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유럽 최대 설탕 제조사 쥐트주커 신용등급 ‘Baa3’로 하향…수익성 압박 지속 전망

[프랑크푸르트=인베스팅닷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가 유럽 최대 설탕 생산업체 쥐트주커(Südzucker AG)장기 발행자 신용등급Baa2에서 Baa3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1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등급 조정은 회사의 수익성이 예상보다 크게 악화됐고, 최소 2027년 2월까지 재무지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한다. 무디스는 동시에 네덜란드 소재 쥐트주커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B.V.지급보증(long-term issuer) 등급도 Baa3로 낮췄으며, 7억 유로 규모의 후순위 하이브리드 채권*1Ba1→Ba2, 상업어음(Commercial Paper)은 Prime-2→Prime-3로 각각 내렸다. 아울러 모든 등급의 전망(outlook)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변경했다.

무디스의 수석부사장 겸 주책임 애널리스트인 파올로 레스키우타(Paolo Leschiutta)는 “유럽 내 설탕 가격 하락, 에탄올 가격 약세, 원부자재 비용 상승, 냉동피자 시장의 격화된 경쟁이 설탕 부문은 물론 비(非)설탕 부문까지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면서 “회사 측이 최근 연간 실적 전망을 하향한 점이 등급 하락의 직접적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쥐트주커의 순차입금 대비 EBITDA(에비타) 레버리지가 2024회계연도 2.3배에서 2025년 5.3배, 2026년에는 5.9배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동사가 제시했던 중기 목표치(3배 안팎)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만 2027년부터는 설탕·바이오에너지(CropEnergy) 부문 실적 정상화가 가시화되면 레버리지가 약 3.5배로 내려갈 가능성을 점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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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가격은 2024년 초 톤당 950유로 내외에서 2025년 3분기 들어 700유로 선까지 급락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및 전 세계적인 증산 기조가 이어지며 ‘공급 과잉(Oversupply)’ 우려가 커졌다. 설탕 가격은 통상 유럽 농가의 파종 면적(acres)·수확량·재고 물량 등에 크게 좌우되는데, 현재 시점에서 공급축소 효과가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 무디스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쥐트주커는 1조160억 유로(€1,016 million)의 현금 및 단기금융자산(2025년 5월 기준)과 2025년 7월 만기 8억 유로 규모 신디케이트 리볼빙 크레디트 라인을 전액 미사용 상태로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총 3억6,500만 유로 상당의 추가 신용한도도 이용 가능해 유동성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 신용등급 체계 해설
무디스의 회사채 등급은 투자적격(Investment Grade)과 투기적격(Speculative Grade)으로 구분된다. Baa3는 투자적격 단계 중 가장 낮은 등급으로, 여기서 한 단계만 더 떨어져도 투기등급(Ba1)으로 진입한다. Ba2는 이미 투기등급 영역에 속하며, 금리가 높고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Prime-3는 단기어음 중 최하위 투자적격 등급으로, 유동성에 대한 시장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음을 시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하향 조정이 ‘의외’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독일 만하임 현지 IB 관계자는 “설탕 가격 급락과 에탄올 수익성 둔화가 이미 2분기 실적에 명확히 드러났다”며 “다만 무디스가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돌린 것은 회사의 현금창출 능력과 재무적 완충장치가 여전히 견조함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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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자자·채권시장 영향
등급 하락 직후 쥐트주커 2029년 만기 유로화 공모 회사채의 신규 발행 스프레드는 20bp가량 확대됐다. 유로화 하이브리드채권은 약 0.4%p 금리 상승을 반영하며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는 “레버리지 지표가 2027년 이후 빠르게 개선될 경우, 투자적격 지위를 지켜낸 것만으로도 긍정적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쥐트주커 경영진은 “비용 효율화와 공장 현대화를 통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고 연내 어닝콜에서 강조했다. 냉동피자 브랜드 ‘딥앤프레시’ 라인을 재정비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에탄올 부문은 원재료 다양화를 통한 원가 절감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무디스는 “실적 회복이 가시화되면 2027년 이후 등급 상향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언급했지만, 설탕 가격과 곡물·천연가스 가격 같은 외부 변수가 여전히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향후 EU 농업정책 변화, 브라질·인도 수확량, 글로벌 원당 선물가격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 쥐트주커는 1926년 설립된 독일 기반 다국적 식품·바이오에너지 그룹으로, 설탕·전분·에탄올 및 가공식품 사업을 영위한다. 2024/25회계연도 매출은 약 11억4,000만 유로, 직원 수는 18,000여 명에 달한다.

*1: 하이브리드 채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성격을 갖는 증권으로, 이자(배당) 지급 순위가 일반 회사채보다 뒤에 위치한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자본으로 일부 인식되므로 레버리지 관리에 유리하지만, 투자자 관점에서는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