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Moody’s Ratings)의 등급 조정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 레이팅스(Moody’s Ratings)가 프랑스 소재 광산·제련 기업 에라마트(ERAMET S.A.)의 장기 회사채 신용등급을 종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outlook)을 ‘부정적(negative)’으로 유지했다고 발표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 보도에 따르면, 이번 등급 강등은 매출 감소·가격 하락·비용 증가로 인한 실적 급락 및 신용지표 악화가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혔다.
“올해 상반기(2025년 1~6월) 에라마트의 실적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가팔랐다”라고 무디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괴츠 그로스만(Goetz Grossmann)이 평가했다.
1. 실적 하락 세부 내용
에라마트가 공시한 연결기준 EBITDA(상각·이자·세전이익)는 2024년 상반기 1억 200만 유로에서 2025년 상반기 7,100만 유로로 30.4% 급감했다. 물량 감소와 원자재 가격 하락, 가봉(Gabon) 지역 물류비 급등,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또한 PT Weda Bay(인도네시아) 사업은 니켈 광석 등급 하락 및 운영비 증가로 수익성이 더욱 낮아졌다.
무디스 조정 EBITDA(해외 자회사 SLN을 포함해 조정한 내부 지표)는 2024회계연도 4억 9,600만 유로에서 2025년 6월 말 기준 4억 2,400만 유로로 줄었다. SLN(뉴칼레도니아) 부문의 마이너스 EBITDA를 제외하더라도, 에라마트의 순차입금/EBITDA 레버리지는 약 4.8배로 B1 등급 허용 상한선(4.5배)을 넘어섰다.
2. 현금흐름·부채 구조 악화
상반기 동안 운전자본 감축을 통해 일부 현금을 확보했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무디스 기준 조정 자유현금흐름(FCF)은 12개월 누적 -7억 2,800만 유로(-5억 200만 유로, SLN 제외)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보고순차입금은 2024년 말 14억 유로에서 2025년 6월 30일 기준 18억 유로로 증가했고, 순레버리지 역시 1.8배에서 2.7배로 상승했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7억 4,600만 유로와 9억 3,500만 유로 규모의 미사용 리볼빙 신용공여는 ‘충분(Adequate)’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차입약정(gearing covenant) 여력은 불과 6%p만 남았다.
3. 하반기 전망 및 리스크 요인
무디스는 “2025년 하반기에도 주요 원자재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12~18개월 내 B1 등급에 부합하는 지표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EBITDA와 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이 제도적 안정성이 낮은 가봉(Caa2, 안정적)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구조적 위험으로 지적했다.
가봉 정부가 2029년부터 망간 원광(ore) 수출 금지를 검토 중인 점도 잠재적 악재다. 망간 사업은 에라마트 EBITDA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금수 조치가 시행되면 중장기 실적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4. 용어 해설 및 시사점
EBITDA는 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로,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을 의미한다. 기업의 영업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본집약적 산업(광업·제련업 등)에서 자주 활용된다.
레버리지(Leverage)는 총차입금이 기업 실적(일반적으로 EBITDA)에 비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지를 나타내며, 값이 높을수록 재무 위험도가 커진다. 무디스는 B1 등급 기업의 적정 레버리지 한계를 4.5배로 설정하고 있다.
부정적(negative) 전망은 향후 동일 등급 유지보다 추가 하향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무디스의 B등급군은 투기적(High Yield) 영역으로, 특히 B1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용위험’을 내포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에라마트는 현금흐름 창출력이 약해진 반면 투자·운영 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구조적 부담에 직면했다. 가봉·인도네시아·아르헨티나 등 정치·제도 리스크가 높은 자원국 의존도가 크다는 점도 할인 요소다.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방어가 가능하지만, 원자재 가격 회복이나 비용 절감 없이는 추가 차입 또는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5. 전문가 의견
※ 기자 해설 무디스가 제시한 4.8배(조정) 레버리지와 -7억 유로대 FCF는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도 취약한 수준이다. 글로벌 그린 전환 흐름 속에서도 니켈·망간·리튬 수요가 동반 회복되지 않는다면, 에라마트의 계속기업가치(going concern)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충분한 현금·RCF 잔여 한도, 그리고 가봉·인도네시아 정부와의 장기 계약 관계가 단기 방어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결국 시장의 관심은 ① 하반기 원자재 가격 반등 여부, ② 아르헨티나 리튬 프로젝트 램프업 속도, ③ 가봉 망간 광산의 물류·정책 리스크 관리 능력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