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23일(현지시간) 혼조세를 보였다. S&P500 지수는 전장 대비 0.25% 상승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45% 올라 2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비중이 큰 나스닥100 지수는 -0.14% 하락했다. 9월물 E-mini S&P500 선물은 0.26% 상승, 9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0.15% 하락했다.
2025년 7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일본 간 관세 완화 소식이 위험 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늦게 일본과의 무역 합의를 발표했다. 합의에 따라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될 관세율은 당초 25%에서 15%로 인하되며, 일본 정부는 미국 내 투자용 5,500억 달러(약 734조 원) 규모 기금을 조성한다. 또한 일본은 보잉 항공기 100대 구매, 미국산 쌀 수입 75% 확대, 기타 농산물 80억 달러 구매, 미국 방산 기업과의 연간 방위 협력 규모를 140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업체 약세가 나스닥의 오름폭을 제한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XN)는 -12% 급락하며 나스닥100 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회사 경영진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부문에 ‘실질적인 광범위 회복’이 없다”고 밝혔고, 미국행 수출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우려해 주문을 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ON세미컨덕터(-7%),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6%), NXP·아날로그디바이스·글로벌파운드리즈(각 -2% 이상)도 동반 하락했다.
주택 지표 부진 역시 투자심리를 눌렀다. 6월 미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채(연율)로 9개월 만에 최저치이자 시장 예상치(400만 채, -0.7%)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MBA 모기지 신청 건수는 0.8% 증가했으나,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6.82%에서 6.84%로 2bp 상승했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은 150개 이상 국가에 ‘관세 예고 서한’을 발송하겠다고 밝히며
8월 1일부로 대부분 품목에 10~15% 추가 관세를 시사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멕시코산 수입품에 30% 관세, 캐나다 일부 제품에 35% 관세(현 25%)를 예고해 시장을 긴장시켰다.
이번 주 시장은 무역협상 소식과 함께 알파벳·테슬라 실적(장 마감 후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24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2만6천 건(+5천 건)으로, 7월 S&P 미국 제조업 PMI가 52.7(-0.2p)로 예상된다. 25일에는 6월 신규주택판매가 전월 대비 4.3% 증가한 65만 건, 26일에는 6월 국방·항공 제외 내구재 신규주문이 0.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정책·채권시장 동향
연방기금 선물은 7월 29~30일 FOMC에서 25bp 인하 가능성 5%, 9월 16~17일 회의에서 58%를 반영하고 있다. 국채시장에서 9월물 10년 만기 T-노트 선물 가격은 8틱 하락, 수익률은 4.374%(+3bp)로 상승했다. 미·일 무역합의로 안전자산 선호가 약해진 데다, 재무부가 이날 200억 달러 규모 20년물 국채를 발행하는 공급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다만 기존주택 판매 부진, 10년물 기대인플레이션(BEI)이 1주일 만에 최저치 2.386%로 후퇴한 점이 낙폭을 제한했다. 유럽에서는 독일 10년물 분트금리 2.604%(+1.4bp), 영국 10년물 길트금리 4.611%(+4.2bp)로 동반 상승했다.
주요 종목별 주가 움직임
전력·유틸리티주가 강세다. PJM 인터커넥션이 “AI(인공지능) 확산으로 역내 전력수요 보장 비용이 사상 최대 161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영향이다. 테일런에너지(+8%), 비스트라(+6%), NRG에너지(+5%), 컨스텔레이션에너지(+4%)가 상승했다.
실적 호조 종목도 돋보였다. 램프웨스턴(LW)은 +20% 급등하며 S&P500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4분기 매출이 16억8,000만 달러로 컨센서스(15억9,000만 달러)를 상회했다. GE 버노바(GEV) +14%, 써모피셔 사이언티픽(TMO) +13%, 레녹스인터내셔널(LII) +9%, TE커넥티비티(TEL) +8%도 시장 기대를 웃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반면 부진한 실적으로 파이서브(FI) -17%, 오티스 월드와이드(OTIS) -11%, 텔레다인 테크놀로지스(TDY) -5%가 급락했다. 유니티소프트웨어(U) -3%는 BTIG가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낮추며 약세를 보였다. 노던트러스트(NTRS) -3%도 대손충당금 확대가 악재로 작용했다.
국제 증시·파생시장
유럽 Euro Stoxx 50 지수는 0.88% 상승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9.5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 0.01% 상승 마감했고,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1년 만에 최고치로 3.51% 급등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 E-mini 선물: 시카고상품거래소(CME)가 운영하는 소형 주가지수 선물로, S&P500·나스닥100 등 대형 선물의 5분의 1 규모다. 개인투자자가 비교적 적은 증거금으로 지수에 레버리지 투자를 할 수 있다.
▪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I):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 수익률 차이로, 향후 물가상승 기대치를 가늠하는 지표다. BEI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둔화됐음을 의미한다.
전문가 해설
이번 미·일 무역합의는 공급망 재편 리스크 완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유럽·캐나다 등과의 갈등이 남아 있어 시장이 완전한 랠리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특히 반도체 업종은 ‘관세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위축’이 실적에 직격탄을 주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 중심 AI 투자가 확대돼도 전방(완성차·산업장비) 수요 둔화가 상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대선 국면에서 무역정책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방어적 포트폴리오와 현금흐름 기반 기업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 본 기사에 언급된 기업·지수·상품 등에 대한 투자 판단은 독자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