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증시가 12일(현지시간) 미·중 관세 휴전 연장 소식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예정된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두고 물가 지표가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금리 경로에 어떤 함의를 줄지 주목하고 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DAX 지수는 전장 대비 0.3% 오른 반면 프랑스 CAC 40 지수는 0.5% 상승했으며, 영국 FTSE 100 지수 역시 0.4% 올라 장 초반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냈다.
이번 관세 휴전 연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중국 정부가 기존 관세율을 유지한 채 추가 인상 조치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10일까지 미국은 대(對)중 관세를 30~50% 수준으로, 중국은 대미 관세를 10~20% 수준으로 동결한다. 지난 5월 양국이 100%를 웃돌던 관세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합의한 데 이어 추가로 ‘휴전’을 연장한 셈이다.
“양측이 관세 전면전을 피하면서 글로벌 교역 둔화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제기된다.
특히 미국 반도체 수출과 중국 희토류 수출 재개 조치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기술·원자재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관세(타리프·Tariff)란? 관세는 국가가 수입되는 상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자국 산업 보호와 재정 수입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관세율이 높아지면 수입품 가격이 상승하므로 소비자·기업 부담이 커지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휴전은 이러한 부작용을 3개월 추가로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제 지표 측면에서는 독일 8월 ZEW 경기기대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 해당 지수는 독일 및 유로존 경기 전망에 대한 기관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심리를 반영하는 선행지표다. 시장에서는 경기 회복 모멘텀이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같은 날 발표된 영국 4~6월 실업률은 4.7%로, 2021년 7월 이후 최고치 수준을 유지했다. 보너스를 제외한 평균 임금 상승률도 연 5.0%를 기록하며 임금 인플레이션 압력이 식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미국 7월 CPI다. 월가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대비 2.8% 상승을 예상하며, 이는 6월(2.7%)보다 높고 연준 목표치(2.0%)를 웃돈다. CPI는 소비재·서비스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대표적 물가 지표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근거가 된다.
CPI가 중요한 이유는 물가가 연준 목표치를 상회할 경우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세 인상이 가계 비용을 자극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휴전 연장에도 불구하고 CPI가 높게 나오면 불확실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기업 실적ㆍ개별 종목 동향
하노버재보험(Hannover Re)은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38% 급증했다. 이는 재보험 서비스 수익 확대와 손해율 개선의 복합 효과로 분석된다. 한편 주택건설업체 벨웨이(Bellway)는 2025 회계연도 말 4,200만 파운드 순현금(전년 순부채 1,050만 파운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택 준공 건수가 가이던스를 상회한 덕분이다.
온라인 베팅 업체 엔테인(Entain)도 1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연간 이익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 합작사 BetMGM 매출이 35% 급증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재보험·주택·게임 산업 등 개별 종목 실적이 고루 호조를 보이면서, 관세 휴전 효과와 맞물려 유럽 주식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투자 정서가 확산됐다는 평가다.
재보험(Reinsurance)이란? 보험사가 인수한 위험(리스크)의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재차 이전해 손실 위험을 분산하는 제도다. 하노버재보험은 글로벌 톱티어 재보험사로, 보험 손해율이 낮아질수록 수익성이 개선된다.
원유 시장 동향
휴전 연장 덕분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자 브렌트유 10월물 가격은 배럴당 66.81달러(+0.3%),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은 64.20달러(+0.4%)로 소폭 상승했다.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완화가 원유 수요 전망을 지지했다.
다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알래스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논의를 위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시장 전문가들은 “휴전이 90일간 연장됐지만, 관세 자체가 완전히 철폐된 것이 아닌 만큼 무역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CPI가 예상을 웃돌 경우 ‘연준이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존 기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반면, CPI가 예상치를 하회하거나, 연준이 관세 영향을 일시적 요인으로 간주할 경우, 유럽 및 글로벌 주식시장은 ‘연착륙(Soft Landing)’ 가능성을 선반영하며 추가 상승 여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결국 당분간 시장 방향성은 미·중 무역 협상 재개 속도와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에 의해 좌우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변동성 대비 전략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