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15일(현지시간) 하락세를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날 열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알래스카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에 주목하며 위험 회피 심리를 조정했다.
2025년 8월 15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9월물 WTI 가격은 배럴당 62.76달러로 전장 대비 1.20달러(1.88%)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회담 이후 지정학적 긴장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공급 차질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회담의 배경은 202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3년여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러시아에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대규모 제재를 감수해야 한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러시아는 이를 공식적으로 무시했다. 두 정상은 동일 본초 자오선 기준 15일 15시(미 동부표준시)에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만날 예정이다.
회담 수시간 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최소 1명이 부상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분명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낙관적 입장을 유지했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에너지 제재는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최대 구매국인 인도와 중국에 ‘패널티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도는 2025년 상반기 하루 평균 180만 배럴(전체 수입의 37%)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시장에서는
“회담이 결렬될 경우 유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며, 러시아와 주요 수입국 모두 제재 강화라는 부담을 안게 된다”
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양보나 미국의 제재 완화가 현실화되면 러시아산 원유가 시장에 대량 유입돼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글로벌 수요 변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성장했으며, 연율 기준 1.0% 증가했다. 아시아 주요 원유 소비국인 일본의 성장은 원유 수요 견조함을 시사한다.
미국 경제 지표도 가격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상승하고 고용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로이터 통신이 실시한 설문에서 대부분의 경제학자는 연방준비제도(Fed)가 9월 금리를 인하하고 연내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는 달러화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유가 지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와이오밍 잭슨홀 경제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내놓을 통화정책 가이던스를 주시하고 있다. 이는 최근 OPEC+의 증산 결정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제시한 수요 감소 전망 사이에서 균형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 해설: 용어와 배경
•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미국산 경질 원유로, 국제유가 벤치마크 중 하나다.
•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 10여 개국이 결합한 협의체를 가리키며,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40%를 조절한다.
• 잭슨홀 심포지엄은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주최하는 국제 경제정책 회의로, Fed 의장 연설은 글로벌 시장에 큰 파급력을 가진다.
현재 시장은 미·러 정상회담 결과, Fed 통화정책 경로, OPEC+ 생산 전략이라는 세 갈래 변수를 동시에 반영하며 고도로 변동성이 확대된 상태다. 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져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공급 차질과 위험 프리미엄이 다시 부각될 수 있으며, 반대로 일부 타협이 이루어지면 러시아산 원유 재유입으로 유가 하방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지정학·통화정책·수급 삼중 변수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는 것이 시장 컨센서스다. 투자자들은 회담 결과는 물론이고, 9월 예정된 연준 회의 및 OPEC+ 기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