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우주청 수장, 플로리다서 드문 대면 회동···달·ISS 협력 논의

워싱턴발 우주 외교의 새로운 단초 —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의 최고 책임자가 플로리다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드물게 얼굴을 맞대고 국제우주정거장(ISS) 유지·운용달 탐사 협력을 논의했다.

2025년 7월 3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숀 더피 임시 NASA 국장과 드미트리 바카노프 로스코스모스 총재는 이날 플로리다 현지에서 대화를 나눴다. 두 기관장 간 대면 회담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NASA 측은 회담 직후 “양측은 우주 분야의 지속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만 밝혔고, 로스코스모스는 텔레그램 영상으로 회담 장면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더피 국장과 바카노프 총재가 양측 참모진에 둘러싸여 악수하는 모습이 담겼다.


ISS·달·심우주 탐사 의제

로스코스모스는 “

ISS 후속 업무, 달 프로그램 협업, 심우주 공동 탐사 및 기타 프로젝트 연계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고 전했다. 그러나 양 기관 모두 구체적인 달·심우주 프로젝트 명칭이나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달 탐사 키워드*

*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 NASA 주도 유인 달 착륙·기지 건설 계획
* 중·러 국제달연구기지(ILRS): 중국·러시아가 추진하는 별도 달 기지 프로젝트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아르테미스 참여를 철회하고 중국의 ILRS 파트너로 이동했다. 이번 논의가 양측 달 협력 재개 신호인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달라진 구도

전쟁으로 러시아 민간 우주 프로그램은 서방과 거의 단절됐고, 군사·정보 위성 투자 비중이 커졌다. 반면 ISS 공동 운영은 기술적 상호 의존성 덕분에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 모듈은 미국 태양광 패널 전력을 필요로 하고, 미국 모듈은 궤도 유지용 러시아 추진기를 의지한다.

ISS에는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청(C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도 참여해 미소(美蘇)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과학 외교 무대를 구성한다.


케네디 우주센터서 Crew-11 발사 지켜봐

더피·바카노프 회동은 스페이스X의 ‘크루-11’ 발사 일정과 맞물렸다. 해당 임무는 미국 우주인 2명·러시아 우주인 1명·일본 우주인 1명을 ISS로 보내는 정기 교대 비행이었으나, 악천후로 하루 연기돼 8월 1일 오전으로 재조정됐다.

앞서 러시아 대표단은 7월 30일 휴스턴 존슨 우주센터를 방문해 ISS 임무 통제 시스템을 살펴봤다.


군사‧민간 우주의 엇갈린 행보

민간·과학 협력과 달리, 미·러 군사 우주 프로그램은 적대적 구도를 유지한다. 미국은 러시아가 핵 탑재 위성 무기대(對)위성·정찰용 위성을 배치했다고 비판했고,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2030년 ISS 폐기·대체 플랫폼 문제, 그리고 ‘좌석 교환 프로그램’(미국인 우주인이 소유스 캡슐에 탑승하고 러시아 우주인이 스페이스X 드래건에 탑승하는 상호 교환 협정)의 연장 여부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용어 해설

좌석 교환 프로그램: ISS 상시 운용을 위해 양국 우주인이 서로의 우주선에 탑승해 탑승권을 교환하는 방식. 인도적 비상사태나 특정 우주선의 지상 불시착 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심우주(Deep Space): 지구·달 궤도권을 넘어 화성·소행성·외곽 행성 등 먼 우주 영역을 일컫는다.


전문가 시각

우주 정책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회담은 양국이 군사적 대립과 별개로 과학·탐사 분야 협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로 해석한다. 달 프로그램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미국의 아르테미스 공급망러시아의 소유스 기술력이 접점을 찾을 경우, 글로벌 우주 경제 지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다만 서방의 대러 제재가 여전히 강력해 기술·부품 수출 통제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실질적 프로젝트 협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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