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합의 훈풍에 S&P 500·나스닥 100 사상 최고치 경신

S&P 500 지수와 나스닥 100 지수가 28일(현지시간) 나란히 기록적인 종가를 새로 썼다. 반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소폭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S&P 500 현물지수는 전일 대비 0.02% 상승했고, 나스닥 100 지수는 0.36% 올랐다. 다우지수는 0.14% 내려 대형 가치주에 대한 매도세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2025년 7월 29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시장을 견인한 핵심 재료는 미국·유럽연합(EU) 간 무역 합의미·중 관세 유예 연장 기대다. 전날 양측은 대부분의 EU 수출품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서 경고했던 최대 50% 관세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여기에 남중국새벽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8월 12일 스톡홀름에서 예정된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 회담을 전후로 양국이 90일 추가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S&P 500 차트

그러나 장중 고점에서 주가는 일부 차익실현 물량에 밀려 상승 폭을 반납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70억 규모 5년물 국채 입찰 수요가 부진했고, 같은 날 3분기 국채 발행 예상 규모도 $1조100억 달러로 상향 조정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4.404%까지 뛰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주식 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해 롱 포지션 청산을 유발했다.

경제 지표는 긍정적이었다. 7월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전망 지수는 전월 대비 13.6포인트 급등한 0.9를 기록해 6개월 만에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번 주 주요 이벤트 캘린더

투자자들은 8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시한을 주시하고 있다. 또한 30일 시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미국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잇따른다. 특히 7월 고용동향(JOLTS),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잠정치, 개인소득·지출 및 핵심 PCE 물가 등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나스닥 선물

연방기금금리 선물은 이번 회의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3%로 반영하고 있으며, 9월 17일 회의 기준 인하 확률은 63%까지 높아진 상태다.

실적 시즌 ‘클라이맥스’

이번 주는 S&P 500 구성종목의 38%가 실적을 내놓는 사실상 ‘어닝 시즌 최대 격전주’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세븐’으로 불리는 빅테크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가 30일, 애플과 아마존이 31일 실적을 발표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2분기 S&P 500 순이익 증가율을 4.5%로 추정해 시즌 개시 전 전망치(2.8%)를 큰 폭 웃돌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까지 약 3분의 1이 실적을 보고했으며, 이 중 82%가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해외 증시 및 금리 동향

유럽 유로스톡스 50 지수는 2주 최고치에서 0.27% 하락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은 0.12% 상승, 일본 닛케이225는 1.10% 하락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2.689%로 2.9bp 내렸고,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647%로 1.2bp 상승했다. ECB 이사회 카지미르 위원은 “9월 금리 인하는 경기 급랭 증거가 없는 한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미 국채 10년물 선물(ZN)은 7틱 하락했으며, 5년물 입찰 응찰률이 최근 10회 평균 2.39배를 밑도는 2.31배에 그친 점이 약세를 부추겼다. 다만 미·EU 무역 합의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완화돼 낙폭은 제한적이었다.


섹터·종목별 동향

“반도체·에너지주 강세, 금속·헬스케어주 약세”

EU·미국 무역 합의로 반도체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AMD가 4% 넘게 뛰어 나스닥 100 상승률 1위를 기록했고, 온세미콘덕터·KLA·ASML·마벨·TI·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NXP 등이 2~3%대 강세를 보였다. 엔비디아·램리서치 등도 1% 이상 상승했다.

원유(WTI) 가격이 1주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에너지 관련주 역시 동반 랠리를 펼쳤다. 다이아몬드백 에너지가 4%, 데번 에너지가 3% 이상 올랐고, APA·코노코필립스·필립스 66도 2% 이상 상승했다. 서비스업체인 할리버턴·마라톤·베이커휴즈도 1%대 강세를 기록했다.

EU가 미국산 LNG 대량 구매를 약속하면서 벤처글로벌은 4% 급등했고, 셰니어 에너지·EOG 리소시스도 1%대 올랐다.

반면 금·구리 가격이 2주 반 만에 최저치로 밀리며 뉴몬트가 3%, 프리포트 맥모란이 2% 이상 하락했다. 헬스케어 섹터에서는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HIV 예방약 보험 적용 불확실성 우려로 2%대 약세를 보였고, 센틴은 투자 의견 하향 조정에 5% 급락했다.

그 외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AI 서버 수요 호조 기대감으로 10% 이상 급등해 S&P 500 내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JP모건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한 나이키도 3% 이상 올랐으며, 웨더퍼드는 파이퍼 샌들러의 ‘비중 확대’ 의견에 3% 상승했다.

반대로 리브비티는 연간 EPS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해 8% 급락했으며, 코인베이스는 애널리스트 리포트에서 ‘중립’으로 강등되며 3% 약세를 나타냈다. 액센츄어·시스코도 신규 매도·하향 리포트 영향으로 1~2%가량 내렸다.


향후 전망 및 기자 분석

트럼프 대통령이 8월 1일부로 예고한 ‘포괄적 관세 통보서’는 아직 불확실성을 완전히 거둬내지 못했다. 다만 이번 EU 합의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협상을 통해 관세 상한선이 15%로 사실상 낮춰질 수 있다는 선례가 생겼다는 점은 주식시장에 심리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인 미·중 관계에서도 90일 휴전 연장 가능성이 제기돼 글로벌 공급망 교란 우려가 한층 완화됐다.

금리 측면에서는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 압박, 그리고 디스인플레이션 흐름이 혼재돼 있어 ‘금리 방향성 혼조’ 국면이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은 9월 FOMC에서의 첫 인하를 60% 이상 반영하고 있지만, 8월 1일 관세 이슈 결과에 따라 인하 기대는 가변적일 수 있다.

증시 참여자들이 당장 주목해야 할 지표는 30일 발표되는 콘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 31일 2분기 GDP & 코어 PCE, 8월 1일 ISM 제조업 PMI비농업고용이다. 소프트랜딩 시나리오가 유지되려면 물가 압력 완화와 고용 안정, 소비 회복이라는 ‘세 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한다.

특히 이번 주 줄줄이 발표되는 빅테크 실적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소비자 하드웨어 수요 둔화 여부를 가늠할 핵심 변수다. 예상치를 대폭 상회할 경우 나스닥 주도 랠리가 재점화될 것이나, 매출 성장률이 둔화되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에너지·전통산업주를 일부 편입해 변동성을 완충하는 ‘바벨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 동시에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AI·반도체주 비중을 유지하는 코어-위성 포트폴리오 구성이 합리적이다.

단기적으로는 7월 말~8월 초까지 무역·통화정책 뉴스 플로우가 쏟아지는 ‘이벤트 드리븐 구간’이므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옵션 헤지 또는 현금 비중 조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