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 2025년 ‘예비 합의’ 그 이후
2025년 10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마무리된 미·중 고위급 실무협의는 100 % 대중(對中) 관세와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라는 ‘쌍방 울트라 카드’가 동시에 유예되는 예비 합의를 이끌어냈다.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중국 허리펑 부총리·리청강 상무부 부부장이 서명한 이 틀은 10월 30일 서울에서 예정된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의 출발점이다.
본 칼럼은 이번 휴전의 장기(향후 10년) 파급효과를 ①희토류 공급망, ②관세·무역 구조, ③글로벌 투자 흐름, ④지정학·기술 패권 네 축으로 나눠 다각도로 분석한다.
1. 희토류 유예의 전략적 의미
1) ‘17개 원소’가 좌우하는 첨단산업
희토류는 네오디뮴·디스프로슘 등 17개 원소를 묶은 용어다. 아래 표는 주요 원소와 활용 영역을 요약한 것이다.
| 원소 | 주요 용도 | 세계 생산비중(중국) |
|---|---|---|
| 네오디뮴(Nd) | EV 모터·풍력 터빈 자석 | 70 % |
| 디스프로슘(Dy) | 고온 자석(군용·우주) | 78 % |
| 란타넘(La) | 정유 촉매·광학 렌즈 | 99 % |
세계 희토류 정제·가공 기준 중국 점유율은 ~70 %에 달한다(미 지질조사국·USGS, 2024). 따라서 수출 규제 유예는 단순 무역합의가 아니라 안보·산업 생태계를 좌우하는 초대형 카드다.
2) 미·중 유예 조건의 내막
- 미국: 100 % 관세 ‘스냅백(snap-back)’ 권한 보유
- 중국: 희토류 쿼터·라이선스 제도 조건부 유지
- 공통: 위반 시 30일 내 보복 발동·WTO 제소 중단
즉 ‘브레이크 없는 휴전’이 아니라 상호 억지 장치가 들어간 임시 정지에 가깝다.
2. 관세 구조 장기 시뮬레이션
1) 2026~2030: 부분 철회 vs. 선택적 인상
컨설팅 회사 Eurasia Group은 2026년 미국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 부분 철회(확률 55 %) – 농산물·소비재 관세 단계적 인하, 첨단 부품은 존치
- 선택적 인상(확률 45 %) – AI·반도체 ‘초격차’ 유지 명목, 관세 존치+수출통제 강화
부분 철회가 현실화되면 S&P 500 제조업 EPS는 2030년까지 누적 6 % 상향(골드만삭스 추정)된다. 반대로 선택적 인상 시 MSCI China Index PER 디스카운트는 현재 –37 %에서 –45 %까지 확대될 수 있다.
2) 2031~2035: ‘보복 관세’ 재점화 리스크
미 의회조사국(CRS)은 미국 내 희토류 자급률이 2032년 35 %를 넘지 못하면 「희토류안보법(가칭)」이 발의될 가능성을 경고한다. 해당 법안은 국방·에너지 장비에 중국산 희토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담을 수 있다. 이는 곧 관세보다 강력한 공급망 차단을 의미한다.
3. 글로벌 투자·산업지형 변화
1) 美·日·EU, ‘친환경+안보’ 이중 보조금 확대
2024~2028년 미국 IRA·CHIPS Act 합산 세액공제는 연 460억 달러(의회예산국/CBO). 유럽 Critical Raw Materials Act·일본 특정경제안전보장법까지 합치면 연 700억 달러에 달하는 ‘공급망 인센티브 풀’이 형성된다. 이에 따라 캐나다·호주·베트남·탄자니아 등이 희토류 광산 투자 러시를 맞고 있다.
2) 3단계 밸류체인의 지경학 재편
희토류 산업은 ①채굴→②정제→③자석 가공 세 단계로 구분된다.
- 채굴: 미국·호주·캐나다 신규 광산 프로젝트 43건 승인 대기
- 정제: 한국·말레이시아·에스토니아에 중간처리 시설 건설 중
- 가공: 미국·일본·EU가 구형 네오디뮴 자석 리사이클 세제 혜택
→ 결국 정제·가공 단계가 ‘병목’으로 남아 중국의 레버리지는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4. 기술·군사 패권과 희토류
1) 전기차(EV)·풍력·AI서버 수급 전망
블룸버그NEF는 2030년 EV 모터용 희토류 수요가 2024년 대비 3.4배, AI 서버 냉각팬·전원부 자석 수요는 4.1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중국 외 지역 정제 캐파가 연 15 %씩 증설돼야 하나, 현재 계획물량은 연 7 % 증가에 그친다.
2) 군사·우주 시스템 의존도
미 국방부 Industrial Capabilities Report(2024)에 따르면 F-35 전투기 1대당 희토류(산화물 기준)가 417 kg 투입된다. 대체 소재가 개발되지 않는 한 방산 분야 리쇼어링은 희토류 확보 없이는 완전 불가하다.
5. 리스크·기회 매트릭스
| 구분 | 단기(≤2년) | 중장기(>2년) | ||
|---|---|---|---|---|
| 리스크 | 기회 | 리스크 | 기회 | |
| 미국 | 관세 재발 | 자국 광산 IPO·M&A | 연방 예산 적자 확대 | 高부가 제조업 리쇼어링 |
| 중국 | 기술수입 제한 | 고부가 정제 프리미엄 | 수출시장 다변화 실패 | 내수 고도화·BRI 확장 |
| EU·日·韓 | 조달비용 상승 | 정제·재활용 신산업 | 투자 중복→공급 과잉 | ‘친환경·안보’ 동시 달성 |
6. 투자·정책 제언
1) 투자자에게
- 분산화 ETF: 희토류 채굴·정제·자석 3단계 기업을 골고루 담은 Critical Minerals ETF가 구조적 수혜를 받는다.
- 실물·리사이클 테마: 美 MP Materials·豪 Lynas, 獨 Vacuumschmelze 같은 고순도 합금·재활용 기업도 장기 매력.
- 리스크 헤지: 중국 내수 기술주·항공·소비 업종은 관세 ‘스냅백’ 위험에 노출,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 필요.
2) 정책 결정권자에게
- ‘친환경+안보’ 이중 정책 —— 재생에너지 보조금과 소재 안보 보조금을 동시에 설계해 투자 유인 제고.
- 공급망 KPI 공개 —— 정제·가공 캐파 증설 현황을 분기별로 투명하게 공표, 투자 불확실성 완화.
- 국제 공동비축제 —— IEA 전략석유비축(SPR) 모델을 희토류에 도입, 가격 급등·공급쇼크 완충.
7. 결론 — ‘쇠퇴하는 상호의존, 부상하는 전략적 선택’
이번 미·중 휴전은 상호 억지에 기반한 조건부 평화다. 관세와 희토류는 ‘칼과 방패’로 맞물려 있으며, 어느 한쪽이 먼저 휘두르면 상대의 대응 강도도 증폭된다. 2026년까지는 미국 대선·중국 15차 5개년 규획이 겹치며 정치 변수로 재점화 가능성이 높다.
결국 장기적으로 살아남는 공급망은 지리적 다변화와 기술 혁신(재활용·대체 소재)을 동시에 이뤄낸 구조일 것이다. 이번 합의로 인한 ‘시간 벌기’는 각국·기업이 전략적 선택을 실행할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투자자와 정책당국 모두 이 창(窓)을 놓쳐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