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관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에 美 주식형 펀드서 137억 달러 빠져나가

미국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대거 회피하며 주식형 펀드에서 막대한 자금을 뺐고, 반대로 단기 안전 자산인 머니마켓펀드(MMF)에 기록적인 규모의 자금을 쏟아부었다다. 이번 움직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선언부진한 경제 지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2025년 8월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은 8월 6일까지 한 주 동안 총 137억 달러를 미국 주식형 펀드에서 회수했다. 이는 6월 25일 이후 가장 큰 주간 순유출 규모다. 같은 기간 MMF로는 788억5,000만 달러가 순유입돼 2023년 12월 4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해펠레는 “미국의 실효 관세율은 약 15% 수준에서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는 성장률을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기엔 충분하지만, 미국 경제나 주식 랠리를 탈선시킬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 변동성이 이어지겠지만,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부 자금 흐름

규모별로 보면 소형주 펀드에서 52억 달러가 빠져나가 2024년 12월 18일 이후 가장 큰 주간 순유출을 기록했다. 대형주 펀드에서는 70억 달러, 중형주 펀드에서는 17억1,000만 달러가 각각 순유출됐다.

섹터별 펀드는 전체적으로 8억6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해 대조를 이뤘다.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분야가 11억7,000만 달러, 산업재 분야가 5억8,600만 달러 순유입으로 견조한 수급을 보였다.

채권형 펀드로의 주간 순유입액은 11주 만에 최대인 73억9,000만 달러였다. 이 가운데 단·중기 우량 회사채 펀드에 32억2,000만 달러, 단·중기 국채·재무부 펀드에 24억3,000만 달러, 지방채 펀드에 16억6,000만 달러가 각각 흘러들어갔다.


용어 및 맥락 설명

머니마켓펀드(Money Market Fund)는 만기가 짧고 신용도가 높은 채권·어음 등에 투자해 현금성 자산과 유사한 유동성을 제공하면서도 은행 예금보다 다소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초단기 투자 상품이다. 변동성이 낮아 “파킹 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LSEG 리퍼(LSEG Lipper)는 글로벌 시장 데이터 및 금융 정보 업체인 런던증권거래소그룹(London Stock Exchange Group·LSEG)의 펀드 분석 부문으로, 전 세계 펀드 흐름과 성과를 주간 단위로 집계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번 자료에서 언급된 주간 순유출(net outflow)·순유입(net inflow)은 그 주에 새로 유입된 금액과 빠져나간 금액을 상계해 산출한 지표로, 펀드 시장의 공급·수요 균형 및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척도로 활용된다.


시장 환경과 시사점

무역 긴장 고조는 관세(세율 인상)기업 이익률과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자산 선호를 꺾는 요인이다. 또한 최근 발표된 제조업·서비스업 PMI, 고용지표 등 일부 지표가 둔화 신호를 보이면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재부각되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리스크 오프(risk-off) 모드로 전환, 현금성 자산 비중 확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요 자산운용사들은 “장기 추세는 여전히 주식 시장에 우호적”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낮은 실업률과 견조한 소비, 인공지능(AI)·친환경 인프라 투자 확대 등 구조적 성장 동력이 살아 있는 만큼, 단기 조정이 오히려 매력적인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빠져나간 자금을 언제 다시 위험 자산으로 되돌릴지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연준(Fed)이 금리 동결 또는 완화적 신호를 보내고, 무역 협상에서 긍정적 진전이 있을 경우” 유동성의 재유입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