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역전쟁의 긴장은 겉으로는 완화된 듯 보이나, 글로벌 관세 체계는 여전히 ‘이동 표적(moving target)’으로 남아 있다. 새 합의와 기한 변경, 정책 시행 지연이 뒤엉키며 기업과 투자자에게 지속적인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다는 것이 핵심 진단이다.
2025년 8월 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 유럽연합(EU)·일본과 잇따라 타결한 무역 합의에도 불구하고 ‘관세 스토리’는 끝나지 않았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애널리스트들은 최신 보고서에서 연말 이후까지 관세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는 “발표된 합의 대부분이 법적 구조·의회 승인·세부 업종 계획이 결여돼 있어 지속 가능성을 평가하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설비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해결돼야 할 핵심 질문이 여전히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① 기본 시나리오: 연말까지 10~15% 관세가 ‘뉴노멀’
보고서는 글로벌 평균 관세율이 약 10~15%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 제품에는 20~4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체결된 헤드라인 합의는 실행 리스크가 크다”며 “추가 마찰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합의를 이행·모니터링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 모건스탠리 보고서
② 현재 관세 지형: 측정조차 쉽지 않은 복잡성
8월 이전의 잇단 합의에도 관세 지형은 모건스탠리의 베이스 케이스와 대체로 유사하다. 특히 EU 합의 후 미국의 대(對)EU 평균 관세율은 10%→15%로 약 2%p 상승했다. 의약품과 반도체 등 일부 고부가가치 품목이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애널리스트들은 “수입 품목 구성의 변동성,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 준수율, 해상 운송 데이터의 시차 탓에 실제 관세 수준을 정밀 추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③ 지표에 늦게 나타나는 관세 충격
실제 관세 효과는 지표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고 있다. 5월 미국 수입 통계의 실효 관세율은 8.3%였으나, 6~7월에는 ‘중·후반대(10% 중반)’로 수렴할 전망이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대다수 상품군에서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관측됐다”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관세로 인해 “단기적으로 물가가 최대 1%p 상승할 수 있으며, 이후 수요 둔화로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④ 공급망의 실시간 재편
기업들은 결과를 기다리지 않는다. 전자제품 공급망을 중심으로 베트남·인도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2024년 13.7%였던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 비중은 2025년 5월 7.7%까지 낮아졌다. 반면 멕시코·캐나다산에 대한 미국 관세율은 각각 4.3%, 1.9%에 그쳤다.
※ USMCA는 2020년 NAFTA를 대체한 북미 자유무역협정으로, 자동차 부품의 ‘북미산 함량 비율’을 75% 이상으로 높여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⑤ 재고 선적 앞당기기(Front-loading): 우려만큼 광범위하진 않았다
올해 1분기 수입 증가의 80%는 금·의약품·AI 관련 상품 등 7개 HS6 코드 품목이 견인했다. 이를 제외하면 2024년 대비 ‘초과 수입’은 연간 수입액의 2% 미만에 머물렀다. 5월에는 관세가 본격 적용되며 전체 수입 물량이 5% 감소했다.
※ HS6는 국제무역품목분류체계(Harmonized System)를 뜻하며, 여섯 자리 숫자로 상품을 세분화한다.
⑥ 업종별 희비
가장 높은 관세율을 부과받은 업종은 가공 금속제품(Fabricated Metal Products)과 섬유·의류로, 5월 기준 각각 약 24%, 약 20%에 달했다. 다만 두 업종의 미국 전체 수입 비중은 크지 않다. 반대로 컴퓨터·전자, 화학·의약품, 연료 등 물량이 큰 분야는 10% 미만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아 전체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했다.
모건스탠리는 “관세 부담은 수출업체보다 미국 내 수입업체가 더 크게 짊어지고 있으며, 가격보다는 물량이 먼저 줄어드는 양상“이라며 “관세 스토리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평가했다.
■ 전문가 시각: 관세 환경이 시사하는 투자·비즈니스 포인트
첫째, 가격 전가 실패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 수입업체가 비용을 온전히 소비자에게 넘기지 못할 경우, 마진 압박이 확대될 수 있다.
둘째, 공급망 다변화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동남아·남아시아 지역은 전자·AI 하드웨어 투자 수혜가 예상된다.
셋째, 섹터별 차별화가 심화될 가능성이다. 고관세 업종의 단기 부진과 저관세·고수요 품목의 상대적 강세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넷째, 정책 리스크 관리가 필수다. 미국·EU·중국 간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관세율이 급변할 수 있어, 기업은 계약 구조·재고 전략·가격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플레이션 경로와 연준(Fed)의 통화정책 대응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정리하자면, 무역 합의가 잇따르더라도 법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관세 불확실성은 잠재된 리스크로 남는다. 시장 참여자는 관세율·품목·시행 시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공급망 재배치·헤지 전략 등을 통해 ‘이동 표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