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협정 효과에도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새 정상’로 고착화

Bank of America(BoA)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글로벌 무역 환경에서 '정상(normal)'이라는 개념이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다. 세계 각국이 잇달아 체결한 무역 합의가 관세·규제 관련 긴장을 일부 완화했지만, 무역 불확실성 지표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해 기업 투자와 경제 성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9월 14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BoA의 무역 불확실성 추적 지수는 올해 초 평균치 대비 9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SD)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들어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최근 미·EU·아시아를 중심으로 체결된 합의에도 불구하고 해당 지수는 아직 평균 대비 1~2표준편차 높은 자리에서 머물고 있어, 자본 지출(capex)과 성장률의 회복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BoA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합의들 상당수가 구체적 실행 조항이 느슨하고, 집행력도 제한적이어서 향후 언제든지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면서 “효과적인 관세율뿐 아니라 ‘불확실성 자체’가 경제 전망에 중대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무역 불확실성이 3분기 이내에 기업 설비투자를 최대 1%포인트 끌어내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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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분쟁이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을 약 0.8% 끌어내린 전례를 감안하면, 시장이 기대하는 조용한 해소 시나리오는 과도한 낙관일 수 있다.” — BoA 보고서

미국 대법원'국가비상권'을 근거로 부과된 관세의 합법성을 놓고 곧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는 점도 변수다.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 시절 도입된 일부 관세가 무효화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기업들은 장기 공급망·설비 계획 수립을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다.

BoA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이웃국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 수치를 보이며, 브라질 등 주요 신흥국도 변동성이 크다. 합의가 성사된 유럽·동아시아에서도 언제든 정책이 되돌려질 수 있다는 ‘역전 가능성’이 남아 있어,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연기하거나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는 모습이다.


◆ 어려운 용어 해설

표준편차(Standard Deviation, SD)는 데이터가 평균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통계 지표다. 9표준편차 수준이면 극단적 이상치로 간주돼, 정상 범위(평균선 양쪽 ±2SD 경우가 많다)를 크게 벗어난 상태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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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지출(Capex)은 기업이 공장·설비·연구개발 등에 투자하는 금액으로,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Capex가 줄어들면 생산능력 확충이 제한돼 중장기 성장률도 둔화될 수 있다.


◆ 전문가 관점 ― ‘새로운 정상’의 장기화

국제경제 전문가들은 무역 불확실성의 상시화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동력으로 평가한다. 미국·유럽·아시아 각국이 ‘경제안보’를 중시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반도체·바이오 등 전략 산업에 대해 ‘우군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는 탓에, 세계화의 저비용·효율 패러다임은 약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 물가가 추가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저성장·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연준(Fed) 등 주요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에서 통화긴축과 성장 둔화 사이 균형을 더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BoA는 “무역 충격이 물가 및 고용지표를 교란할 수 있어, 연준의 금리 경로 전망 역시 한층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최근 무역 협정들은 언론 보도에서 긍정적으로 비치지만, 시장의 체감 불확실성을 정상화 수준으로 끌어내리기엔 역부족이다. 기업은 설비투자 계획을 재점검하고, 투자자는 변동성 확대를 전제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BoA의 조언이다. 지금의 글로벌 무역 환경은 안정이 아니라 ‘영구적 불안(Permanent Unease)’이라는 새로운 정상에 가까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