희토류* 수출 규제를 완화하며, 중국 기업이 미국산 첨단 기술을 일정 부분 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구체적 내용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협력 의지’ 자체가 시장 심리를 개선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뉴욕에 본사를 둔 맨그룹(Man Group)의 수석 시장전략가 크리스티나 후퍼는 “이번 합의가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않겠지만, 중국 주식에 대한 오프쇼어(해외) 투자 심리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투자자 다수가 ‘언젠가 중국 자산을 강제로 처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품어 왔는데, 갈등 완화는 곧 투자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효과”라고 강조했다.
1) 외국인 자금 흐름
중국 본토의 상하이·선전 CSI 300(블루칩) 지수는 연초 대비 20% 상승했으며, 외국인 접근성이 높은 홍콩 항셍지수는 31% 급등해 나스닥(23%)을 상회했다. 그러나 LSEG 리퍼(Lipper)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중국 전문 오프쇼어 펀드에서는 39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모닝스타(Morningstar)가 9월 말 집계한 데이터는 글로벌 대형 펀드의 중국 비중이 평균 1.43%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이는 중국 경제 규모가 세계 GDP의 2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언더오너드(Under-owned)**’ 상태로 해석된다.
홍콩 자산운용사 KGI의 최고투자책임자 커슨 렁은 “미·중 완화 조짐이 긍정적”이라며 “오늘과 같은 가격 조정 국면을 활용해 중국 비중을 추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투자 판단의 핵심은 휴전 자체가 아니라 중국 경기 반등”이라고 선을 그었다.
2) ‘경쟁적 협력(Competition plus Cooperation)’ 구도
JP모건자산운용의 상하이 기반 글로벌 시장전략가 차오핑 주는 “양국 모두 자국 공급망 보안을 강화하려는 사고방식을 고수하고 있어, 각각의 내수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이미 ‘경쟁 속 제한적 협력’을 전제한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해 왔으며, 앞으로는 상승 여력이 하락 위험보다 다소 우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와 골드만삭스는 모두 국내 정책, 경기 모멘텀, 밸류에이션, 자금 흐름을 근거로 중국 본토·홍콩 증시가 2027년 말까지 약 30%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은 보고서에서 “중국 디스카운트(China Discount)***가 여전해 AI 과열 기대와 유동성 과잉 리스크에 비해 투자자가 과도한 가격을 지불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미 연방준비제도(Fed) 완화 기조와 달러 약세는 글로벌 펀드가 중국을 재검토하고, 만성적인 언더웨이트(Underweight) 포지션****을 해소하도록 자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 여전히 남아 있는 변수
시장 참여자 누구도 무역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선언하지 않는다. 스탠다드차타드 싱가포르의 외환 전략가 디베시 디비야는 “
투자자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 불안정한 균형이 유지될지 회의적이라 긍정적 요소가 아직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과 다국적기업이 신규 투자·확장을 모색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 용어 해설
* 희토류 : IT·방위산업 핵심 소재로, 중국이 세계 공급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 언더오너드(Under-owned) : 특정 자산이 경제 규모나 잠재력에 비해 투자 비중이 낮은 상태.
*** 중국 디스카운트(China Discount) : 동일 업종 대비 중국 주식이 낮은 밸류에이션(주가수익비율 등)으로 거래되는 현상.
**** 언더웨이트(Underweight) : 포트폴리오 내 자산 비중이 벤치마크보다 낮은 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