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물가 압력 완화와 이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S&P 500 지수는 0.30%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100 지수도 0.04% 상승하며 4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애플 주가 부진으로 0.48% 하락했다.
2025년 9월 1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9월물 E-미니 S&P 500 선물은 0.28% 올랐고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도 0.02%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6bp 내려 4.03%를 기록, 5개월 만의 저점으로 떨어졌다. 이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예상보다 크게 둔화된 결과로, 투자자들은 연준이 곧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했다.
이번 PPI 결과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해 7월의 3.1%에서 크게 둔화됐으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 역시 2.8%로 내려앉았다. 물가 완화 신호에 따라 채권가격이 오르고 수익률이 내리면서 연방기금선물시장은 9월 16~17일 FOMC 회의에서 25bp(0.25%p) 인하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10%의 확률로 50bp 인하까지 점쳤다.
주요 종목 움직임*
AI 인프라 수요 확대 기대가 불붙이며 오라클(Oracle) 주가가 35%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는 회계연도 2026년 이후 4년간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이 각각 320억 달러, 730억 달러, 1,140억 달러, 1,14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덕분에 엔비디아·브로드컴·아리스타 네트웍스·AMD·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 AI 관련 종목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애플은 신형 아이폰·애플워치·에어팟 발표가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는 실망감에 3% 넘게 빠졌으며, 오라클 효과로 전통 소프트웨어 수요 부진이 부각되자 세일즈포스도 3% 이상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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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유럽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점은 위험자산 심리에 부담을 줬다.
중국發(발) 디플레이션 우려도 대두됐다. 8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0.4% 하락해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9% 하락하며 3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글로벌 성장 둔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선호가 일부 위축됐다.
거시 지표·채권시장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9월 5일로 끝난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9.2% 증가했으며, 30년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는 6.64%에서 6.49%로 11개월 저점까지 떨어졌다. 이는 주택 시장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됐다.
채권시장의 관심은 10년물 국채 입찰에도 쏠렸다. 390억 달러 규모로 실시된 10년물 입찰의 응찰률(Bid-to-Cover)은 2.65배로 최근 10회 평균 2.56배를 웃돌았다. 그러나 S&P 500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강도는 일부 제한됐다.
유럽에서는 10년 만기 독일 분트 금리가 장중 2.631%까지 떨어진 뒤 2.652%에 마감됐다. 영국 길트 10년물 금리는 4.633%로 1bp 상승했다. ECB는 1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며, 시장은 인하 가능성을 거의 배제하고 있다.
섹터별 움직임
오라클 효과로 촉발된 AI 인프라 랠리는 전력 수요 확대 기대를 불러 버티브 홀딩스·비스트라·컨스텔레이션 에너지·GE 버노바 등 발전 관련주에도 매수세를 유입시켰다. 반면 병원 운영주들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아카디아 헬스케어를 ‘매수’→‘중립’으로 내리자 9% 급락했고, HCA·테넷 헬스케어·커뮤니티 헬스 시스템스도 2~4% 하락했다.
용어 한눈에 보기
E-미니 선물은 CME에서 거래되는 소형 지수선물로, 표준 계약 대비 계약 규모가 1/5~1/10 수준이라 개인과 기관 모두가 활용한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 단계의 물가 변동을 측정해 소비자물가(CPI)에 선행하는 지표로 여겨진다. AI 인프라는 데이터센터·고성능 GPU·전력 공급 설비 등을 포함하는 생태계를 통칭한다.
향후 일정
12일 발표될 8월 CPI는 전년 대비 2.9%, 근원 CPI는 3.1% 상승이 예상된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5천 건으로 전주 대비 2천 건 감소 전망이며, 13일 발표될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9월 예비치)는 58.0으로 소폭 하락이 점쳐진다.
전망 및 분석
시장은 올해 말까지 기준금리 73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실제 물가와 성장 지표가 연준의 목표와 괴리될 경우, 금리 경로는 다시 조정될 수 있다. AI 주도형 성장 스토리와 채권 금리 하락이 동반되는 현재의 리스크-온 환경은 매력적이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중국 경기 둔화·미 연준의 독립성 논란 등은 중장기 변동성을 키울 잠재 요인이다.
투자자들은 미 CPI·FOMC·유럽중앙은행(ECB) 회의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변동성 확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AI 인프라 섹터와 전력주에 집중된 자금 흐름이 과열 양상으로 번질 경우, 단기 조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주: 별표가 표시된 문단은 종목 또는 지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