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낙관론에 S&P 500 사상 최고치…다우 5개월 반 만의 고점

뉴욕증시가 무역 협상 기대감에 힘입어 일제히 상승했다. 대표 지수인 S&P 500은 0.78% 올라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1.14% 급등하며 5개월 반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역시 0.43% 오르며 긍정적 흐름에 동참했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미국이 일본·유럽연합(EU)과 잇달아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에 주목하며 위험자산을 적극 매수했다. 같은 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9월물 E-mini S&P 선물은 0.80%, 9월물 E-mini 나스닥 선물은 0.45% 상승 마감했다.

S&P 500 차트

◇ 트럼프 대통령, 일본과 ‘15% 관세·5500억 달러 투자’ 합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밤 일본과 새로운 교역 협정을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에 따라 미·일 양국은 8월 1일부터 예정됐던 25% 관세 대신 15%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 대신 일본 정부는 5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보잉 항공기 100대, 미국산 쌀 75% 추가 물량, 80억 달러 상당의 기타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일본은 미국 업체에 연간 140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로 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 EU 협상도 급물살…일반 상품에 15% 균일 관세 추진
블룸버그통신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EU가 대부분의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8월 1일부터 30% 관세를 매기겠다고 경고했던 수준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시장은 관세 부담이 완화될 가능성을 호재로 해석하며 위험선호 심리를 강화했다.


◇ 기술주는 부진…텍사스인스트루먼트 13% 폭락
반면, 자동차·산업용 반도체 업체 주가는 관세 우려가 지속되며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텍사스인스트루먼트(TXN)는 실적 발표 후 “자동차 부문에서 진정한 광범위 회복 조짐이 없다”는 경영진 멘트가 전해지자 -13% 급락했다. 이어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6%), 온세미컨덕터(-4%), 아날로그디바이시스(-3%), NXP(-1%) 등도 동반 하락해 나스닥 100의 상승 폭을 제한했다.

◇ 주택지표 부진에도 투자심리 ‘탄탄’
미국 6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 대비 2.7% 감소한 393만 채로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가 예상(-0.7%)보다 큰 폭의 감소였으나, 무역 완화 기대감이 워낙 강해 시장 전반에는 큰 충격을 주지 못했다. 같은 기간 모기지금융협회(MBA) 주간 통계에서는 신청 건수가 0.8% 늘었고, 30년 고정금리는 6.84%로 2bp 상승했다.

◇ 이번 주 관전 포인트: ‘8월 1일 관세 데드라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까지 신규 협정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150여 개 국가에 10~15% 보복관세를 통보하겠다고 예고했다. 또한 캐나다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35%로 인상할 계획이다. 시장은 향후 며칠간 발표될 주간 실업수당 청구·제조업 PMI·주택 신축 판매 지표와 함께 관세 관련 헤드라인에 예민하게 반응할 전망이다.

◇ 연준 통화정책 베팅: 7월 금리 동결 ‘대세’, 9월 인하 확률 58%
연방기금선물(Fed Funds Futures)에 따르면, 7월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0.25%포인트) 금리 인하 가능성은 3%에 불과하다. 그러나 9월 16~17일 회의에서는 인하 확률이 58%로 급등한다. 이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경기 둔화를 연준이 결국 대응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 실적 시즌: 2분기 이익 성장률 3.2% (예상 2.8% 대비 상향)
이번 주 S&P 500 편입 기업 중 약 20%가 실적을 공개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초기 결과를 토대로 2분기 기업 이익이 전년 대비 3.2% 늘어 사전 컨센서스(2.8%)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야데니 리서치는 “11개 섹터 가운데 6개만 이익 증가가 예상된다”며, 2023년 1분기 이후 가장 협소한 증가 폭이라고 지적했다.

“협상 타결 분위기로 위험자산 선호가 재점화됐지만, 반도체·주택·소비 섹터의 온도 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감안할 때 주가가 빠르게 추가 랠리를 이어가기보다는 ‘상단이 무거운 박스권’ 구간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본지 시장전문 기자 분석


◇ 국채 · 금리 동향
9월 만기 10년물 미국 국채 선물 가격은 12.5틱 하락했고, 금리는 4bp 상승한 4.384%를 기록했다. 위험회피 수요가 약화되자 국채가 매도 압력을 받았지만, 부진한 주택지표와 20년물 국채 입찰 호조(응찰 배수 2.79)는 하락 폭을 제한했다. 유럽에서도 10년물 독일 국채금리는 2.639%(+5bp), 영국 길트금리는 4.635%(+6.6bp)로 상승했다.

※ 용어 돋보기
E-mini 선물은 CME가 거래하는 소규모 규모(정규 계약의 20%) 주가지수 선물로, 개인·기관 모두가 지수 방향성을 손쉽게 베팅할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T-note는 2~10년 만기의 미국 재무부 중기채권을 가리키며, 여기서는 10년물을 의미한다.
Breakeven 인플레이션율은 물가연동채(TIPS)와 일반 국채 금리 차이로 계산하는 시장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다.


◇ 개별 종목 움직임

전력·유틸리티 섹터에서는 PJM 인터커넥션이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며 161억 달러 설비 투자를 전망하자, 테일런 에너지(+8%), 비스트라(+5%), NRG 에너지(+4%) 등이 일제히 올랐다.

식품·산업·의료 섹터에선 램웨스턴(+16%), GE 버노바(+14%), 베이커휴즈(+11%), TE 커넥티비티(+11%), 써모피셔(+9%)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며 급등했다.

한편, 파이서브(-13%), 오티스 월드와이드(-12%), 힐튼(-2%), 유니티(-2%) 등은 가이던스 하향·투자의견 하락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 향후 예정된 주요 실적 발표(7월 24일)
인텔, 블랙스톤, 덱커스 아웃도어, 듀폰, 뉴몬트, 유니온 퍼시픽, 발레로 에너지 등 다수 대형 기업이 2분기 성적표를 내놓는다. 이들의 가이던스가 지수 향방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 종합 전망 및 기자 의견
미·일·EU 등 주요 교역 파트너와의 협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관세 리스크는 한층 누그러졌다. 그러나 반도체·주택시장 둔화·연준의 금리 정책 등 구조적 변수는 여전히 상존한다. 현 시점에서 시장은 ‘낙관론에 기댄 단기 탄력’과 ‘실적·거시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가운데, 섹터·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자는 관세 헤드라인과 연준 스탠스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리스크 관리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