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자동차 및 부품주, 미·일 무역협상 훈풍에 일제히 랠리
독일 라이프치히에 위치한 BMW 공장 조립라인 위를 완성차가 이동하고 있다.사진 Picture Alliance
유럽 대표 자동차 기업들의 주가가 23일(현지시간) 개장 직후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이 전격적으로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인하하는 ‘대형 무역합의’에 서명하면서, 다른 주요 수출국에도 유사한 관세 완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시장 전반을 끌어올렸다.
2025년 7월 23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올린 글에서 이번 합의를 “아마도 역사상 가장 거대한 딜”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합의로 미국이 일본산 승용차·부품에 부과해 온 25% 관세가 15%로 낮아질 예정이다. 이는 미국이 각국 완성차에 적용하고 있는 세율 대비 10%포인트 인하에 해당한다.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과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 중인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 관세를 달성했다”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가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폭스바겐(Volkswagen), BMW,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 모두 4% 이상 상승했다.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7.1% 급등했다.
프랑스의 부품업체 발레오(Valeo)도 4% 오름세를 보였고, 지프(Jeep) 브랜드를 보유한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약 5.4% 상승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진 연설에서 “미·일이 액화천연가스(LNG) 추가 계약도 맺고 있다”면서 “내일은 유럽이 들어올 차례”라고 밝혀, 관세 협상을 EU로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동차 산업과 관세
완성차는 수천 개 부품이 대륙별 공급망을 오가는 대표적 글로벌 제품이다. 이 때문에 관세 정책 변화가 주가·교역·투자 의사결정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일본의 경우, 2024년 기준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이 전체 수출의 28.3%를 차지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일본 재무성 관세통계
시티그룹 이코노미스트 아이바 가쓰히코는 연구노트에서 “러프한 수출 상한선(cap) 없이도 세율을 15%까지 낮춘 선례가 생긴 만큼, 향후 EU·한국과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은 오랫동안 미국과 자동차 관세 완화를 추진해 왔으나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7개 회원국을 향해 “8월 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EU산 수입품 관세를 30%까지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용어 해설
트루스 소셜(Truth Social)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설립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 X(전 트위터)·페이스북 등 기존 플랫폼의 ‘검열’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발언 공간을 표방한다.
관세율 캡(cap) — 특정 제품 수입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낮은 관세 혜택을 중단하고 기본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로, 수입 규모를 사실상 제한한다.
전망 및 시사점
시장 참가자들은 미·일 딜을 ‘가늠자’로 삼아 EU·한국 등 다른 대형 수출국의 협상 진전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업종 전반에 걸친 공급망 재편·투자계획 수정 움직임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 의회 승인 절차, 일본 내 정치적 변수, EU·한국의 협상 전략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관세 인하 효과가 실제로 기업 이익에 반영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신중론도 병존한다.
이 기사는 CNBC Lim Hui Jie 기자가 일부 취재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