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무역협상 호재에 유럽 자동차주 급등

유럽 주요 자동차주가 24일 장 초반부터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도쿄가 전날 밤 미국과 부분적 무역협정을 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아시아 자동차주가 급등한 흐름을 그대로 추종한 결과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산 승용차에 부과하려던 25%의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조치는 유럽연합(EU)과의 협상에도 긍정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웠다.

무역합의 발표 직후 도요타·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 주가는 물론, 현대차·기아 등 한국 업체 주가도 시간 외 거래에서 두 자릿수 급등했다. 유럽 시장에서는 볼보(스웨덴)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약 7% 올라 5월 중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독일 명차 4사인 포르셰·BMW·메르세데스 벤츠·폭스바겐이 3.8%에서 6.8% 사이로 뛰었다. 프랑스의 스텔란티스와 르노도 약 3% 상승했다.

지표로 보면, 유럽 자동차·부품주로 구성된 STOXX 600 자동차 지수가 그리니치표준시(GMT) 07시06분 기준 3.4% 급등하며 섹터 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범유럽 지수인 STOXX 600은 0.9% 오르는 데 그쳤다.


EU, 미국과 8월 1일 이전 협정 윤곽 마련 시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8월 1일 관세 인상 시한 전에 협상 초안을 도출하기 위해 워싱턴과 접촉하고 있다. 브뤼셀은 EU 자동차 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관세 인하·수입 쿼터·상계 등 다층적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와 무역 당국자들에 따르면, 협상 테이블에는 EU 업체의 대미 수출액을 기준으로 미국산 부품 관세를 상계하는 방식까지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 수출 물량 제한(캡) 없이 관세를 낮췄다는 점은 유럽·한국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Citi)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결정은 물량 제한 없는 관세 인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무역 적자 구조와 불만의 목소리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 자료에 따르면, 유럽은 2024년 한 해 미국으로 승용차 75만8,000대(금액 기준 389억 유로·약 455억7,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이는 미국발 역수입 물량의 4배 이상에 달한다.

한편 미국 완성차 업계를 대변하는 얼라이언스 포 오토모티브 이노베이션(AAI)은 이번 미·일 협정에 대해 곧바로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단체에는 크라이슬러 모회사 스텔란티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일본산 차량 관세만 낮추고 캐나다·멕시코 생산차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돼 북미 공급망 역차별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 해설: 지수·기관 용어 이해하기

STOXX 600은 유럽 상장사 600개를 아우르는 대표 지수로, 여기서 자동차 지수는 해당 업종 15~20개 종목만 모아 변동성을 가늠한다. ACEA는 Association des Constructeurs Européens d’Automobiles의 약자로, EU는 물론 영국·터키·스위스 완성차 업체까지 회원사로 두고 있다. 관세 상계(credit)는 수출액만큼 관세를 감면 받아 상쇄효과를 노리는 제도다.

시장 전망 및 시사점

시장 참여자들은 “EU가 일본과 동일 수준의 관세 인하를 얻어낸다면 유럽 완성차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대로 미국 내 생산비중이 낮은 업체는 무역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8월 1일까지 이어질 미·EU 협상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며, 관세·쿼터·신환경 규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다자간 ‘자동차 통상전쟁’의 향방이 글로벌 주가 흐름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