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긴장에도 유로존 기업들 성장 기대…이익 압박은 지속―ECB 설문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신 분기 설문에 따르면, 유로존 기업들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이지만 무역 긴장으로 인해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CB가 분기별로 실시하는 ‘기업의 자금조달 접근성 설문조사(SAFE)’ 결과가 이날 공개됐다. 조사 대상은 유로권 19개국 의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11,000여 개사(표본)로, 2025년 3~6월 실적과 향후 3개월 전망을 중심으로 분석됐다.

조사 결과 ‘순(net) 8%’의 기업이 직전 3개월 동안 매출이 증가했다고 답했고, ‘순 23%’다음 분기 매출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순’은 “증가” 응답률에서 “감소” 응답률을 뺀 값을 의미한다. 예컨대 54%가 ‘증가’·46%가 ‘변화 없음’·8%가 ‘감소’라고 답했다면 순 증가는 46%가 되는 식이다.


무역 긴장·공급 차질이 이익 감소에 직격탄

기업들은 매출이 늘고 있음에도 이익 감소 압력을 호소했다. 특히 중소기업(SME)에서 ‘순 이익 악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CB는 “대부분의 기업이 어느 정도 미·중 간 무역 갈등과 기타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과 제조업 부문이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공급망 차질도 눈에 띄었다. 전체 기업의 약 30%가 원자재·부품 배송 지연 또는 부족을 경험했으며, 이에 따라 대체 공급처 물색에 착수했다고 응답했다. ECB는 “기업들이 국내 및 EU 역내 시장으로 판매를 재조정하거나 공급망 구조를 변경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격 전망 하향…장기 인플레이션 기대는 ‘견조’

기업들은 12개월 후 판매가격 상승률 예상치를 종전 2.9%에서 2.5%로 낮췄다. 반면,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5년 이후)는 변화가 없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안정 및 공급 병목 완화가 단기 물가에 반영되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 해설에 따르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된다는 것은 통화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긍정적 신호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고정돼야만 ECB가 금리를 급격히 올리거나 내리지 않고도 물가 목표(2% 안팎)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기업 심리지수 vs. 실제 성장률 간 괴리다. 2023~2024년에도 기업들은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지만 실질 GDP 성장률은 0.5% 안팎에 머물렀다. 올해도 같은 패턴이 반복될 경우, 낙관적 전망이 ‘희망 섞인 시그널’에 그칠 수 있다.

둘째, 무역 긴장 장기화다. 설문이 완료된 6월 이후에도 미국·EU·중국 간 탄소국경조정제(CBAM)·반도체 보조금 등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투자 비용이 중소기업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면 고용 유지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중소기업 자금조달 비용이다. ECB의 기준금리는 2024년 말부터 4%대에 고착돼 있다.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 설비투자·연구개발 지출이 줄어들어 중장기 성장 잠재력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용어·개념 해설

➊ 순(net) 응답률 : 긍정 답변 비율에서 부정 답변 비율을 뺀 값으로, 0% 이상이면 긍정이 우세함을 뜻한다.

➋ SAFE(Survey on the Access to Finance of Enterprises) : ECB가 6개월마다 실시해 왔으나 2023년 이후 분기 단위로 전환한 설문조사. 기업의 자금조달 상황·비용·전망을 총망라한다.

➌ 무역 긴장(Trade Tensions) : 국가 간 관세 인상, 수출 규제, 기술·투자 제한 조치 등으로 야기되는 갈등. 글로벌 공급망을 지연시키거나 비용을 증가시켜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이번 결과는 “고용은 유지되지만 이익이 악화”라는 이중적 신호를 보여준다. 투자자·정책당국·기업경영진은 이러한 괴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역·공급망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유로존의 완만한 성장 흐름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