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술기업들이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관세 변수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웃도는 실적과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시장에 ‘희망의 불빛’을 비추고 있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검색 대기업 알파벳(나스닥: GOOGL), 한국 반도체 업체 SK하이닉스, 인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 인포시스(NSE: INFY)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모두 시장 컨센서스를 웃돌며 낙관적 전망까지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들 세 기업은 예상치를 상회한 매출·순이익을 기반으로 투자 확대·실적 가이던스 상향 등 미래 계획을 공개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완화했다.
무역 정책의 변동성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고, 관세 인상 가능성은 기업 경영 환경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더해 왔다. 특히 미국 정부의 ‘불규칙한’ 관세 부과 움직임은 환율 변동, 규제 변화 등 기존 리스크와 얽히며 각국 기업에 복합적 부담을 안겨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적 시즌에서 일부 대형 IT 기업이 ‘깜짝 호실적’을 내놓으면서 투자자 심리가 일정 부분 회복되는 모습이다.
1. 알파벳, ‘클라우드·AI’ 투자 가속
알파벳은 2분기에 시장 추정치를 넘어서는 수익을 기록하며,
“생성형 인공지능(GAI)과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검색 광고 부문의 견조한 성장과 함께 유튜브 광고 수익이 전년 동기 대비 높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실적을 견인했다. 회사 측은 향후 12개월간 설비투자(capex)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언했다.
2.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분기 이익
NVIDIA의 AI 가속기용 HBM3 공급사로 주목받는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 수요 폭증에 힘입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회사는
① AI 칩 수요 확대, ② 관세 리스크를 의식한 고객사 재고 선취, ③ 원가 절감 효과
등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중국 우시 공장에 대한 추가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혀 공급 확대 의지를 명확히 했다.
3. 인포시스, 연간 매출 가이던스 상향
인도 IT 서비스 강자 인포시스는 연간 매출 성장률 가이던스를 ‘0~3%’에서 ‘1~3%’로 올려잡았다. 이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IT 아웃소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일부분 상쇄한 결과로 해석된다. 인포시스는 북미 금융·제조 고객사의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 매출 가속을 전망했다.
관세 충격으로 타격 받은 자동차·철강·제약 업종
반면, 같은 기간 발표된 다른 업종의 실적은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7월 16~22일 사이 공개된 기업들의 연간 손실 규모는 최대 78억 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자동차, 항공우주, 제약 업종이 관세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었다.
한국 현대자동차(OTC: HYMTF)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감소했으며, 회사는 “미국 내 차량·부품 관세로만 8,280억 원(약 6억 650만 달러)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미국 제너럴모터스(NYSE: GM) 역시 “관세로 인해 11억 달러가 2분기 실적에서 증발했다”고 발표했다.
전기차(EV) 시장에서도 먹구름은 이어진다. 테슬라(NASDAQ: TSLA)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전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미국 정부의 EV 보조금 축소로 향후 몇 분기 실적이 ‘험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테슬라는 10여 년 만에 최악의 분기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무역 협상 현황 – 일본과의 합의, EU·한국은 ‘안갯속’
투자자들은 관세 리스크 완화를 위한 각국의 무역 협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일본과 자동차 관세 인하 및 기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를 포함한 협상에 전격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시장은 8월 1일로 예정된 추가 관세 시행 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사 합의 성사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두 명의 유럽 외교관에 따르면, EU는 ‘15% 기본 관세율’과 일부 품목 면제를 골자로 한 타협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미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일정 문제로 예정됐던 협상이 연기되면서 관세 회피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한국 재정부는 협상 재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고 발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백악관이 이미 마감시한을 한 차례 연기한 만큼, 막판까지 정치·산업계 로비가 치열할 것”으로 전망한다. 일본 합의가 심리적 안도감을 줬지만, 미국은 여전히 EU·캐나다·브라질 등 주요 경제권에 대해 관세 인상 카드를 유지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상존한다.
글로벌 외교 무대 – EU·중국·미국 3자 압박
24일 열리는 EU–중국 정상회담은 유럽이 대(對)중국·대미 통상 압박 속에서 어떤 전략적 균형점을 찾을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스웨덴에서 중국 고위 관료와 별도 회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각국 정부가 촉박한 시한 내에 양자·다자 협정을 체결하려는 이유는,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 투자와 채용 계획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용어 풀이 및 배경 설명
①가이던스( Guidance ): 기업이 향후 실적 전망치를 시장에 제시하는 행위로, 주가에 즉각적 영향을 미친다.
②CAPEX( Capital Expenditure ): 설비·유형자산 취득을 위한 투자를 의미한다.
③HBM( High Bandwidth Memory ): 기존 DDR 대비 대역폭을 대폭 향상한 차세대 메모리 규격으로, AI·HPC(고성능컴퓨팅)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문가 시각 및 추가 관전 포인트
일부 IT 대기업이 관세 악재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실적을 내놓은 것은 산업 구조적 추세 덕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글로벌 디지털 전환 가속, AI·클라우드 인프라 확장, 그리고 재택·원격근무 확산이 실적 방어막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반면 관세에 직격탄을 맞은 전통 제조업은 공급망 재편·비용 전가·환율 변동 등 다중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향후 주목해야 할 변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미국·EU·중국 간 무역 분쟁이 추가 완화될지 여부. 둘째, AI 서버 투자가 언제까지 고성장 국면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수요 검증. 셋째, 각국 정부가 친환경·디지털 전환에 투입할 재정·세제 지원이 관세 부담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지다. 시장은 이 모든 요소를 실적 시즌 내내 예의주시하며, 각 기업의 실적 가이던스와 캡엑스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