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가 28일(현지시간) 장중·종가 기준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소폭 하락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0.02% 상승했고, 나스닥100 지수는 0.36% 올랐다. 다우 지수는 0.14% 내렸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전격적으로 무역 협정에 합의한 소식이 투자 심리를 개선하면서 주요 기술·성장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EU가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대폭 낮추는 대신, 미국이 EU 수출품에 매길 관세도 종전 최대 50%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다.
한편 E-미니 S&P 9월물 선물은 0.02% 내렸고, E-미니 나스닥 9월물 선물은 0.35% 올랐다. 이는 정규장에서 기록한 강세가 장 마감 후 선물시장에선 일부 되돌려졌음을 시사한다.
무역 이슈가 증시에 미친 영향
이번 미·EU 협상뿐 아니라 미·중 간 관세 휴전이 오는 8월 12일부터 90일간 연장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긍정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재닛 베셋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스톡홀름 회담에서 휴전 연장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무역 긴장 완화가 특히 반도체와 에너지 섹터를 견인했다.
“우려했던 50% 관세 카드는 사실상 봉인됐다. 15%라는 숫자는 여전히 높지만, 시장이 가늠해온 최악의 시나리오에 비해서는 훨씬 낮다”—뉴욕 소재 대형 운용사 트레이더
채권시장과 자금 조달 부담
그러나 주가가 장중 고점을 반납한 배경에는 미 재무부의 5년물 국채 700억 달러 입찰 부진이 있다. 응찰률을 보여주는 bid-to-cover 비율이 2.31로 최근 10회 평균(2.39)을 밑돌자, 미 10년물 금리가 4.404%까지 뛰었고 일부 투자자는 차익 실현에 나섰다.
재무부는 3분기 차입 전망치를 1조 100억 달러로 상향하며, 4월 전망(5,540억 달러) 대비 거의 두 배로 늘렸다. 이는 향후 국채 공급과 금리 부담이 동반 확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주 경제지표·FOMC 변수
시장 참가자들은 30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주목하고 있다. 연방기금금리는 4.25~4.50%로 동결될 공산이 크지만, 9월 회의에서 25bp(0.25%p) 인하 가능성은 연방기금 선물시장에서 63%로 반영됐다.
또한 7월 ADP 민간고용(31일), 2분기 GDP·코어 PCE(31일), 6월 개인소득·지출·핵심 PCE(1일), 7월 고용보고서(2일) 등 굵직한 데이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JOLTS란? ‘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의 약자로 미국 내 구인·이직 현황을 측정하는 고용지표다.
실적 시즌 ‘슈퍼위크’ 돌입
이번 주는 S&P500 기업 중 38%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메타플랫폼스·엔비디아·테슬라)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30일, 애플과 아마존이 31일 실적을 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분기 이익 성장률은 사전 전망치(연 2.8%)를 넘는 4.5%가 예상된다. 이미 3분의 1이 보고를 마친 가운데, 82%가 이익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해외 시장·채권 움직임
유럽 Stoxx50 지수는 0.27% 하락하며 2주래 고점에서 밀려났고, 일본 닛케이225는 1.10% 내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12%로 소폭 상승했다. 독일 10년물 분트 금리는 2.689%로 2.9bp 내렸으나, 영국 10년물 길트 금리는 4.647%로 1.2bp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 카지미르 이사는 “경제가 급격히 악화되지 않는 한 9월에는 금리를 내리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고, 금리스왑시장은 9월 25bp 인하 확률을 17%로 본다.
섹터별 주가 등락
반도체주는 무역 합의 수혜로 일제히 급등했다. AMD가 4% 초과 상승하며 나스닥100 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On Semi, KLA, ASML, 마벨, 텍사스인스트루먼츠,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NXP가 2% 넘게 올랐다. 엔비디아·램리서치 등도 1% 이상 강세였다.
국제유가(WTI)가 1주 최고치로 2% 넘게 오르자 다이아몬드백에너지, 데본에너지 등 에너지주도 3~4% 상승했다. EU가 미국산 LNG 대규모 구매를 약속하면서 벤처글로벌은 4% 넘게 뛰었고, 셰니어에너지·EOG리소시스도 1% 이상 올랐다.
이와 달리 금·구리 가격이 2주 반 만에 최저치로 밀리면서 뉴몬트와 프리포트맥모란은 각각 3%, 2% 넘게 하락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는 AI 서버 수요 지속 기대감에 10% 급등해 S&P5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JP모건이 ‘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 나이키 역시 다우 지수 내 3% 상승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반면 리버티 헬스 규제 불확실성이 부각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2%대 약세였고, 모네스 크레스피가 ‘중립’으로 내린 코인베이스는 3% 넘게 빠졌다. 액센츄어, 시스코 등도 목표가 하향 여파로 각각 2%·1%대 하락했다.
관세 데드라인과 정책 변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월 1일까지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50여 개국에 최고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예고했다. 최근 그는 “15~50% 범위의 ‘단일·단순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말해 최저선이 15%로 올라간 점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월가에서는 “정치적 레토릭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 불확실하지만, 관세가 기존보다 높아지는 것은 공급망 재편과 인플레이션 압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는 경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 분석 및 전망
필라델피아 소재 자산운용사 CIO는 “5년물 국채 수요 부진은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투자자들의 근심을 반영한다”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해도, 재정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된다면 금리 상단은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스트래티지스트는 “S&P500 기업의 실적 서프라이즈율 82%는 인상적이지만,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21배로 역사적 평균을 상당 폭 웃돈다”면서 “무역·금리 변수에 따라 8월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헤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론적으로, 무역 긴장 완화가 시장에 단기 긍정적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지만, 재정 리스크·통화정책·관세 데드라인 등 복합 변수로 인해 상반된 시그널이 공존하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