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슈퍼위크’의 서막을 열었다. 29일 새벽(미국 동부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세 주요 지수 선물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며 이번 주 예정된 기업 실적 러시·경제지표·연방준비제도(연준·Fed)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신중한 낙관론이 형성되고 있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선물은 오전 03시35분(미 동부 기준) 기준 27포인트(0.1%) 상승했으며, S&P500 선물도 8포인트(0.1%),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선물은 62포인트(0.3%) 각각 올랐다.
전 거래일 현물 시장에서 S&P500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 번 갈아치웠고, 나스닥 종합지수도 동반 상승했다. 주말 사이 미·EU 간 관세 합의가 전격 발표되면서 ‘보복 관세(Reciprocal Tariff)’ 우려가 일시적으로 완화된 점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백악관은 8월 1일 발효 예정인 전면 관세 인상 전에 유럽, 아시아 주요국과 연쇄적으로 부분 합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이다.
‘선물’이란 장래의 특정 시점에 자산을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파는 계약을 의미한다. 따라서 선물가격 변동은 현물 시장의 예상 흐름을 미리 보여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이날처럼 소폭 상승한 선물은 투자자들이 이번 주 대형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장세를 기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무역 협상 —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다시 마주 앉은 미·중
미국과 중국 협상단은 29일 스웨덴 총리실이 위치한 스톡홀름에서 추가 관세 합의를 위한 회담을 이어갔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나란히 참석했으며, 협상 결과는 8월 12일로 예정된 연장·타결 시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 자미슨 그리어는 “‘엄청난 돌파구(enormous breakthrough)’가 임박했다는 신호는 없다”면서도 “90일간 휴전 연장 가능성을 양국 모두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올해 초 희토류 수출 제한·보복 관세 공방이 격화되자 ‘조건부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 직·간접 대면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보복 관세’란 상대국이 부과한 관세만큼 동일한 세율을 부과해 상계(相計)하는 조치를 뜻한다. 미 행정부가 제시한 EU산 제품에 대한 15% 일률 관세도 이러한 맥락이다. 월가 정보업체 바이털 날리지(Vital Knowledge)는 “시장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기업 실적 — 164곳의 S&P500 구성 기업이 무더기 성적표 제출
이번 주에는 164개 S&P500 편입 기업이 2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개장 전부터 머크(Merck & Co.), 유나이티드헬스(UnitedHealth Group), 보잉(Boeing),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 등이 발표를 예고했고, 장 마감 후에는 비자(Visa)가 실적을 공개한다.
JPMorgan 체이스가 나이키(Nike)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Overweight)’로 상향하자 나이키 주가는 시간외에서 급등했다. 유럽 시장 역시 아스트라제네카·바클레이즈·필립스 등 다수 대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고,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신임 CEO 발언 여파로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고관세 환경에도 불구하고 ‘실적 서프라이즈’가 다수 포착될 경우 증시가 추가 랠리를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 참고: 실적 시즌(Earnings Season)은 분기마다 대기업이 실적을 집중 발표하는 기간으로, 주가와 시장 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제지표 — 노동·소비·물가 3박자에 시선 집중
29일 공개될 미 노동시장 동향조사(JOLTS) 구인·이직 보고서는 일자리 수요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시장은 6월 구인 건수가 7,769만 건에서 7,510만 건으로 소폭 줄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노동 수요가 과열되지 않았다는 신호는 연준의 ‘동결 기조’를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컨퍼런스보드 7월 소비자신뢰지수, 민간고용(ADP) 통계, 7월 고용보고서(Non-Farm Payrolls)가 잇달아 나오며, 30일~31일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그 절정이다. 시장은 기준금리 동결(5.25~5.50%)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파월 의장 발언 수위에 따라 재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 JOLTS 설명: ‘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의 약자로, 미국 내 기업의 신규 구인·채용·이직·해고 통계를 월간 집계한 자료다. 고용시장의 열기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통한다.
반도체 — 엔비디아, 중국 수요 폭증 속 H20 AI 칩 30만 개 추가 발주
로이터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엔비디아(Nvidia)가 TSMC(대만반도체제조)에 H20 AI 칩 30만 개를 추가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미 확보한 60만~70만 개 재고에 더해지는 물량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7월 초 H20의 대(對)중국 판매를 재허용했으며, 엔비디아는 2024년에만 H20 칩 약 100만 개를 판매한 것으로 파악된다.
H20은 중국 규제에 맞춰 설계된 ‘다운그레이드 모델’로, 주력 제품인 H100·블랙웰(Blackwell) 대비 연산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중국 인공지능(AI) 생태계가 대체재 확보에 목마른 상황이라 사실상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다. 젠슨 황 CEO는 이달 베이징 행사에서 “생산 정상화까지 약 9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공급 병목을 시사했다.
AI 칩은 대규모 행렬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병렬 연산’ 능력이 탁월해 AI 학습·추론 과정에서 CPU보다 효율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테크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도 AI 반도체 확보전에 뛰어든 상태다.
기자 해설 — 관전 포인트와 시장 파급효과
이번 주 시장의 핵심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미·중 협상의 결실 여부다. 90일 휴전 연장만으로도 반도체·희토류·소비재 업종의 불확실성이 완화돼 위험 선호가 재개될 소지가 있다. 둘째, 실적 시즌이다. S&P500 구성 기업의 이익 성장률이 시장 컨센서스를 넘어설 경우, 연초 이후 과열 논란에도 불구하고 ‘퍼포먼스 추종 매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연준 커뮤니케이션이다.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 속도가 만족스럽다면 9월 회의에서 인하 논의가 촉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살아난다.
특히 엔비디아·TSMC발 AI 모멘텀은 미국·대만·중국 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테크 대형주 업사이드’를 다시금 자극하고 있다. 칩 수급 병목이 해소될 경우, 4분기 이후 AI 서버 투자 사이클이 한층 가팔라질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
결국 이번 주 데이터·이벤트가 ‘노이즈’로 끝날지, 추가 랠리의 ‘트리거’로 이어질지는 투자 심리·실적·정책 신호가 한 방향으로 수렴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장은 벌써부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VIX 옵션 거래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본 기사는 원문을 충실히 번역·편집하고, 기자의 시장 분석을 추가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