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우려로 코코아 선물가 급락…수요 둔화·공급 회복에 3주 최저치

ICE 뉴욕 5월물 코코아(CCK25) 가격이 -247달러(-3.07%) 하락했고, ICE 런던 5월물 코코아(CAK25)-178파운드(-2.98%) 떨어졌다. 글로벌 코코아 선물 가격은 3거래일 연속 낙폭을 확대하며 뉴욕은 3주 최저, 런던은 5개월 최저 수준으로 미끄러졌다.

2025년 7월 2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무역전쟁 확대에 따른 관세 부담이 이미 높아진 코코아 가격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 전반에 퍼지면서, 소비자 수요 위축 가능성이 투자 심리를 짓누르고 있다.

시장 불안은 “글로벌 무역전쟁이 심화되면 초콜릿을 포함한 코코아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서 비롯된다. 수요 약화가격 급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이미 고점 근처에 형성된 가격대가 소비자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아프리카 작황 부진 그러나 공급 회복 전망도 공존

지난주 목요일 뉴욕 코코아 선물은 한때 1개월여 만의 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아이보리코스트(코트디부아르)가나에서 중간 작기(mid-crop) 시작을 앞두고 “늦은 우기로 인해 열매 성장이 지연됐다”라보뱅크(Rabobank) 리포트가 촉발한 랠리였다.

중간 작기는 서아프리카에서 연 2회 이뤄지는 수확 중 작은 규모에 해당한다. 업계 평균치는 올해 아이보리코스트 중간 작기가 40만t으로 전년(44만t)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수출 흐름도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아이보리코스트 정부 자료에 따르면 10월 1일~4월 6일 누적 선적 물량은 144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으나, 지난해 12월 기준 35% 증가세와 비교하면 확연히 둔화됐다.


공급 회복 시그널 vs. 수요 냉각 경고

지난 3월 21일 뉴욕 선물은 4.75개월 만의 저점까지 밀렸다. 국제코코아기구(ICCO)가 2월 28일 발표한 2024/25시즌 14만2,000t 공급 과잉 전망이 직접적인 촉매였다. ICCO는 생산량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484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항만에 보관된 ICE 모니터링 재고도 1월 24일 21년 만의 최저치(1,263,493포대)를 기록한 뒤 5개월 반 만의 최고치(1,863,172포대)로 반등했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코코아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 루카 자르멜라, 몬덜리즈 CFO(2월 4일)

몬덜리즈(Mondelez)허쉬(Hershey) 경영진은 최근 수차례 실적 발표에서 고가 부담이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몬덜리즈는 “가격이 최대 50%까지 치솟을 수 있다”며 소비 위축을 경계했고, 허쉬는 “레시피를 재설계해 코코아 함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수요 감소는 분기별 그라인딩(grinding) 지표에도 반영된다. 그라인딩이란 카카오빈을 빻아 코코아파우더·버터로 만드는 1차 가공을 의미한다. 유럽코코아협회는 1월 9일 4분기 유럽 그라인딩이 -5.3% 감소한 331,853t으로 4년 최저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코코아아시아협회는 아시아 그라인딩이 -0.5% 감소한 210,111t, 전미과자협회는 북미 그라인딩이 -1.2% 감소한 102,761t이라고 집계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나이지리아가 2월 27일 전월 코코아 수출이 4만6,970t으로 27% 급증했다고 발표해 추가 하방 압력을 키웠다. 나이지리아는 세계 5위 코코아 생산국이다.


장기 수급 균형 전망과 리스크 요인

ICCO는 2월 28일 2023/24시즌 적자 규모가 44만1,000t으로 60여 년 만의 최대였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즌 생산량은 -13.1% 감소한 438만t에 그쳤고, 재고/그라인딩 비율은 27.0%로 46년 만의 최저였다. 그러나 2024/25시즌에는 “4년 만에 공급 과잉 전환”을 예고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방향을 튼 셈이다.

가나 코코아위원회(Cocobod)는 지난해 12월 2024/25 수확 전망61만7,500t으로 두 번째 하향 조정했다. 8월 전망치(65만t) 대비 5% 감소다. 이는 단기적으로 가격 지지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글로벌 잉여 전망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용어 설명]
그라인딩(Grinding): 카카오빈을 갈아 코코아 버터와 파우더를 얻는 초기 가공 단계로, 실제 수요 변화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포대(Bag): ICE 선물시장에서 재고를 집계할 때 사용하는 단위(60㎏ 기준)다.
중간 작기(Mid-crop): 서아프리카에서 주요 수확기(Main-crop) 이후 4~5월에 시작하는 작은 규모의 두 번째 수확을 말한다.


기자 관전평

수요 둔화 신호가 뚜렷한 가운데, 재고 반등 및 생산 회복 전망이 맞물리며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서아프리카 중간 작기 결과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할 경우 공급 우려가 재부각될 소지가 있어, 향후 1~2개월간 작황 데이터가 단기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