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연합인포맥스】 미국 증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관세 인상안과 동시에 발표된 부진한 7월 고용·제조업 지표 탓에 크게 밀렸다. 주요 지수가 일제히 2~5주 만의 저점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극대화됐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1.60% 하락해 2주 최저치로 주간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23% 밀려 5주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는 1.96% 급락해 역시 2주 만의 저점을 찍었다. 선물시장에서도 9월물 E-미니 S&P는 1.67%, E-미니 나스닥은 2.03% 각각 하락했다.
투자심리를 압박한 직접적 요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의 글로벌 최저 관세와, 대미 흑자국에 최소 1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대목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새 관세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24년 2.3%에서 15.2%로 치솟는다”고 추산했다.
관세는 8월 7일 0시 이후 발효될 예정이다.
여기에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시장 예상(+10만4천 명)을 밑도는 +7만3천 명 증가에 그치면서 경기 둔화 경고음을 키웠다. 전월 수치는 +14만7천 명에서 +1만4천 명으로 대폭 하향됐다. 실업률은 0.1%p 오른 4.2%로 집계됐고,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9% 올라 물가 압력을 시사했다.
같은 날 발표된 7월 ISM 제조업지수는 전월 대비 1p 하락한 48.0으로, 시장이 기대한 49.5를 밑돌며 9개월 만에 가장 깊은 위축을 나타냈다. 6월 미국 건설지출도 전월 대비 0.4% 감소해 예상치(변동 없음)를 빗나갔다.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미시간대 7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1.7로 하향 확정되었다.
경제지표 악화는 금리 인하 기대를 자극하며 국채 매수를 이끌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15.8bp 급락한 4.216%로 1개월 최저치를 찍었고, 연방기금선물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을 93% 반영했다(발표 전 40%).
지정학적 리스크도 불안감을 키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의 “도발적 발언”에 맞서 미 해군 전략핵잠수함 두 척을 “적절한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기술·반도체주 직격탄, 아마존 8% 급락
전날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제시한 아마존닷컴은 8% 넘게 빠지며 빅테크 전반을 끌어내렸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155~205억 달러)는 컨센서스 중앙값(194억2천만 달러)을 밑돌았다. 반도체 업종도 동반 약세를 보였다. 마벨 테크놀로지-6%, 마이크론-4%를 비롯해 엔비디아·AMD·인텔·ARM 모두 2% 이상 떨어졌다.
업종·종목별 주요 변동※괄호 안은 당일 등락률
• 플루어(-27%): 2분기 EPS 0.43달러로 예상(0.56달러) 하회, 연간 가이던스 하향.
• 이스트만케미컬(-19%): 2분기 EPS 1.60달러로 예상(1.74달러) 미달.
• 코인베이스(-16%): 2분기 매출 15억 달러로 예상(15.9억 달러) 하회.
• WW 그레인저(-10%): EPS·연간 전망 하향.
• 모더나(-6%): 연간 매출 가이던스 15억~22억 달러로 축소.
• 아비스 버짓(-3%): 골드만삭스가 매도 의견.
• 레딧(+17%): 2분기 매출 4억9,960만 달러(예상 4억2,530만 달러) 호조, 3분기 가이던스 상향.
• 주택건설주 DR호턴(+5%), 레너·펄티그룹·톨브러더스(각 +2~3%): 금리 하락 수혜.
• 모놀리식파워시스템즈(+10%): 2분기 EPS 4.21달러(예상 4.12달러) 상회.
• 킴벌리-클라크(+4%): 2분기 EPS 1.92달러(예상 1.68달러) 호조.
• 릴리(+2%): 미 정부의 체중감량제 보험 적용 시험 계획 보도.
해외 증시·채권시장 동향
유럽 증시는 Euro Stoxx 50이 2.90% 급락하며 3개월 저점으로 후퇴했고, 독일 10년물 분트금리는 2.679%로 1bp 넘게 하락했다. 영국 길트 10년물도 4.528%로 4주 최저 수준을 찍었다. 아시아에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0.37%, 닛케이225가 0.66% 내렸다.
유로존 7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대비 2.0%(핵심 2.3%) 상승해 시장 예상 1.9%를 소폭 웃돌았다. 독일·영국의 7월 S&P 제조업 PMI는 각각 49.1, 48.0으로 하향 수정돼 경기 냉각 우려를 가중시켰다.
이에 따라 시장은 9월 유럽중앙은행(ECB)의 25bp 인하 가능성을 14%로 반영 중이다.
전문가 진단 및 전망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인플레이션은 아직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며 2025년 금리 인하 폭 확대를 논의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연은의 베스 해맥 총재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오늘 지표는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FOMC에서 선제적 완화가 이뤄질 경우, 관세 충격에 따른 수요 둔화를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평균 관세율이 15%를 넘어서면 기업 이익률 하락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불가피해 S&P500의 연간 이익 전망은 추가 하향될 가능성이 크다.
용어 풀이
• 비농업 부문 고용(NFP): 농업을 제외한 전체 산업의 고용변화를 집계한 미국의 대표적 경기 선행지표.
• ISM 제조업지수: 미국 공급관리협회(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가 발표하는 설문지표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50 미만이면 위축을 의미.
• FOMC: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
•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률: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 차이로 계산한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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