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협상 진전에 엔화·유로화 강세…달러 약세 심화

싱가포르발 외환시장 속보다. 엔화유로화가 동반 상승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가속화됐다. 특히 유로는 4년 만에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엔화 역시 나흘째 연속 강세를 이어갔다.

2025년 7월 24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최대 교역 상대국 간에 연이어 긍정적인 무역 협상 소식이 나오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명의 유럽 외교관에 따르면, 유럽연합(EU)과 미국은 EU산 상품에 15%의 미국 기본 관세를 적용하되 특정 품목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무역 협정을 추진 중이다. 이는 양측이 관세 보복 국면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미국은 일본과 자동차 수입 관세를 낮추고, 다른 품목에 대해 새로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대신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대출 패키지를 이끌어내는 합의를 타결했다. 이 같은 대형 거래는 교역 불확실성을 완화하며 시장 전반에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글로벌 시장 반응

“이번에 합의된 무역 프레임워크는 위험 선호를 분명히 강화한다.” — 캐럴 콩, CBA 외환 전략가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달러를 매도하고 고위험 통화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호주달러(AUD)는 0.6604달러까지 올라 8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는 1.1768달러에서 안정세를 보이며 이달 초 기록한 1.1830달러(3년여 만의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USD/JPY)은 0.03% 하락한 146.38엔으로, 엔화 강세 흐름이 4거래일 연속 이어졌다.

위험 자산(risk assets)은 주식·고수익 통화 등 변동성이 큰 자산을 뜻한다. 무역 마찰 완화는 기업 실적·전망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러한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일본 내 정치 불확실성이 엔화 추가 강세를 제한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참의원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보도를 부인했지만, 향후 거취가 불투명해 재정·통화 정책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캐럴 콩 전략가는 “단기적으로는 정치 리스크가 엔화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정부 재정 정책과 일본은행(BOJ) 스탠스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그 밖의 주요 통화 동향

파운드화(GBP)는 전일 0.36% 상승 후 1.3582달러에 거래되며 강세를 유지했다. 반면 달러지수(DXY)는 97.21로 보합세를 나타냈고, 뉴질랜드달러(NZD)는 0.01% 하락한 0.6046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은 이날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로 쏠려 있다. 대다수 전문가는 ECB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연내 추가 한 차례(12월 가능성) 인하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위기다.

‘기본 관세(baseline tariff)’란 특정 국가·품목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세율을 의미한다. 이번 EU·미국 협상에서 거론된 15% 기본 관세는 실효적으로 ‘관세 상한선’ 역할을 하며, 각국 기업은 예외 품목에 포함되기 위해 로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 변동성은 무역 불확실성 감소로 다소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협상 세부 내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환율이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전문 기자 견해

필자는 이번 흐름을 ‘정책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국면’으로 해석한다. 달러 약세가 지속된다면 신흥국 통화에도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엔·유로 강세가 일정 수준을 넘어설 경우, 각 중앙은행이 구두 개입(시장안정을 위한 발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ECB 회의와 BOJ의 정책 스탠스가 두 통화의 추가 상승세를 좌우할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협상 가능한 관세 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대외 무역 갈등 완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은 환율·금융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정치 불확실성과 금리 정책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투자자는 주요국 정책 발표 일정을 주시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