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협상 진전 기대감에 국제유가 상승

국제 원유·가솔린 선물시장이 24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 대비 1.20% 오른 배럴당 0.78달러 상승해 65.63달러*예시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9월물 RBOB 가솔린은 0.61% 내린 2.0713달러로 약세를 보였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무역 협상 진전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과 에너지 수요 확대 기대가 커지면서 원유 가격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같은 날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투자 심리가 개선된 점도 원유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달러화 강세와 엇갈린 미국 경제 지표가 상승폭을 일부 제한했다.

WTI 선물 차트

“무역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나타나면 교역량 확대→경제 성장→에너지 소비 증가라는 선순환 고리가 강화된다.”

■ 무역 협상 훈풍
전날 미국과 일본이 양자 간 무역 합의에 도달했고,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역시 협상 타결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소식은 교역 촉진과 산업생산 확대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원유 수요 상승 전망을 뒷받침했다.

■ 혼재된 미국 경제 지표
미 노동부에 따르면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 대비 4,000건 감소한 21만7,000건으로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고용시장의 견조함을 시사했다. 반면 S&P 글로벌 7월 미국 제조업 PMI 잠정치는 49.5로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아 경기 둔화 우려를 불러왔다.

■ 정제마진(크랙 스프레드) 약세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는 원유를 정제해 가솔린·디젤 등으로 판매할 때의 수익성을 뜻한다. 24일 해당 지표가 2.5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의 원유 구매 의지가 약화됐고, 이는 단기적으로 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했다.

■ 이라크 쿠르드 지역 수출 재개 기대
이라크 정부는 쿠르드 자치지역의 원유를 터키 지중해 제이한항까지 연결하는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재가동 계획을 승인했다. 쿠르드는 수출 재개 시 하루 23만 배럴(bpd) 공급을 예상하고 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2위 생산국이다.

RBOB 가솔린 선물 차트


■ EU, 러시아 추가 제재
EU는 18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20개 러시아 은행을 국제결제망(SWIFT)에서 추가 차단하고, 러시아 정제유 우회수출에 대한 제약을 확대했다. 인도 대형 정유사'(러시아 로스네프트 참여)도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러시아산 원유 운반 ‘그림자 선단’ 중 105척이 새로 제재 대상에 포함돼 총 400척 이상으로 늘었다.

■ OPEC+ 증산‧공급과잉 우려
7월 5일 OPEC+는 8월부터 일 54만8,000배럴 증산에 합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카자흐스탄·이라크 등 초과 생산국을 압박하기 위해 추가 증산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10일 블룸버그는 “OPEC+가 10월 이후 증산 중단을 논의 중”이라며 수요 둔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분기 시장이 일 100만 배럴 규모의 공급 과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해상 재고·미국 재고 동향
선박 위치정보업체 보텍사(Vortexa)는 18일 기준 7일 이상 정박한 유조선의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14% 감소한 6,631만 배럴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8.6% 낮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반면 가솔린 재고는 평균치보다 0.2% 높았고, 난방유·제트유를 포함한 중간류(디스틸레이트) 재고는 18.5% 부족했다.

■ 시추 장비 감소 지속
석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18일 기준 미국 내 가동 원유 시추기 수는 422기로 3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2년 12월 627기에서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 낯선 용어 해설
WTI는 미국 텍사스중질유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대표적 유종이다. RBOB은 여름철 환경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개조(Reformulated)된 가솔린 선물 계약이다. 크랙 스프레드는 정제마진 지표로, 값이 하락하면 정유사 이익이 줄어 원유 구매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 기자 관전 포인트
단기적으로는 무역 협상 진전이라는 ‘리스크 완화’ 요인이 유가를 지지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OPEC+ 증산과 미국 시추기 감소세가 교차하며 공급·수요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제조업 PMI 둔화가 실물 수요를 제약할 경우 추가 매수세가 제한될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정제마진 추이를 통해 원유 수요의 체감 온도를 가늠하고, 미국·중국 경제지표 및 OPEC+ 회의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