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재점화, 태국 성장 전망에 ‘큰 하방 위험’…태국 중앙은행 부총재 경고

워싱턴발 – 태국은행(Bank of Thailand·BoT)의 피티 디시아탓(Piti Disyatat) 부총재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의 재점화가 태국 경제 성장 전망에 중대한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고 경고했다. 그는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에 근접해 추가 인하 여력이 사실상 제한적이라고도 밝혔다.

2025년 10월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중 갈등은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평균 55%에 달하는 기존 관세 외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다시 격화됐다. 이는 중국이 희토류(레어어스) 수출 통제를 대폭 확대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피티 부총재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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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은 태국에 있어 모두 주요 수출·수입 교역국이다. 두 나라 간 갈등이 과격하게 전개되면 제3국인 우리에게 도움이 될 리 없다”고 말했다.

태국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2%로, 2026년에는 *수정 1.6%로 전망한다. 이는 태국이 달성 가능하다고 추정하는 잠재성장률 2.7%를 크게 밑돈다. (로이터 기사에는 당초 1.8%로 표기됐으나 이후 1.6%로 정정)

금리 여력 ‘거의 소진’
태국은행 금융통화정책위원회는 최근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를 동결해 1.50%를 유지했다. 피티 부총재는 “1.5%는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태국이 이보다 낮은 금리를 경험한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단 세 차례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은 자금조달 여건보다는 구조적 문제”라며 “추가 금리 인하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태국은행은 대신 재무부와 협력해 가계·중소기업 대상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 대출 보증 제도 등 비통화정책적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피티 부총재는 “이미 추진 중인 정책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현실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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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바트화 동향
태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9월까지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피티 부총재는 중앙은행의 물가 목표(1~3%)를 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는 “에너지·식품 가격 하락이라는 외생적 공급 요인이 주된 원인이고, 기대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바트화(THB)는 미 달러화 대비 약 5% 절상됐다. 이에 대해 그는 “수출업체들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거시경제 펀더멘털로 볼 때 과도하게 고평가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운영 안정
태국은 최근 5년간 총리 4명, 재무장관 4명이 교체되며 정국이 혼란스러웠다. 피티 부총재는 “정책 연속성이 떨어져 도전적이었지만, 중앙은행은 그 기간을 비교적 무난히 관리했다”고 평가했다.


용어·배경 설명정보 확장

희토류(Rare Earths)는 전기차 모터, 스마트폰, 군수장비 등에 필수적인 17개 원소를 통칭한다. 중국이 세계 공급의 60% 이상을 담당해 전략적 가치가 높다.

SA RS는 2003년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유행한 치명적 호흡기 전염병이다. 당시 태국 역시 관광·서비스업 타격을 입으며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바트(฿)는 태국의 법정통화로, 관광·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상 환율 변동이 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IMF·세계은행 연차총회는 각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가 모여 글로벌 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금융계 최대 행사다. 통상 10월 미국 워싱턴DC 또는 회원국 순회 개최된다.

이번 회의 기간 중 신흥국 관계자들은 미·중 무역 분쟁, 미국 금리 흐름, 지정학 리스크 등을 핵심 이슈로 꼽았다. 세계교역 둔화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