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피닉스】 레슬리즈(Leslie’s Poolmart, Inc.)의 기업신용등급이 또다시 하향 조정되며 미국 수영장·스파 유지관리 시장의 대표 기업이 심각한 재무 압박에 직면했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 Ratings)는 레슬리즈의 CFR(Company Family Rating, 기업군 신용등급)을 Caa1에서 Caa3로 두 단계 강등하고, 전망(outlook)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변경했다. 동시에 ‘부도 가능성 등급(Probability of Default Rating, PDR)’을 B3-PD에서 Caa3-PD로, 선순위 담보부(secured) 대출 등급을 Caa1에서 Ca로 낮췄다. 유동성 지표인 SGL(투기등급 유동성 등급, Speculative Grade Liquidity Rating)은 SGL-3를 유지했다.
무디스는 이번 조정 배경으로 매장 방문객 감소(store traffic)와 수요 부진, 치열해진 가격 경쟁, 우호적이지 못했던 기상 여건 등을 꼽았다. 해당 요인들이 동사의 영업·수익성을 크게 약화시키며, 2025년 6월 28일로 끝난 12개월(LTM) 기준 순차입금 대비 EBITDA 배수(Funded Debt/EBITDA)가 19배를 상회했다. 전년 동기 7.4배에서 세 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 실적 급랭: ‘핵심 지표’가 보내는 경고음
레슬리즈가 발표한 2025 회계연도 3분기(4~6월) 실적에 따르면, 동일점포 매출(Comparable Store Sales)은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선택적 지출’이 억제된 가운데, 대형 유통업체의 저가 공세가 매출 감소를 가속화했다. 더불어, 봄철부터 이어진 ‘늦은 더위(late-season heat)’로 성수기 개막이 지연된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전년 9,000만 달러에서 최근 12개월 기준 4,000만 달러로 반 토막 났다. 무디스는 ‘향후 12개월 간 이자보상배율(EBIT/Interest)이 1배 미만에서 머무를 것’으로 내다봤다.
■ 용어풀이 및 등급 의미
*CFR은 모기업과 모든 자회사를 포괄한 통합 신용도를 평가하는 지표다. Caa3는 ‘고도의 투기등급’으로 분류돼,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PDR은 실제 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수치화한 등급이며, Caa3-PD는 ‘불이행 가능성이 높고 회수율 전망이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SGL-3는 향후 12~18개월간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스트레스 상황에서 ‘추가 외부조달이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재무 구조 안정화 시도
동사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 재고자산(Inventory) 축소에 집중하고 있다. 2025 회계연도 3분기 재고를 전년 동기 대비 12% 감축했고, 연말까지 2,000만 달러 이상 추가 축소를 목표로 한다. 이는 현금 흐름 개선과 순운전자본 부담 완화를 도모하기 위한 조치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6월 28일 기준 현금 4,300만 달러와, 완전히 미사용 상태인 2억 5,000만 달러 규모 자산담보부 회전대출(ABL) 한도가 남아 있다. 무디스는 “단기적 현금 수요를 충당하기에는 충분하다”면서도, ‘지속적인 영업적자 누적 시 차입 의존도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산업 지형과 경쟁 압력
레슬리즈는 미국 내 1,000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과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주거·상업·전문 정비용 풀&스파 케미컬·부품·장비를 판매한다. 하지만 대형 홈센터·전자상거래 거대 플랫폼(아마존, 홈디포 등)과의 가격 경쟁 심화로 시장 지배력이 약화하고 있다.
무디스는 “소비 여력이 타이트해진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효율’을 중시한다”며,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마진 압박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 등급 전망과 잠재적 시나리오
무디스는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면서, 향후 12개월 내에 지속적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경우 ‘기대 회수율(recovery rate)’이 더 낮아지고, 재무구조 재편(restructuring)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명시했다. 반대로, EBITDA 회복 및 재무 레버리지 대폭 축소가 확인될 때에만 등급 안정 또는 상향 조정이 검토될 수 있다.
다만 업체 측은 “매장 네트워크 최적화, 비용 절감, 재고 효율화, 데이터 기반 가격 전략” 등을 통해 수익률 회복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구조조정 계획이나 자본 확충 방안은 발표되지 않았다.
■ 전문가 시각
신용평가 업계는 레슬리즈처럼 레버리지(차입 의존도)가 높은 유통기업이 금리 고점 구간에서 받을 타격을 주시한다. 높은 고정비 구조와 ‘선행 투자·후행 회수’에 기반한 계절성 사업 특성상, 단기간 매출 부진이 현금 흐름 악화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이자비용이 EBITDA를 초과하는 상황이 장기화되면, 채무 조건 재협상 또는 추가 자본 조달 없이 버티기 어렵다”며 “매출 회복 속도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 향후 체크 포인트
① 4분기 및 연간 가이던스 여부
② 재고·운전자본 관리 성과
③ 차입 구조 재편 또는 자본 확충 계획 발표
④ 거시적 소비·기후 요인 변화에 따른 수요 회복 수준
레슬리즈의 등급 추이는 미 소비자 경기 민감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와도 연결돼 있다. 향후 분기 실적 발표는 물론, 경쟁사들과의 시장 점유율(M/S) 변화, 가격 정책, 소비 트렌드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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