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 미국과 중국 사이의 틱톡(TikTok) 매각 협상이 가장 중요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 재무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20일(현지시간) 예정된 통화에서 최종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통신(Reuters)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마드리드 회의에서 중국 측이 요구 사항을 장문의 목록으로 제시했다”면서도 “협상은 상세하고 포괄적이며(fulsome) 상호 존중 속에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양국은 세계 1·2위 경제대국 간 광범위한 무역전쟁 완화를 목표로 수개월 간 진행해 온 협상 끝에 ‘포괄적 틀’(framework agreement)에 합의했다고 15일 공동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을 압박해 온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감 시한’ 압박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1억 7,000만 명 사용자를 보유한 틱톡을 미국 기업이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데 합의가 없을 경우 서비스 중단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세 번의 시한을 연장했으며, 오는 18일로 예정된 네 번째 시한도 추가로 미룰 수 있다는 관측이 여전하다.
그는
“향후 며칠간 상업적 조건, 즉 신규 투자자와의 지분 구조·가격 책정 등 세부 사항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구체적 조건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틱톡 논란의 배경과 의미
틱톡은 중국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소유한 숏폼(short-form) 영상 플랫폼으로, 15초~3분 내외의 영상으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폭발적 호응을 얻고 있다.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2023년부터 자국 내 데이터 보호 조치를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매각 또는 분리 요구안을 검토해 왔다.
베센트 장관이 언급한 ‘서비스 중단’은 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의 삭제뿐 아니라 이미 설치된 앱의 기능 제한까지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이 조치는 미국 젊은 층뿐 아니라 기업의 마케팅·광고 전략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중국 정부는 틱톡의 핵심 알고리즘을 ‘중요 기술 수출’ 품목으로 지정해 무단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자에게 지분을 넘기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기술 이전·데이터 거버넌스 방식 등 복합 쟁점이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 시각: 정치·경제 동시관리 시험대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의를 “미·중 관계를 시범적으로 안정시키는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한다. 특히 미 대선이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對中) 강경 기조’와 ‘경제 불확실성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시진핑 주석 역시 경기 둔화 국면 속에서 미국과의 갈등 완화를 통해 수출 활로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에 대해 국제무역법 전문 변호사인 앤절라 우(Angela Wu)는 “틱톡 사태는 단순한 플랫폼 인수·합병(M&A)을 넘어 국가 간 디지털 주권과 표현의 자유가 교차하는 새로운 규제 프레임을 제시한다”고 진단했다.
향후 일정 및 변수
양국 정상이 20일 화상 통화 또는 전화 통화를 통해 ▲지분 구조 ▲데이터 보관 위치 ▲알고리즘 접근권 등의 쟁점 사항을 최종 조율할 전망이다. 베센트 장관은 “가능한 한 조속히 최종 서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협상 마감 시점을 다시 연기할 가능성, 중국 규제 당국이 알고리즘 이전을 최종 불허할 가능성 등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투자자·기업·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트럼프·시 회담 이후 정책 방향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IT·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데이터 이전 규제와 세컨더리 제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fulsome’이라는 단어는 ‘(칭찬·설명이) 지나치게 상세하고 과장된’이라는 뜻을 지닌다. 기사에서는 ‘매우 상세하고 포괄적인’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베센트 장관은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올바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협상 진전은 기대 이상으로 빠르다”고 재차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 차단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실제로 단행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다만 이번 회담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양국 기업 간 기술·데이터 협력 모델 설계에 하나의 선례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결렬될 경우 미·중 갈등이 소셜미디어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반도체, 클라우드 분야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